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법 고사 마지막 날, 아멜리아 중학교는 한 해에 총 2번의 마법 고사를 친다. 마법 고사는 총 5일에 걸쳐 치는데, 아멜리아 중학교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험이다. 마법 고사를 잘 치면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마법부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마법부는 다른 곳보다 연봉도 높고, 마법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라 마법 학교에 다니는 아멜리아 중학교 학생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선망의 자리였다.
누구보다 좋은 성적이 간절한 민규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긴장했는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민규의 부모님은 민규의 마법 고사 성적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무엇보다 마법 고사를 망치면 쫓겨날지도 모를 정도로 엄한 분들이다.
민규는 항상 시험 때마다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최상위권의 성적을 받아오길 바란 부모님께 중하위권인 민규의 성적표를 가져갔다가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민규는 항상 쉴 틈 없이 공부만 했다. 머릿속이 복잡한 탓에 다른 아이들을 바라볼 때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항상 지쳐있는 민규에게는 자신을 위로해줄 친구도, 같이 수다 떨 친구도 없었다. 게다가 민규 부모님의 스펙은 민규와 다른 아이들의 거리를 더욱 멀게 했다. 민규 역시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 2학년이 되었고, 민규는 이번 시험을 위해 약 두 달간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몇 번이나 코피가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지난 4일간 친 마법 고사의 점수는 바닥이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지만, 민규의 머릿속은 부담감으로 새하얘졌다.
이번 시험도 망쳤다. 욕심을 너무 부려서 오히려 더 망친 것 같았다. 민규는 자신에게 화도 나고 또 집에서 쫓겨날 생각에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끝도 없이 침울한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시험이 끝나 다른 아이들은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느라 한창이었고, 교실은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했다. 마법 식물을 공부하기 위해 마법 정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민규가 바닥만 보며 걷고 있었다. 그때 뛰어오던 서우가 민규와 부딪쳤다.
“아! 뭐야? 조심 좀 하라고!”
민규는 인상을 쓰며 큰소리쳤다.
“미안해.”
“미안하면 다야?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리냐고!”
“미안하다고 했잖아. 어쩌라고!”
민규와 서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자칫하면 복도에서 싸움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다. 갑자기 옆에 있던 재원이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미안하다잖아. 에이~ 민규 네가 한 번 이해해주라.”
라고 하며 서우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
“이거 놔. 사과하는데도 나한테 시비잖아.”
“쟤 김민규야. 괜히 싸우지 마. 너만 마음고생해.”
“아, 쟤가 김민규야? 난 쟤 좀….”
두 사람은 민규와 멀어지면서 민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쳇, 안 들리게 이야기하든지. 이것들아, 다 들리거든. 누군 자기들이 좋은 줄 아나?’
민규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민규의 뚱한 표정과 항상 날이 서 있는 느낌. 학교에서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지 않는 김민규. 초등학교 때부터 늘 그랬다. 학교가 마치고 나면 늘 학교 앞에는 민규를 기다리는 커다란 차가 있었다. 항상 그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그 덕에 민규는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없었다.
“오늘 점심은 토마토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래. 뜨거운 우유랑.”
“으. 나 토마토 싫어하는데.”
“그럼 토마토는 나 주라.”
“좋아, 그럼 우유는 나한테 줘.”
점심시간.
아이들은 신나게 조잘거리며 점심을 먹으러 갔다. 민규를 챙겨주는 아이는 없었다. 민규 혼자 교실에 덩그러니 남았다.
늘 그랬다. 항상 집에서 근사하게 음식을 차려 먹기에 이까짓 점심 따위 한 끼 건너뛰어도 상관없었다.
“시시해.”
오늘도 점심은 건너뛸 생각이었다. 점심식사 대신 점심시간마다 가는 민규만의 비밀의 장소가 있었다. 그곳에 가면 조용히 생각도 할 수 있고, 마음의 위안도 얻을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마법 정원이었다. 마법 정원은 특이한 마법 식물이 많아 아이들이 굳이 가려하지 않는 곳이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마법 식물에게 해코지당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규는 그곳이 조용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곳에 가면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거나 듣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민규는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특히 고약한 마법 식물들이 많이 있는 곳 가까이 앉았다. 여기라면 누구도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시시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생각했던 거지만 진짜 학교는 시시해.”
민규는 혼잣말을 했다. 아무도 없어서 마음속의 말을 더 크게 할 수 있었다.
“아~~ 시시해. 이따위 학교, 왜 다니는지 모르겠어. 학교 다니기 싫다고.”
“어? 너 여기서 뭐 하냐?”
민규 뒤에 누군가 나타났다.
어? 여기는 아이들이 오지 않는 곳인데?
민규는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큰 소리로 말했는데, 속마음을 들켜서 얼굴이 빨개졌다.
“앗! 너 누구야?”
“나? 송아름. 너 혹시 음료수 마실래?”
“뭐? 됐어. 나 그런 거 안 먹어.”
“야, 너도 점심시간 땡땡이치고 여기 온 거 아냐? 점심 안 먹었잖아. 배 안 고프냐? 하나를 샀는데 하나 더 주는 거야. 안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거 맛있더라. 시원하니까 한번 먹어봐.”
“….”
“팔 아파. 빨리 받으라고.”
민규는 얼떨결에 아름이가 내민 음료수를 받았다.
“안 먹을 거면 버리든가 맘대로 해. 나 간다.”
“어어, 야. 너 어디가?”
민규는 음료수를 들고 당황하며 아름이를 불렀다. 하지만 아름이는 이미 민규에게 안녕하고 손을 흔들고 가버렸다.
“아, 진짜. 이 음료수를 버릴 수도 없고.”
민규는 난감한 표정으로 아름이가 준 음료수 뚜껑을 열었다.
어.
분명 시중에 파는 흔한 음료수였다. 그런데 그 음료수는 민규가 지금까지 먹은 그 어떤 음료수보다 달콤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