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하늘에서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으. 이런 날은 진짜 싫은데.’
밤중의 학교는 스산함. 그 자체였다.
학교에 오면서 발에 묻은 진흙이 아름이가 걸을 때마다 발아래서 질퍽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반대로 운동장의 모래바람은 그녀를 반기듯 둥실둥실 떠다니며 웃는 얼굴 모양을 만들어 아름이를 둘러쌌다.
‘안 그래도 무서운데 얘들은 또 왜 이렇게 나한테 아는 척하는 거야?’
“저주가 온다, 저주가…!”
진흙과 모래바람이 소리쳤다.
아름이는 진흙과 모래바람의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아름이가 자신을 무시하자 모래바람은 다른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번개가 치며 학교가 순간 번쩍하고 밝아졌다. 날씨가 점점 더 안 좋아지나 보다. 현우랑 같이 올걸. 아름이는 혼자 학교에 온 걸 후회했다. 학교 건물 현관에 들어서자 더욱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름이는 어둠을 싫어했다. 아니, 솔직히 어둠을 무서워했다. 그런 아름이가 아무도 없는 어두운 학교에 오는 것은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오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내일 엄청나게 중요한 과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과제를 하려면 말하는 공책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깜빡하고 말하는 공책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이다.
아름이는 친구들과 늦게까지 재미있게 놀고 집 앞에서 갑자기 과제가 생각났다. 꼭 해야 하는 과제인데 노느라 아예 잊었다. 아마 현우도 과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름이는 한참 고민했다. 집에 들어가서 편하게 자고 과제는 내일 할까, 아니면 다시 학교에 돌아가서 말하는 공책을 가져와서 과제를 하고 잘까.
아름이는 다시 학교로 발길을 돌렸다. 이 늦은 시간에 학교에 다시 가는 것이 무섭기는 했지만 아름이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그래서 과제를 하지 않는 것보다 늦더라도 말하는 공책을 챙겨 과제를 하고 자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우도 과제를 안 했을 텐데 내일 내 과제를 보여줘야지.
친구를 챙겨줄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아멜리아 중학교의 여러 수업 중 특히 마법 수업은 수업을 원활히 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과 과제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준비물과 과제를 꼭 챙겨야 했다. 준비물을 챙겨 오지 않거나 과제를 하지 않으면 마법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었다. 제대로 된 마법 능력을 익히기 위해 마법 수업은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아름이는 마법 과제는 꼭 하는 편이었다. 평소였다면 바로 과제를 했을 텐데 오늘 시험을 망친 봄이가 속상하다고 울고불고하는 바람에 봄이를 달래느라 다 함께 늦게까지 놀다가 과제를 잊어버렸다.
만약 말하는 공책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만큼 마법의 힘이 강했다면 소환 마법을 사용해서 바로 말하는 공책을 소환할 수 있었을 텐데.
아름이는 투덜거리며 말하는 공책을 가지러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곧장 교실이 있는 건물 2층으로 향했다.
수업을 마친 학교는 아무도 없어서 고요했다. 건물 밖은 비가 내리고 시끄러웠지만, 학교 안은 조용했다. 어두운데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학교라니.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온갖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하필 오늘 낮에 아이들끼리 학교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이 괴물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했다. 아름이는 겁이 많아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귀를 반쯤 막고 들었다. 학교가 오래된 만큼 학교와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선생님이 들어오시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겁이 많은 아름이에게는 이야기가 끊긴 게 다행이었다.
만약에 지금 그 괴물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복도에서 갑자기 아이들에게 들었던 그 괴물들이 나타날 것 같았다. 게다가 교장 선생님들의 동상이 있는 복도를 지나갈 때는 그 동상들이 모두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아름이는 무서움을 꾹 참으며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의 낡은 나무 바닥이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학교가 조용해서 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삐걱거리는 소리에 더 긴장되었다.
교탁을 중심으로 네 번째 줄 세 번째 자리, 아름이의 자리였다.
책상 서랍 안에 말하는 공책이 끼어 있었다. 말하는 공책은 아름이를 보자마자 말하기 시작했다. 말하는 공책은 마법의 힘을 강화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장점을 묻을 만한 엄청난 단점이 있었다. 너무 수다스럽다는 것이다. 말하는 공책을 처음 본 사람들은 공책이 말하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말하는 공책에게 이말 저말 걸어 보았다. 하지만 하나같이 시간이 지나면 제발 말하는 공책의 입을 다물게 하는 마법을 알려달라고 애원했다. 그 정도로 말하는 공책은 엄청난 수다쟁이였다.
조용하고 어두운 학교에서 공책이 말을 하다니. 말하는 공책이 수다를 떨기 시작하자 더 무서웠다. 괜히 말하는 공책이 얄미워졌다. 말하는 공책의 입을 다물게 하려고 공책을 품 안에 꼭 안았다. 공책은 말을 하지 못해 버둥거렸다. 아름이는 말하는 공책을 더 세게 꽉 안았다. 결국 아름이가 이겼다. 말하는 공책은 풀이 죽었다. 그 틈에 마법 지팡이로 공책이 또 말하지 못하게 꽁꽁 묶었다. 말하는 공책이 조용해지자 아름이가 교실을 나가기 위해 공책을 들고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