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아의 비밀 48

갈등

by 혜림

친구들에게 거짓말까지 한 민규는 보석을 가지고 학교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바로 학교로 가져간 것은 아니었다. 교문 앞까지 왔을 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석을 어떻게 할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았다. 학교에 낸다고 하더라도 보석만 가져가고 마법 시험에 통과시켜주지 않을 수도 있다.


민규는 교문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 도로 보석을 가지고 돌아왔다.

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봄이가 마구 화를 내고 있었다. 아마 다른 아이들이 자신이 보석을 훔치려는 것을 안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친구들에게 돌아갈 수 없었다.


민규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민규는 이 보석을 어쩔지 고민했다.

이왕 친구들에게서 보석을 가져온 것, 이제 어쩔 수 없다.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겠다. 친구들도 자신이 보석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사정을 알게 되면 자기를 이해해 줄 것이다.

우리가 그 정도 사이는 되지 않을까.

친구들에게 이해받고 마법 성적을 잘 받아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뒤에 다시 보석을 되찾아올 방법에 대해 의논해보자.

스스로 변명했다.


하지만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이 보석을 가지고 있다면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이 그 보석을 훔치고 배신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너무 많다.

보석을 훔치기 전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친구들에게 사과하고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그런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친구들을 볼 때마다 피해 버렸다.


민규는 며칠 동안 갈팡질팡했다.

이까짓 거 학교에 내버리고 마법 성적을 잘 받아버릴까 했다가 또 이 보석들을 친구들에게 가져가서 용서를 빌까 했다. 몇 번이나 갈등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답을 찾고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선생님들은 모두 학교 편인 것 같았다. 고민을 털어놓았다간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부모님께 보석에 대해 여쭤보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부모님께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고민을 잘못 털어놓았다가는 보석은 보석대로 뺏기고 마법 성적도 잘 받을 수 없다.

어떻게 갖게 된 보석인데, 그럴 수는 없다. 민규는 고민을 털어놓을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든든하게 기댈 수 있는 어른이었으면 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어른을 찾기 시작했다.

마침내 한 사람을 찾아냈다.


바로 김혜림 선생님이었다.

김혜림 선생님은 학교 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김혜림 선생님은 아름이의 일을 괴로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수학 선생님과 전혀 친하지 않아 보였다. 김혜림 선생님이라면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 같았다.


민규는 교무실로 갔다. 교무실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마음이 복잡했다.

부모님의 인정과 친구들과의 우정.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아직도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민규는 마음을 정한 듯 굳은 표정으로 교무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선생님 들어가도 될까요?”

“그래, 들어와. 민규구나. 무슨 일 있어?”

“선생님께 상담….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민규는 교무실에 다른 선생님들을 보고 한참 망설였다. 김혜림은 계속 두리번거리는 민규를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민규야, 여기서 이야기하기 불편하니? 자리를 옮길까?”

“네. 좀 심각한 이야기라….”

김혜림은 조용한 곳을 찾아서 민규를 데려갔다.


그래도 민규는 경계를 풀지 않고 주위를 한참 살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사실 그 보석 저희가 훔쳤거든요.”

“보석…? 무슨 보석? 설마… 학교 보석?!?!”

김혜림은 놀라며 되물었다.

“정말 공고에 있는 그 보석을 네가 훔쳤다고? 어디서? 누구랑?”

김혜림의 쏟아지는 질문에 민규는 정신이 없었지만, 선생님에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기로 한 이상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다.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네, 저랑 친구들이 그 보석이 있는 곳을 알아내서 훔쳤어요.”

“그걸 왜 훔쳤어?”

“아름이….”

“뭐라고?”

“아름이가 죽은 이유를 알고 싶어서요. 저희가 아름이 일기장을 봤거든요. 아름이 일기장에 보석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보석을 찾으면 아름이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 선생님도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민규는 김혜림에게 보석을 찾게 된 과정, 보석의 능력, 그 보석을 통해 친구들과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알아내기로 했던 것 등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이야기했다. 공고를 보고 자신이 친구들을 배신한 일까지 모두. 그 보석들을 지금 자신이 갖고 있고 그 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며칠 동안 고민했다는 것까지도.


“선생님, 그래서 말인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좋아. 내가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필요한 게 있다면 도와줄게.”

김혜림은 민규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민규는 선생님이 도와준다고 하자 마음이 든든해졌다.

“근데 이 모든 것을 우리 둘이서 할 수 있을까?”

“아니요. 다른 아이들도 있어요. 이현우랑 서지연이랑, 이 봄도 도와줄 거예요. 하지만… 그전에 보석을 멋대로 가져간 걸 사과부터 해야 해요.”

“네가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친구들도 네 마음을 받아줄 거야.”

선생님에게 털어놓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이 마음이라면 친구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사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석을 가져가서 정말 미안하다고. 나의 욕심으로 너희들을 실망하게 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보석들을 학교에 내지 않았다고. 그 덕분에 든든한 지원군을 한 명 더 얻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꼭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거진의 이전글아멜리아의 비밀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