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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전시>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자코메티 전

루이 비통 메종 서울, 전시는 2020년 1월 19일까지.

by 아트노마드 함혜리

명품 중의 명품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루이 비통을 지목할 것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89)가 디자인한 루이 비통 매장이 서울에 들어섰다는 것은 이래저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은 기존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 공간에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을 새롭게 선보였다. 게리는 18세기 한국 전통 건축물인 수원화성과 동래 학춤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형 유리 외관의 건물을 디자인했다. 학이 날개를 편 듯 화려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건물에서 가장 특별한 공간은 4층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이다. 루이 비통이 현대 미술과 예술가, 그리고 동시대 미술작가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작품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이 소장한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일본 도쿄, 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뮌헨, 중국 베이징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서울에 개관했다. 파리 외곽 불로뉴 숲에 위치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도 게리의 작품이다. 21세기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손꼽히는 미술관은 건축물 그 자체가 지닌 예술적 창조력으로 2014년 10월 개관이래 프랑스와 세계 전역에서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은 파리의 명소다.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 건물. 4층에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이 위치한다.루이비통 제공
서울 청담동 루이 비통 메종 서울은 프랭크 게리가 수원화성과 동래학춤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루이비통 제공

루이 비통은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의 개관을 기념해 스위스를 대표하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마련했다. 재단 소장품 중 미공개 작품을 선보이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의 전시 프로젝트인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의 테라스.

1901년 스위스에서 태어난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제네바 미술대학에서 수학한 뒤 1922년 파리 몽파르나스 지역에 정착했다. 1966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극도로 단순화된 인물조각 제작에 매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코메티의 대표적인 조각 8점이 소개된다. 찰흙을 손끝으로 눌러 빚은 것을 자코메티의 동생이 석고 캐스팅 후 브론즈로 제작한 것들이다.

‘장대 위의 두상’(1947년)은 친구였던 피터 반 뫼흐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자코메티의 깊은 슬픔을 담은 작품이다.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은 ‘소리 없는 울음’ 그 자체를 연상시킨다. 자코메티는 1956~58년 같은 주제로 작업하며 ‘장대 위의 두상’이라는 제목으로 연작을 선보였다. ‘걸어가는 세 남자’(1948년)는 자코메티가 길고 막대기처럼 얇은 인물을 새롭게 조각하기 시작한 때의 작품으로 전후 재건 시기에 다시 활기를 찾은 파리의 실존적 고독을 표현하고 있다. 3명의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는 도시의 풍경을 보여준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개관기념으로 열리는 자코메티전 전시전경. (루이비통 제공)

위태로운 실루엣의 ‘쓰러지는 남자’(1950년)는 연약한 인간의 본질을 가장 극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구부정한 다리, 무기력함을 보여주는 활처럼 휜 긴 팔, 뒤로 살짝 젖혀진 머리에 이르기까지 균형이 깨진 인물의 디테일 하나하나에서 피랑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 얼마나 잔인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코메티는 이 작품에 대해 “단지 서 있기 위해 엄청난 기운을 들여 버티는 듯한 인물을 묘사하며 인간의 나약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한 바 있다.

‘베네치아의 여인 Ⅲ’(1956년)은 자코메티가 프랑스를 대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했을 때 선보인 6점의 연작 중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기에 석고로 제작됐으며 손자국이 들어간 부드러운 찰흙과 액체형 석고를 재료로 실루엣의 유기적 특성이 더욱 강조됐다. 인물의 형태적 특징을 최소한으로 줄여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인간과 인간성을 상징하고 있다.

‘키가 큰 여인 Ⅱ’(1960년)는 누드 여성을 표현한 마지막 연작으로 자코메티의 가장 큰 조각 (2.77m) 작품이다.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엉덩이, 극도로 얇게 표현한 허리와 나란히 붙은 다리는 긴장감과 경건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영원에 대한 고찰을 제안한다. 경사진 받침은 위로 뻗어 나가려는 인물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장된 크기의 발은 원래 이 작품이 뉴욕의 체이스 맨해튼 은행 건물 앞 광장 바닥에 직접 설치되도록 고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1964~65년 작품인 남자 두상 연작은 파리 몽파르나스 지역에서 만난 사진작가 엘리 로타르를 묘사한 작품이다. 머리와 어깨만 표현한 작품은 작지만 질감이 강조됐고 인물이 정면을 응시하며 강한 자신감을 뽐낸다. 흉상은 높이가 더 커지고 거친 소재가 두드러진다. 오른쪽 어깨는 무너져 내리고 왼쪽 귀는 사라졌고 눈은 고통으로 가득 차 고뇌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마지막 두상은 수척한 몸과 비정상적으로 긴 팔이 인물의 강렬한 시선과 대비를 이룬다. 체념한 듯한 태도, 고요한 기다림의 자세, 몽롱한 듯 길을 잃은 시선은 숙명을 받아들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번 특별전시는 2020년 1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소장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대중에게 작품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재단의 목표를 반영해 전시 관람은 무료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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