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는 처음 아름이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조사받았다.
경찰들은 뻔한 내용을 질문했다. 아름이의 시체를 언제 발견했는지, 이른 시간에 학교에 갔던 이유가 뭔지, 아름이와 현우는 무슨 사이인지 등이다.
현우는 자신이 지금 무슨 상황인지, 뭘 본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표정이었다. 현우는 경찰이 질문하는 말에 횡설수설했다. 오늘 본 것과 아름이에 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서 도저히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다고 하는 편이 맞다.
현우는 마지막으로 본 아름이의 모습이 떠올라 고통스러운데, 경찰은 현우의 기분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제대로 대답할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계속했다.
현우는 아름이를 위해서라도 기억을 더듬으며 자기가 봤던 그 상황을 생각해내야 했다. 내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무엇이라도. 하지만 현우는 아무리 해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그 순간의 기억 자체가 사라진 것 같았다. 그 상황을 떠올릴수록 머릿속이 새하얗고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질 때쯤 경찰의 조사가 다 끝났다.
조사가 끝난 후, 현우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왼쪽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이 안정되는 마법을 사용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도저히 진정되지 않았다.
학교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귓속말로 수군거렸다. 어쩌면 자신을 보면서 이야기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현우는 그리 느껴졌다.
“나한테 아름이에 대해서 왜 묻는지 모르겠어. 아름이라는 아이와 친했냐? 언제 만났냐? 하고 막 묻더라니까.”
소정이가 아까 경찰들한테 조사받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현우의 마법 지팡이가 빠르게 신고한 덕에 아름이의 사고 현장은 다른 아이들이 등교하기 전에 정리되었다. 반 아이들은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아이들이 자기에게도 아름이에 관해 이야기할 것 같았다. 지금 상황으로는 아름이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도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누군가 현우의 등을 치며 말했다.
“현우야, 어떻게 된 일이야? 밖에 엄청 소란스럽던데. 무슨 일 있었어?”
이 봄이다. 현우는 이 상황을 친구들한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머리가 지끈거렸다.
“너, 이상한 짓이라도 했냐? 경찰들한테 조사받고 있던데.”
김민규다. 현우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얘는 어쩜 이렇게 얄미울까.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내가 지금 뭘 봤는지 알까.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알면 이렇게 평온하게 앉아서 공부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얘는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점수가 안 나온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얘 부모님은 마법으로 유명한 분들인데.
아무튼 친구들이 이야기를 들으면 놀라고 충격을 받을 것 같아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친구들도 알게 될 거니까, 그래도 제일 먼저 알게 된 내가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하, 모르겠다. 현우의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보다는 나에게 듣는 것이 낫겠지.
“얘들아…. 그게, 저…. 사실.”
현우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친구들에게 오늘 아침에 자신이 겪었던 일을 차분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다 보니 오늘 자신이 어떤 일을 겪은 건지 실감 났다. 아까 경찰이 조사할 때 나오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애써 참았다. 다른 아이들은 아름이의 죽음을 모르는데 자신이 울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 같았다. 또 자신이 울지 않고 이야기해야 친구들도 덜 울 것 같았다.
현우가 이야기하는 동안 봄이, 지연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물만 글썽거리며 입을 막고 들었다. 민규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이지?”
를 반복했다. 현우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결국 울음이 제일 많은 지연이가 울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을 애써 참고 있던 현우도 친구들이 우는 모습에 눈물이 터졌다. 다른 아이들이 네 사람의 우는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네 명의 아이들이 진정될 때쯤, 김혜림 선생님이 들어왔다. 선생님의 표정도 안 좋아 보였다.
“얘들아, 다들 조용히 하고 자리에 앉아 줘. 오늘 학교에 사정이 생겨서 제대로 된 수업이 힘들 것 같아. 너희끼리 조용히 자습해.”
아이들은 교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평소 절대 자습 시간을 주지 않는 선생님이 자습을 주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 아이도 몇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분위기에 묻혀버렸다.
네 사람은 생각했다.
우리도 만약 그 일을 몰랐다면 저 아이들처럼 웃으면서 자습도 안 하고 있었겠지. 아니, 아름이가 죽지 않았다면 자습 없이 수업했겠지. 수업해도 좋으니까, 다시 아름이가 돌아와 주면 좋겠다.
“다들 조용, 선생님이 분명히 자습하라고 했어. 딴짓하다가 걸리면 공작 깃털로 발바닥을 간질이는 마법을 사용할 거야. 다들 책 펴고 자습하고 있어.”
“간질이기 마법은 너무 심하잖아요. 그건 진짜 참기 힘든데.”
“그러니까 조용히 하고 자습하렴.”
평소 김혜림 선생님이었으면 절대 자습을 주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도 충격받은 게 틀림없다.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 버렸다.
매일 웃고 다니는 현우 보고 그만 웃으라고 하면서 자기가 더 신나게 웃던 이 봄, 평소 같았으면 까칠하게 말했을 김민규도, 친구들의 말에 잘 웃어주던 서지연도, 모든 게 너무 부자연스럽다.
“근데 현우야, 아름이 왜 그런 거래…?”
“글쎄, 그건 나도 잘…. 말씀 안 해 주셨어.”
“자살한 거야?”
“모르겠어.”
“그건 모르지. 자기 딴에는 힘든 일이 있었을 수도 있어.”
김민규다.
항상 부정적이다 싶으면 꼭 얘다. 하여간 사람 진 빠지게 하는 데에는 선수다.
“그렇긴 하지만, 아름이가 항상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으면 다 털어놓자고 했잖아. 근데 아름이가 말을 안 했다고? 그러면 나 되게 속상할 것 같아.”
“그럼 아름이 자살이 아닌 거 아니야?”
“그건 아니야.”
“이현우 네가 어떻게 알아?”
“경찰들이 얘기하는 거 들었어. 타살 흔적은 없대.”
“그럼 자살은 확실한 거네?”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
“어? 왜?”
“몰라, 그냥 얘기하기 싫어.”
민규는 아름이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갑자기 봄이가 물었다.
“…김민규, 너 뭐 찔리는 거라도 있냐?”
“뭐? 미쳤어? 갑자기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데?”
“네가 아까부터 자꾸 초 치잖아. 아름이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싫어하고.”
“슬퍼서 그런 거지, 슬퍼서. 계속 얘기하다간 또 울 것 같아서. 넌 무슨 얘기를 그딴 식으로 하냐?”
“미안하다. 사람이 꼬여서. 근데 너보다는 아니거든?”
“야, 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말이 심한 건 너지.”
“뭐? 야! 네가 먼저….”
“다들 그만해. 지금 뭐 하는 거야?”
조용하던 지연이가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지연이가 이렇게 화내는 건 처음 봤다.
“미안해….”
“나도 미안해….”
이 모든 게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