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림은 민규를 다른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들이 보이자 김혜림은 슬쩍 숨어서 민규의 등을 떠밀었다. 민규는 쭈뼛거리며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현우, 지연, 봄이는 자신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민규를 보았다. 네 사람은 멈칫하며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네 사람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민규는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다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에게 사과하려고 했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용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없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니 자신이 먼저 말하고 사과해야 한다. 결심하니 서니 친구들에게 사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얘들아, 미안해. 내 욕심에 눈이 멀어서….”
“…”
“얘들아,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민규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규야, 돌아와 줘서 고마워.”
“지연이한테 네 사정을 들었어. 네가 그렇게 힘들 줄 몰랐다. 나도 너 힘든 거 몰라서 미안.”
현우도 웃으면서 민규를 안아주었다.
“왜 왔냐? 그냥 가지. 그래, 보석 갖다 주고 성적은 잘 받았냐? 우정과 성적 바꾸니 좋디?”
민규의 사정을 들었음에도 봄이는 여전히 삐죽거렸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봄이도 민규가 돌아온 것이 내심 좋은 눈치였다.
“… 나, 용서해주는 거야?”
민규는 친구들의 반응에 놀랐다.
“야, 친구 사이에 용서가 어디 있냐? 솔직히 네 행동이 이해는 안 돼. 그래도 우리 편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도움이 되지 않겠냐? 아름이가 우리들의 사이가 이렇게 갈라지는 걸 바라진 않을 것 같아. 아름이를 위해서 함께 하자.”
봄이다웠다.
현우와 지연이도 활짝 웃으며 민규를 맞이했다.
역시 친구들을 배신해서는 안 됐다.
민규는 자꾸 눈물이 나왔다. 미안함의 눈물인지 고마움의 눈물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울던 민규가 생각난 듯 주머니에서 보석들을 꺼냈다.
“어? 보석 학교에 갖다 준 거 아니었어?”
“아니야. 진짜 머리 터지게 생각했는데, 그건 진짜 아닌 것 같아서.”
“역시 민규 너를 믿었어.”
현우는 얼굴 가득 웃으며 민규를 바라보았다.
“뭐, 그래도 생각보다 최악은 아니네.”
봄이는 삐죽거리면서 민규가 꺼낸 보석들을 만져보았다.
“아, 그리고 이거.”
민규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그게 뭔데?”
“그… 이거 사과하려고 사과를 가져왔는데….”
“푸핫!!”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민규는 사과보다 더 빨개졌다.
민규는 아이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민규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들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 결과 김혜림 선생님은 확실히 우리 편인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김혜림 선생님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고, 김혜림 선생님도 아름이의 죽음에 대해 함께 알아보기로 했다고 했다.
“정말?”
지연이가 놀라자 김혜림이 불쑥 나타나 큰 소리로 대답했다.
“정말이지!!!”
“아, 깜짝이야! 언제부터 계셨어요?”
“처음부터 계속 지켜보고 있었지~.”
“야, 김민규, 진작 이야기하지. 그럼 더 빨리 용서받았을 텐데.”
“그러게, 아~ 진짜 미안하다.”
“나 너희들에게 든든한 지원자 맞지?”
“그럼요, 선생님이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해요.”
언제 삐졌냐는 듯이 봄이가 밝고 크게 말했다.
“민규가 부탁해줘서 이렇게 됐으니 민규 용서해주라. 그런데 내가 너희에게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저희가 함께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도움을 받은 기분인데요.”
봄이가 선생님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고맙다. 민규.”
“고마워. 민규야.”
“뭐, 고맙다.”
“얘들아, 사실 아름이가 죽고 나서 힘들었단다. 나도 아름이 일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았거든. 나에게 같이 알아보자고 해 줘서 고마워.”
민규가 배신한 덕에 김혜림과 아이들은 서로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