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싸가지는 좀 없지만 그래도 툴툴거리는 말투와 다르게 은근히 아름이를 챙겨주는 아이였다. 아름이는 민규를 보자 무서웠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김민규!!”
아름이는 민규의 이름을 다시 크게 불렀다. 민규는 멍하게 있다가 갑자기 누가 자기의 이름을 부르자 놀라며 두리번거렸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좇다 아름이를 발견했다.
“... 송아름?”
민규는 잠시 멈칫하더니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아름이에게 따지듯 말했다.
“너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너 때문에 선생님께 혼났다고. 그리고, 놀다가 바로 가더니 학원은 왜 안 왔어? 지금이 몇 시야? 너 도대체 어디서 뭐 하다 온 건데?”
한참을 따지던 민규는 아름이의 얼굴을 살폈다.
“… 너 근데 얼굴은 왜 그래? 울었냐?”
민규의 말에 아름이는 갑자기 학교에서 들었던 이한영 선생님과 슈퍼마켓 아저씨의 대화, 경비아저씨에게 잡힐 뻔했던 것이 다시 생각났다. 아름이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민규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너, 너 갑자기 왜 그래? 뭔 일 있었어?”
아름이는 울음을 참느라 끅끅거리면서, 이한영 선생님과 슈퍼마켓 아저씨의 대화 내용은 빼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던 민규는 아름이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놀랐겠다. 그러게, 학교 가지 말고 그냥 학원이나 오지 뭐하러 학교에 가서 그 꼴이야.”
“위로나 해주지, 꼭 그렇게 말해야 후련하냐?”
“됐고, 집으로 돌아가자. 시간도 늦었는데 바래다줄게.”
민규가 같이 있어서 아름이는 무서웠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민규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다 왔어. 또 다른 데로 새지 말고 바로 들어가. 알았어?”
“응, 고맙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방으로 돌아온 아름이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가 아름이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포근한 침대에 누우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 참. 마법 지팡이.”
아름이는 마법 지팡이를 생명의 물에 꽂아 마법 에너지를 충전했다.
아까 학교에서 겪었던 일은 잊기로 했다. 자신만이 그 일을 잊고 평소처럼 생활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괜찮아졌다. 편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다음날.
아름이가 교실에 들어서자 친구들이 아름이를 반겨주었다. 민규도 있었다. 민규는 아름이 곁으로 와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어제 잘 잤지? 또 다른 데 샌 거라면 진짜 선생님께 말할 거야.”
“다른 데 안 샜거든? 메롱이다.”
첫 번째 수업은 이한영 선생님의 수업이었다.
아름이는 선생님을 보자 어젯밤에 자신이 들었던 내용이 다시 떠올랐다. 애써 그 기억을 지우고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기척을 숨기는 마법도 사용했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아무도 자신이 그 대화를 들었다는 걸 모를 것이다. 그런데도 마음이 불안했다. 아름이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달래고 수업을 들었다.
뭔가 이상했다. 선생님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이한영 선생님은 아름이가 질문을 해도 대답해주지 않고, 자꾸 투명 인간 취급을 했다. 혹시 어젯밤에 내가 거기서 대화를 엿들은 걸 알고 있는 건가? 만약 나를 봤다면 어떻게 하지? 아름이는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런데 다른 수업 시간에도 비슷했다.
모든 선생님이 아름이를 투명 인간처럼 대했다. 담임 선생님인 김혜림 선생님만 아름이를 평소처럼 대했다.
‘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정말 어젯밤의 일을 알고 있나? 근데 그러면 왜 담임 선생님은 안 그러는데?’
아름이는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 만약 그 일 때문이라면…. 아름이는 지금의 상황이 무섭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마음을 다독이기로 했다. 스스로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착각이겠지 생각하려 노력했다.
며칠이 지나도 아름이를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는 좋아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심해졌다. 선생님들이 가끔 쉬는 시간에 불러서 아름이에게 솔직히 말하라며 압박하기도 했고, 시험을 잘 쳤는데도 아름이의 점수만 이상하리만치 낮기도 했다. 마법 식물을 잘못 사용해서 아름이만 위험할 뻔한 적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는 위험한 마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이상하게 느꼈다. 왜 아름이만 자꾸 저렇게 점수도 낮게 주고 무시하는 거지?
비슷한 일이 지속되자 아름이도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 너무 힘들 때는 학생 관리부에 찾아가 자신의 상황을 말해보기도 했다. 학생 관리부에서 말로는 그런 일이 있냐고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그 뒤로 달라지는 건 전혀 없었다.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아니, 상황은 점점 심해졌다.
아름이는 가만히 있었는데 친구들이 오히려 선생님에게 아름이에게 왜 이러시는 거냐고 따지기도 했다. 아름이에게도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지 말고 따지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름이는 친구들이 고마웠지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선생님들이 아름이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아름이는 어색하게 웃었다. 선생님들이 친구들에게 말한다면, 친구들도 똑같이 보복하겠다고 협박했다. 친구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아름이는 혼자서 이 상황을 견뎠다.
한 달이 지났다.
항상 밝았던 아름이 얼굴에서 생기가 없어졌다. 선생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아름이를 괴롭게 했고, 아름이는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고 있었다. 힘들고 지쳐 보였다. 친구들이 아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었지만 아름이는 쓸쓸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주일 후, 아름이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