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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노마드 함혜리 Nov 27. 2024

추천전시]'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

2024. 11.29~ 2025. 3.16

전설이 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남긴 명작들이 대거 한국을 찾아  예술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주일간의  긴 프리뷰를 거쳐 11월 29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전시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전에서는 많지 않은 반 고흐의 작품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국립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서 엄선한 진품 76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반 고흐의 원화를 소개하는 전시는 2007년 서울시립미술관, 2012년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이후 12년 만이다. 전시 기획은 앞선 두 회고전을 총괄했던 서순주 서울센터뮤지엄 디렉터가 맡았다.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세계에서 반 고흐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양대 기관으로 꼽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설립자인 헬렌 크뢸러 뮐러( 1869~1939)는  미술교육자이자 비평가인  브레머의 조언을 받아 1907년부터 작고 할 때까지 약 1만 1500점의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중에서도 반 고흐의 작품은 컬렉션을 구성하는 핵심을 이뤄 현재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는 반 고흐의 회화 90점과 드로잉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화상'(1887) 등 회화 39점과 드로잉작업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길지 않은 삶을 사는 동안  어려움을 극복하고  화가의 열정을 태운 반 고흐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의 준데르트(Zundert)에서 태어난 빈센트 반 고흐는 27세가 되던 해인 1880년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1890년 7월 29일  37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그는 10년 동안 900여 점의 회화 속에 인생을 송두리째 불태웠다.  생전에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사후 10년이 지난 1901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전시를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남았다. 사후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의 삶과 작품은 하나가 되어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어  불운한 천재화가의 전형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활동 시기를 기준으로 나눈 5개의 연대기적 테마로 구성된다. 네덜란드 시기(1881~1885) , 파리 시기(1886~1888) , 아를 시기(1888~1889) , 생레미 시기(1889~1890) ,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이다. 

반 고흐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 1881년  헤이그에서 18개월간의 수련을 통해 기본적인 수업을 마치고 첫 유화작품을 완성했다. 초기 작품인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화'(1881)를 완성한 뒤 1883년 뉘넨으로 이주한 반 고흐는 자연과 가난한 농민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제작했다.  '감자 먹는 사람들'(1883)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어지는 파리시기는 그가 칙칙한 네덜란드를 벗어나 빛을 발견한 시기다.  1886년 3월 파리로 이주한 반 고흐는 2년 동안 몽마르트르에서 동생 테오와 살며 자신의 화풍을 정립한다. 파리에서 그는 인상파와 신인상파의 영향을 받으며 화풍을 변화시켰고, 화가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기법을 연구했다.  반 고흐가 남긴 30여 점의 자화상 중 25점이 파리시기에 그려진다. 이번 전시에는 이 시기에 그린 '자화상'이  전시되어 있다. 파란 눈 빛과 다부진 턱 등 고흐의 강렬한 인상을 담아낸 자화상에서는 기술적인 숙련도가 돋보이는 붓질에서 깊이감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걸작이다. 색채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파란 꽃병에 담긴 꽃들'(1887), 일본판화의 영향을 받아 간결한 선과 배색을 보여주는  '석고상이 있는 정물화' ( 1887) 등을 만날 수 있다.   

반 고흐는 1888년 2월 남프랑스의 아를에 도착해 짧지만 가장 격정적이고 창조작인 시기를 보냈다. 뜨거운 태양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인물화와 풍경화를 제작하며  화풍의 정점을 찍은 시기다. 또한 고갱과 함께 생활하며 겪은 비극적인 사건은 그의 예술 세계와 정신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시기 작품 가운데  '생트마리 드 라 메르의 전경'(1888), '씨 뿌리는 사람'(1888), '조셉 미셸 지누의 초상'(1888), '밀단과 떠오르는 달이 있는 풍경 '(1889)이 이번 전시에 소개된다.  

내면적 고뇌와 불안감이 극에 달하는 깊은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반 고흐는 창작을 이어갔다.  생레미에서의 일 년은 위대한 자연을 발견하고 독창적인 색채 회화를 완성한 시기다.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원작을 모사한  '착한 사마리아인(들라크루아 원작)' (1890) 은 생레미 정신병원에서 그린 것으로  배색실험과 함께 구원과 영혼의 평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담아낸 의미 있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보라색과 노란 녹색의 미세한 보색 대비로 괴로워하는  노인을 표현한  '슬픔에 잠긴 노인(영원의 문에서)'(1890)은  반 고흐의 내면의 고통을 담은 듯하다. 

반 고흐는 1890년 5월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도착해 가셰 박사의 보살핌을 받는 가운데 70일 동안 80여 점의 유화를 완성했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남프랑스에서의 밝은 노랑과 빨강에서 차가운 녹색과 파란색으로 변화를 보이는 '젊은 여인의 초상'(1890), 독특한 필치로 풍경을 표현한  '구름 낀 하늘 아래 밀 더미'(1890),  '가셰박사의 초상 (파이프를 든 남자)' 드로잉도 감상할 수 있다. 

서순주 디렉터는 "반 고흐의 작품은 삶의 모든 경험으로부터 탄생했으며  혹독한 시련과 고통을 작품 속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그의 삶과 예술은 분리될 수 없다"며 "미치광이가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아의 가장 깊은 곳까지 가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극단적인 운명의 소유자, 예술을 위해 삶과 영혼을 모두 바친 너무나 인간적인 화가였기에 반 고흐의 예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글은 컬처램프에서 도판과 함께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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