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밝고 상쾌한 날이었다. 새벽 동이 트는 시각 새들은 노래를 불렀고, 바람도 산뜻했다.
“음 산책하기 좋은 날씨군.”
아멜리아 중학교 교장은 기분 좋게 걷고 있었다. 교장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이유는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 상쾌하게 일어났고 아침밥은 자신의 취향에 맞았으며 양말도 뒤집어 신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교장의 얼굴은 여느 날보다 생기가 넘쳤다.
사람들도 교장을 보고 한 마디씩 건넸다.
“교장 선생님,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교장 선생님, 오늘따라 젊어 보이세요!”
“교장 선생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교장은 점점 더 기분이 좋아졌다. 교장은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 뒷산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교장은 이 산책로를 따라 매일 걸었다. 하루 두세 번은 다니는 길이다.
학교 뒷산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자 갑자기 표현하기 힘든 싸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까지 좋았던 기분을 덮어버릴 만큼 기분이 좋지 않아 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뭐지?
교장은 불안한 마음으로 서둘러 산책로를 걸었다. 뒷산에 있는 허름한 창고에 도착했다. 허름한 창고의 느낌이 평소와 달랐다. 이상했다.
사실 그 창고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허름하게 위장해두었지만, 학교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석이 비밀스럽게 보관되어있는 곳이다. 교장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보석 위에 벽을 만들었다. 그것도 불안해서 마법 버섯을 심고 그 위에 작고 소소한 마법으로 먼지로 뒤덮어 두었다. 강한 마법을 쓰면 오히려 마법의 기운을 느끼게 될까 봐 작은 마법을 여러 겹 걸어 두었다. 여러 안전장치를 사용한 것이다. 마법 먼지와 마법 버섯은 이곳을 낡게 보이게 해서 이곳을 의심하거나 궁금증을 갖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강하지는 않지만, 보석이 가진 마법의 기운을 봉인하는 힘도 있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오랫동안 누구도 사용하지 않은 허름하고 낡은 창고 같았다. 게다가 창고가 너무 허름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누구도 그런 곳에 학교의 보석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완벽한 위장이었다. 교장은 그 허름한 창고를 볼 때마다 보석을 완벽하게 숨겼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그 뿌듯함을 느끼려고 일부러 허름한 창고 근처로 산책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분명히 이 정도의 거리면 보석의 기운이 느껴져야 했다. 그런데 보석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으며 보석이 있는 창고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창고 바로 앞까지 왔다. 그런데도 보석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자기 감각이 무딘 편이라고 해도 분명히 보석의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교장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허름한 창고의 문을 벌컥 열었다. 교장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갔다. 창고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보석을 숨겨 놓았던 벽은 다 파헤쳐져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나뭇가지와 돌멩이 여러 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분명 미약한 힘이지만 마법 버섯으로 봉인까지 해뒀는데 어떻게 한 것인지 마법 버섯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마법 버섯이 그렇게 쉽게 색이 변할 리가 없는데. 게다가 마법을 걸어 두었던 작은 먼지들도 어디로 갔는지 모두 사라졌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작은 봉인들이 부서져 버린 걸 보자 사색이 되었다.
그렇다면 보석은?
교장은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맨손으로 보석이 있던 벽을 파헤쳤다.
이럴 수가. 보석이 하나도 없었다. 학교의 보석이, 나의 보석이.
“없다…. 없어!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교장은 소리를 질렀다. 행복했던 기분이 한순간에 깨져 버렸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 몇백 년(어쩌면 몇천 년)을 지키고 있었던 보석이었다. 보석을 도대체 누가 가져갔을까? 혼란스러웠다.
침착하게 생각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침착해지지 않았다. 창고 안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교장의 마음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창고 안에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여기를 벗어나야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창고에서 교장실까지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교장의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교장실 의자에 털썩 앉아 초조한 마음을 다독이려 손과 발을 까닥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불안했을 때 나오는 교장의 습관이다.
“누구지…? 누굴까…? 언제, 왜?”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났다. 들키지 않게 하려고 마법을 사용해 위장까지 해 놓았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솟구쳐 올랐다. 주먹을 꽉 쥐고 책상을 내리쳤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잃어버린 보석을 다시 찾을 수는 없었다.
말하는 동상 때문인가? 말하는 동상도 보석의 진실에 관해 다 알지 못한다. 게다가 말하는 동상이 보석에 관해 말했을 리가 없다. 말하는 순간 자신이 어떻게 되는지 알 텐데 함부로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말하는 동상 외에 학교의 보석에 관해 아는 자는 거의 없다. 학생들이 가끔 보석에 관해 묻기는 했지만, 자신도 대답한 적이 없다.
창고를 허름하게 보이게 만들어서 창고에 들어가고 싶지 않도록 마법도 걸어 놓았다. 그 마법을 깨고 그곳을 들어가려면 아주 강한 소망이 있어야 한다. 그 정도로 강한 소망이 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아주 강하게 소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해도 굳이 창고까지 찾아갈 이유는 안 된다.
머리가 복잡했다. 지금까지 보석이 사라진 일은 없었다. 교장은 거의 매일 뒷산에 올라갔다. 최근 사흘간 학교의 일이 너무 바빠 그 창고에 가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사흘 동안 누군가 다녀갔다는 뜻인데…. 그곳에 보석이 있다는 걸 알고 그것을 훔쳐 갈 사람이 도대체 누가 있을까?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선생님 중 한 명일까? 아니야. 요즘에 학교나 나에게 불만을 품거나 악의를 품고 있는 선생님은 없었어. 게다가 아멜리아 중학교는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으니 외부인은 절대 아니지. 그렇다면 학생이?”
학생이라면 가능성이 있었다.
뒷산은 본래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은 어딜 돌아다닐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그런데 왜? 학생이 가져갔다면 왜? 아무리 생각해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혼자 해결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교장은 점심시간에 모든 선생님을 모아 회의를 진행했다.
“모두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안입니다. 흠흠, 우리 학교의 보석을 다들 아시지요? 오늘 아침에! 그 보석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
학교의 힘을 유지하는 보석이 학교에 존재한다. 그 보석 덕분에 아멜리아 중학교가 마법의 힘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보석은 학교 어딘가 숨겨져 있고 그 장소를 아는 사람은 교장뿐이다. 선생님들이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그 보석을 도난당했다니.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들 당황했다. 당연히 잘 보관되어있을 거로 생각했던 보석이 사라졌다니. 보석의 존재를 몰랐던 선생님들도 무슨 보석이 있었어? 하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래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교장 선생님?”
“그걸 의논하려고 불렀습니다. 좋은 의견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다들 웅성거릴 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교장이 한숨을 크게 쉬더니 길게 이야기했다. 교장의 말을 정리하면 이러했다.
‘그 보석들은 학교의 힘을 유지하는 중요한 물건이니 반드시 찾아야 한다. 만일 보석을 찾는데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그렇게 한다. 모든 선생님이 한마음이 되어서 보석을 찾아야 한다. 만일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학생들의 도움을 받자. 외부인의 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건 학생들의 짓일 가능성이 크다. 아마 학생들은 그 보석들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니 학생들이 가져갔어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혹할 만한 내용을 내걸자. 그러면 보석을 가지고 올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학교 전체에 이런 공고 하나가 붙었다. 공고 내용은 이러했다.
학교의 보석이 사라졌습니다.
혹시 보석을 발견한 학생이나
보석을 소지하고 있는 학생은
교무실로 와주기를 바랍니다.
에메랄드 : 싱그러운 초록빛을 띠고 있음
루비 : 장밋빛의 빨간색임
다이아몬드 : 물처럼 투명하고 빛에 반짝임
사파이어 : 깊은 바다가 떠오르는 파란빛을 띰
-보석을 찾을 시-
· 마법 시험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
· 가산점 추가
등 여러 혜택이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아멜리아 중학교장 엘리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