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후 도저히 학교에 계속 있을 자신이 없어, 현우는 집으로 갔다. 현관문을 열자 왜 이제 왔냐는 듯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는 귀염둥이 강아지 꼬미가 현우를 반겨주었다.
“많이 보고 싶었어?”
현우는 꼬미를 한 번 쓱 쓰다듬어주고 방으로 들어가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름이 생각이 떠오르자 다시 울컥했다. 눈물이 났다.
현우의 그런 마음을 느낀 걸까? 언제 왔는지 문가에서 꼬미가 장난감을 물고 꼬리를 흔들며 현우를 쳐다보았다. 꼬미를 보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현우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애써 미소를 짓고 꼬미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오랜만에 놀아줄까?”
꼬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삑삑 띠리링’ 현관문이 열리고 부모님이 들어왔다.
“꼬미야, 우리 왔다.”
“다녀오셨어요?”
“어머,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무슨 일이야?”
“아… 그게….”
현우는 차마 아름이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현우가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 서 있으니 현우의 아빠가
“에이, 일찍 오니 좋네. 우리 아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맛있는 저녁 먹자.”
부모님이 현우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날 저녁은 다른 날보다 훨씬 풍성했다. 저녁 식사는 현우가 좋아하는 메뉴로 가득했다. 부모님이 현우에게 이것저것 먹으라고 권했지만, 현우는 입맛이 없었다. 깨작깨작 먹는 현우를 보고 부모님은 걱정스럽게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현우의 부모님도 아름이의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혹시 그 일 때문에 현우가 저렇게 기운이 없을까 싶어 일부러 현우의 기분을 북돋아 주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꼬미야, 그나마 네가 현우를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아. 부탁해.”
일찍 잠자리에 든 현우 옆에 꼬미가 비집고 누웠다.
“꼬미야, 나 오늘 너무 힘든 일이 있었어. 지난번에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아름이 누나 기억나지? 그 누나가 오늘….”
현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부모님께 들리지 않도록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끅끅거리며 울었다. 옆에서 꼬미가 걱정스러운 듯 현우를 보며 낑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