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름이 이 세상을 떠났다.
그냥 말 그대로다. 송아름은 이 세상에 없다.
송아름, 김민규, 이 봄, 서지연 그리고 이현우, 이 다섯 명은 아멜리아 중학교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다.
아멜리아 중학교는 유일한 마법 학교이다. 아멜리아에 다니는 아이들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마법 학교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다. 특히 아름이는 아멜리아 중학교를 무척 사랑하고 마법을 사랑하며 누구보다 학교생활을 성실하게 하던 아이다.
믿을 수 없지만 아름이가 죽었다. 갑자기 죽은 것이다.
아름이는 힘들어하는 아이가 보이면 먼저 말 걸어주고, 학교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도왔다. 그뿐 아니라 길을 가다가 죽어가는 생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아름이를 볼 때마다 항상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거나 학교 어딘가를 깨끗하게 하고 있거나 강아지나 고양이, 또는 죽어가는 식물을 돌보고 있었다.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항상 활짝 웃으면서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름이가 죽었다. 도대체 이 사실을 믿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싸가지 없는 김민규, 수다스러운 이 봄, 조용한 서지연, 그리고 잘 웃는 이현우.
전혀 공통점이 없는 아이들이 친해지고, 같이 다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해맑고, 말 많고, 긍정적인 아름이 덕이다. 아마 아름이가 아니었다면 이 네 명은 서로 말 한마디 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아름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게 바로 현우다.
아름이가 죽기 전날.
12시 30분.
현우는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 무렵 갑자기 과제를 두고 온 게 생각났다. 재밌게 놀고 행복한 기분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과제라니. 짜증이 났다. 과제를 조금이라도 했다면 상관없지만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등교하면 분명히 과제를 다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 과제는 마법 능력을 위해 꼭 해야 하는 과제였다.
에잇, 과제를 해 놓으려면 학교에 일찍 가야겠군. 내일 6시에 좀 깨워줘.
현우는 마법 지팡이에게 오전 6시에 깨워달라고 속삭였다.
오전 6시.
마법 지팡이가 현우의 코를 간질였다. 마법 지팡이는 항상 현우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방식으로 현우를 깨웠다. 큰 소리로 재채기하며 일어난 현우는 코를 긁적였다.
마법 지팡이 덕에 현우는 6시에 일어났다. 어제 늦게 잔 탓에 살짝 피곤했다. 하지만 학교에 일찍 등교한다고 생각하니 모범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 살짝 기분이 좋았다. 아침은 패스한 채,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했다.
아멜리아 중학교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기숙사와 학교는 거리가 꽤 있는 편이었다. 마법학교이긴 하지만 아직 아이들이 마법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과도 어울려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수업 시간에만 마법을 사용한다는 교칙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 걸어서 등교했다. 현우도 마찬가지였다. 현우는 휘파람을 불며 기숙사를 나와 학교로 향했다.
오전 6시 45분.
역시.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교문이 열려 있지 않았다. 현우는 닫혀 있는 교문을 보며 학교에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했다. 그냥 들어갈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쁜 짓을 하는 데 마법을 사용하긴 싫은데….’
어쩔 수 없었다. 현우는 몸이 가벼워지는 마법 주문을 사용했다. 어디든 날아갈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워졌다. 현우는 깃털같이 가벼운 몸으로 담을 넘었다. 모래바람이 학교 운동장을 날아다니다 현우를 보았다. 심심했던 모래바람은 반가운 듯 현우 가까이 왔다. 모래바람을 좋아하지 않는 현우는 인상을 쓰며 모래바람에게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모래바람이 잠깐 주춤하더니 다른 곳으로 휙 날아가 버렸다. 그 바람에 바지에 모래가 약간 묻었다. 더러운 것을 질색하는 현우는 모래를 털면서 건물 쪽으로 걸었다.
모래바람 말고 담을 넘은 걸 본 사람은 없겠지. 두리번거리며 걷던 현우는 뭔가를 발견했다. 이 시간에 학교에 뭐지? 자세히 보았다. 그 이상한 물체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사람이 이 시간에 왜 저기에 누워 있지? 도움이 필요한가? 현우는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현우는 그 일을 떠올리며 그 당시 나름의 정의감 비슷한 것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 이렇게 트라우마가 남는 정의감이 어디 있을까? 그런 어쭙잖은 정의감은 차라리 없었어야 했는데.
현우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괴로웠다.
내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를 말리고 싶다. 과제를 못 해서 혼나더라도 그 시간에 학교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그 형태에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 했다. 괜한 정의감을 가져서는 안 됐다.
그랬다면 그런 충격적인 장면을 보지 않았을 텐데.
현우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순간 주저앉고 말았다. 현우는 쓰러져 있는 사람이 강한 마법의 힘에 취한 사람이거나 도움이 필요한, 자신이 모르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이 아는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소중한 친구인 아름이었다. 그것도 피투성이의 아름이.
누가 알았다면 미리 말 좀 해주지.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속이었지만 피투성이가 된 아름이를 본 현우는 헛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구역질이 멈추지 않았다. 위액까지 토하고서야 겨우 구역질이 멈췄다. 평소 침착한 현우였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가방 바깥 주머니에서 지켜보고 있던 지팡이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우 대신 경찰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