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토독
경찰서를 나온 김혜림은 하늘을 보며 바깥으로 손을 뻗었다. 손바닥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봄비인가. 김혜림은 마법 지팡이를 살짝 흔들어 방수 마법으로 몸을 감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차들이 지나가면서 내는 물소리….
길가가 소란스러웠지만, 그 어떤 소리도 김혜림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아름이가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제자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안타까움 등 여러 감정이 뒤엉켜 힘들었다. 분명 비를 맞지 않으려고 마법을 사용했지만, 비를 맞은 것처럼 몸은 으슬으슬 떨리고 귀에는 삐 하는 소리만 들렸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한참 걸은 덕인지 조금 마음이 추슬러진 것 같았다. 김혜림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자신이 슬퍼하고 괴로워한다고 해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우울해하는 것보다는 아름이를 생각해서 힘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다.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가슴에 맺혀 있는 것 같았다. 체한 건가 싶어 가슴을 쳐봐도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수업 종이 울렸다. 교실에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업하기 힘들었다. 교실에 들어가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얘들아, 다들 조용히 하고 자리에 앉아 줘. 오늘 사정이 생겨서 제대로 된 수업은 못 할 것 같아. 그래서 너희끼리 조용히 자습해야 할 것 같아.”
아무것도 모르는 반 아이들은 수업이 빠져서 신났다. 교실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렀다.
김혜림은 생각했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즐거워서 다행이다. 자습은 몇 번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 그래도 괜찮으니까, 다시 아름이가 돌아와 주면 좋겠다.
김혜림은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 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교무실 문을 열었다.
교무실 안은 생각보다 평화로웠다. 김혜림도 자신도 아이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마음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애써 웃는 표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물론 아름이에 대한 마음이 괜찮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아름이 일을 미리 이야기해서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았다.
김혜림은 아름이의 죽음에 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김혜림은 우선 아름이의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에 자신이 담임으로서 놓친 것이 있는지 기록들을 다시 꼼꼼히 살폈다. 그리고 반 아이들에게 아름이의 평소 학교생활에 관해서 물어보기도 했다.
나름의 방법으로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책임감 같은 것이었다. 내 제자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밝혀서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억울함이 있다면 그것을 풀어주고자 하는.
그런데 조사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미궁에 빠지는 것 같았다. 아름이는 죽을만한 아이가 아니었다. 게다가 아름이의 죽음에는 작은 의혹이나 빈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점이 김혜림을 더 의심스럽게 했다.
며칠이 지났다.
아름이의 학교생활을 조사하던 김혜림은 환기시킬 겸, 창문을 열었다. 따스한 햇볕과 바람이 느껴졌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적당히 따뜻한 햇볕과 바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하고 화창한 날씨였다.
이런 날에는 아이들과 야외 수업하면 진짜 좋은데….
잠시 창밖을 보던 김혜림은 아름이와 함께 어울려 다니며 항상 오 총사로 뭉쳐 다니던 아이들을 아직 부르지 않았다는 게 생각났다. 그 아이들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이 없을까? 친했던 아이들이니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
김혜림은 현우, 민규, 지연, 봄이에게 전령을 보냈다.
“이현우, 김민규, 서지연, 이 봄 이 네 명에게 나에게 오라고 해줘. 다른 아이들에게는 알리지 말고 조용히 불러와.”
전령은 빠른 속도로 네 사람을 찾으러 갔다.
“선생님, 저희를 찾으셨다고 해서요.”
“맞아. 여기 잠시 앉아 볼래? 너희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너희들 아름이랑 친했잖아.”
짧은 정적이 흘렀다.
“송아름 이야기라면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도 지금 힘들고 괴로워요. 아름이 이야기는 더 이상하지 말아 주세요.”
민규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교무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민규야, 같이 가! 야! 김민규!!”
나머지 아이들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저희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민규가 아름이랑 아주 친했거든요. 그래서 민규가 많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선생님…. 저희도 아름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
“지연아, 울지 마. 선생님은 아직 아름이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너희를 속상하게 하려고 부른 건 아니야. 너희도 알겠지만 아름이가 … 자살…이라니. 믿기지 않아서…. 너희들은 혹시 아는 게 없니?”
“네….”
“그래, 알겠다. 나도 너희와 같은 마음이란다.”
“선생님, 혹시 아름이에 대해 뭔가 더 알게 되시면 저희에게도 알려주세요.”
아이들이 나가고 김혜림은 생각했다.
‘그래. 저 아이들도 아직 아이들인데 내가 너무했어. 쟤들도 아름이 생각에 괴로울 텐데….’
김혜림은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타살이 아니라고 했으니 아름이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을 거야. 아름이를 힘들게 하던 그런 것이. 그게 뭘까? 도대체 무엇이 우리 아름이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걸까?’
이리저리 열심히 알아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아름이에 대한 조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그래도 반 아이들과 상담한 결과 몇 가지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자신 외의 다른 선생님들이 반 아이들 생각에 이상할 정도로 아름이를 무시한 것, 아름이의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 것.
이 두 가지가 계속 김혜림의 마음에 걸렸다. 다른 선생님들에게 아름이에 관해 슬쩍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다들 아름이의 이야기만 나오면 자리를 슬슬 피했다. 아름이의 죽음과 관련해 자신은 모르지만 다른 선생님들은 알고 있는 무언가가 더 있는 것이 확실했다. 분명히 아름이의 죽음에 학교나 다른 선생님들과 관련된 무언가 있었다.
김혜림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아름이는 자살할 아이가 아니라고.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끝까지 알아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혜림은 아름이가 평소 꼭 가보라고 말했던 공원으로 향했다. 아까 아름이와 친했던 네 명과 이야기하면서 아름이가 이곳을 추천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김혜림은 공원 벤치에 앉아 아름이가 죽기 전과 죽은 후에 사람들의 행동을 떠올리며 비교해보았다. 그녀는 그곳에서 조사한 내용을 정리했다. 교감 선생님의 말과 다른 선생님들의 아름이의 죽음에 대한 반응, 또 학생들의 반응과 민규, 현우, 봄이, 지연이의 말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있자니 그동안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녔지만, 결국 제자리인 것 같았다. 아름이의 죽음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알아내거나 밝힐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