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8

비밀

by 혜림

그때 옆 교실에서 까랑까랑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이한영 선생님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학교에?

이상했지만, 선생님도 잊고 온 물건이 있어서 그것을 가지러 온 건가 보다 생각했다. 선생님한테 들키면 괜히 혼날 것 같아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런데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이한영 선생님 말고 누군가가 또 있었다. 두 사람이 대화하고 있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남자 목소리였다.

이 늦은 시간에 선생님은 여기에 왜 왔으며 저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아름이는 궁금한 마음에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들킬까 봐 기척을 숨기는 마법을 사용했다. 아직 기척을 숨기는 마법을 잘 사용하지는 못해도 이 정도 거리라면 저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 작고 밖에 비까지 내리고 있어 대화가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다. 대화가 드문드문 들렸다.

저 남자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 봤는데.

한참 만에 누구의 목소리인지 생각났다. 이 목소리는 학교 앞 슈퍼마켓 아저씨의 목소리였다.

아름이는 두 사람의 대화에 좀 더 집중했다. 대화 내용을 듣던 아름이는 온몸이 굳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엊그제 주영이까지…. 어제 몇 명만 모으면 되겠군요.”

“얼마 정도 더 필요한가요?”

‘이게 무슨 소리지? 몇 명? 주영이? 설마… 실종된 아이들을 말하는 건가?’

주영이는 며칠 전에 실종된 아이였다. 아름이는 똑똑히 기억했다. 주영이의 부모님이 수척한 얼굴로 자기 손을 잡으며 주영이를 본 적 있느냐고, 혹시 주영이에 대해 작은 것이라도 생각나거나 알게 되면 말해달라고 애원했던 일이.

아이들이 몇 번 실종되었다. 아름이가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도 학생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몇 번 있었다. 1학년 말에는 아름이가 좋아하던 선배도 실종되었다.

오늘 아이들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누군가가 실종될 때마다 학교에서 괴물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고 한다. 목격자마다 괴물을 다르게 묘사했다. 누군가는 귀가 무시무시하게 컸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기다란 이빨이 달빛에 하얗게 빛났는데 그 이빨에 물릴 뻔했다고 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괴물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고도 했다. 그 외에도 많은 목격자가 있었는데 공통된 목격담은 없었다.

아, 공통점이 딱 하나 있었다. 어떤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법이 제일 센 3학년 대표 선배가 그 괴물과 마주쳤는데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강한 마법을 사용했지만, 그 괴물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도 자신들의 마법도 통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괴물이 하나인지 여럿인지 알 수 없고, 학교 대표 선배의 마법까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괴물의 존재를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게 했다. 불안한 마음에 몇몇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일은 없다며 웃어넘겼다. 그러니까 그 괴물의 존재는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학생들 사이에서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중이었다.

괴물과 함께 사라진 아이들은 조용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친구가 실종되었는데도 학교가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또 이상한 것이 며칠이 지나면 다들 실종 사건을 잊어버렸다. 절대 일부러 잊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실종 사건이 있었다는 건 기억했지만 실종된 아이가 정확하게 누구였는지, 언제 실종됐는지 등의 기억이 안개처럼 흐려졌다. 그래서 실종 사건이 큰 소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한영 선생님과 슈퍼마켓 아저씨가 그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필 아이들한테 괴물 이야기를 들은 날 이런 이야기까지 듣다니. 저 이야기와 괴물과 관련된 이야기 사이에 분명히 연관이 있었다.

솔직히 아름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을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두려웠다.

만일 내가 듣고 있는 내용들이 진짜라면. 아름이는 지금 당장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대 들키면 안 된다.

두려운 마음에 기척을 숨기는 마법의 힘을 최대로 발휘했다. 최대한 기척을 숨기고 복도를 달렸다. 복도 끝이 보였다. 마법의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마법의 힘을 보충하기 위해 잠깐 마법을 풀었다.

그때였다.

번개가 쳤다. 아름이 옆에 있던 창문에서 번쩍하고 빛이 비쳤다. 순간 아름이가 있는 복도가 환하게 밝아졌다. 아름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헉. 아름이는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하필 이한영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던 남자가 아름이를 보았다. 그러나 아름이는 그 남자를 보지 못했다.

잠깐 숨을 가다듬은 아름이는 다시 기척을 숨기고 조심스럽게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해서 주변을 살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더는 기척을 숨기는 마법을 사용할만한 힘이 없었다. 이 정도라면 기척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도 얼굴을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름이는 후드티 모자를 뒤집어썼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현관이 보였다. 휴, 안심했다.

그때 저벅저벅 하는 경비아저씨의 발소리가 들렸다. 놀란 아름이는 다시 계단 위로 올라가 숨었다. 잔뜩 웅크리고 경비아저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경비아저씨는 아름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발소리가 어느 정도 멀어졌다.

휴.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어두워서 잘 안 보였던 탓인지, 무언가에 발이 걸려 계단에서 굴러 넘어졌다. 우당탕 큰 소리가 났다. 발목이 욱신거렸다. 아, 아파. 하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거기 누구야!!”

경비아저씨의 고함에 아름이는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절대 잡혀서는 안 된다. 접질린 다리가 땅에 닿을 때마다 너무 아파 절뚝거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름이는 아까 들은 이야기가 귀에 맴돌았다. 너무 무서웠다. 열심히 뛰었다. 점점 다리가 부어올랐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번화가까지 숨도 쉬지 않고 뛰었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마음이 놓였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마법 지팡이는 언제 마법 에너지가 다 된 건지 불빛도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터덜터덜 걷다 보니 민규와 같이 다니는 학원 건물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이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벌써 학원 시간이 끝난 모양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학교에 있었던 걸까.

민규가 보였다. 마음 같아서는 누구라도 반가울 것이다. 하물며 절친인 민규가 당연히 반가울 수밖에.

“김민규!”

아름이는 큰 소리로 민규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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