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47

by 혜림

토독


갑자기 하늘에서 봄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봄비다.”

봄이가 갑자기 일어서서 창문을 활짝 열었다.

현우와 지연이도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봄이는 창문에 서서 들이치는 비를 맞았다.

5분쯤 지났을까, 비를 맞고 홀딱 젖은 봄이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다 젖었네. 그래도 마음 식히기엔 이만한 게 없지.”

현우는 젖은 봄이를 보며 운동할 때 쓰던 수건을 가방에서 꺼냈다.

봄이에게 건네기 전 수건 냄새를 맡았다. 수건에서 냄새가 약간 나는 것 같긴 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조심스레 수건을 건넸다. 봄이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수건을 받았다.

봄이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머리가 거의 다 말랐을 때, 봄이는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부모님과 사이가 괜찮은 편이야. 그래서 그런지 김민규를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래도 우리끼리 고민하는 것보단 김민규, 그 자식이랑 같이 헤쳐 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그 자식 잡으러 가자.”

봄이의 말을 듣고 지연이가 동의하듯 씩 웃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현우의 마음도 편해졌다. 현우는 민규를 믿고 있었지만, 민규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봄이의 말을 듣자 안심되었다.


지연이가 봄이의 젖은 옷을 보고 물었다.

“그런데 너 갈아입을 옷은 있어?”

“아니? 없는데?”

“내 체육복 여벌 있는데 가져다줄까?”

“그럼 고맙지.”

지연이는 체육복을 가지러 갔다.


봄이 머리는 말랐지만, 옷은 비에 젖은 그대로다. 봄과 여름 사이의 5월 밤. 아직 조금은 쌀쌀한 계절이다. 열린 창문으로 쌀쌀한 공기가 들어왔다.

공기가 닿자 봄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보고 현우는 말없이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봄이 어깨에 둘렀다.


“어?”

“추워 보여서. 이거 입고 있어.”

“고마워….”

봄이는 현우가 둘러준 외투를 고쳐 입었다.

현우가 입고 있었던 외투라 그런지 현우의 따스한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차가웠던 몸이 따뜻하게 녹았다.

현우의 배려가 고마웠다.


비가 그쳤다.

창문 밖에서 달콤한 꽃향기가 났다.

꽃향기 때문일까?

현우의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봄이도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렸다.

지연이가 교실에 들어왔다.

“봄아, 체육복 가지고 왔어.”

“어? 어! 어…. 지연아, 고마워.”

봄이는 화장실로 가 지연이의 체육복으로 갈아입었다.

왠지 현우가 준 외투를 벗기 싫었다.

“아, 훨씬 따뜻하다. 지연아, 고마워. 그리고 여기….”

봄이는 부끄러운 듯 머뭇머뭇하며 현우에게 외투를 돌려주었다.

“어? 추우면 그냥 입고 있어도 되는데….”

현우는 봄이가 주는 외투를 받았다. 현우의 두 귀도 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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