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그런데 혹시 아름이의 죽음에 관해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으세요?"
아이들이 김혜림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직, 많지 않아. 그것들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너희들이 있어 선생님 마음이 든든해.”
“저희도 든든해요. 저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김혜림과 아이들은 서로 알아낸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연이가 기억하는 잎을 꺼냈다.
“어? 이 기억하는 잎은?”
“혹시 이 기억하는 잎을 아세요? 저희가 잎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기억하는 잎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어요.”
“내가 잠깐 봐도 될까? 이 기억하는 잎을 본 적 있어. 이 안에 어떤 기억이 있었는지도 알 것 같아.”
김혜림은 마법의 잎을 자신의 마법 지팡이에 댔다.
지금까지 반응이 없었던 기억하는 잎이 갑자기 단풍이 든 것처럼 빨갛게 변했다. 김혜림은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벽에 비췄다. 마법 지팡이에서 기억하는 잎이 담고 있던 기억이 쏟아져 나왔다.
기억하는 잎은 기억이 없는 게 아니었다.
봉인 때문에 기억을 풀어놓을 수 없었다. 특히 ‘교장 선생님 결재’라는 기억은 교장이 수학 선생님에게 시킨 많은 기억을 담고 있었다.
수학 선생님은 마음이 약한 사람이라 자신이 하는 일에 죄책감을 느꼈지만 교장이 시키는 것을 대부분 수행했다. 기억하는 잎은 그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는 잎이 갖고 있던 기억을 보던 아이들은 눈물이 흘렀다.
“아…. 우리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기억하는 잎이 갖고 있던 기억을 다 본 아이들은 결심했다.
교장 선생님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아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 몫의 복수까지 하겠다고.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데 교장 선생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을까?”
“말하는 동상은 어때? 말하는 동상은 학교에 대해 많이 알고 있잖아.”
“그런데 말하는 동상이 우리에게 교장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해줄까? 이미 우리가 여러 번 물어봤지만 말하는 동상은 이야기해주지 않았잖아.”
“대화 중 끼어들어 미안한데, 내가 말하는 동상에게 마법을 사용해볼게.”
“아. 역시 선생님이 계시니까 든든하네요.”
김혜림과 아이들은 말하는 동상에게 갔다.
말하는 동상은 혼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말하는 동상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혜림과 아이들을 보자 불안한 듯 눈빛이 흔들렸다. 노래도 멈추었다.
“당신이 보석에 대해서 알고 있다던데. 보석과 교장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해줄래요?”
말하는 동상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동상의 표정은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말해주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죠. 보석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당신에게 제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네요.”
김혜림은 마법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들보다 훨씬 강한 마법의 힘이었다. 역시 선생님의 힘은 훨씬 강했다.
김혜림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강화 마법까지 사용했다. 말하는 동상도 방어 마법을 사용해 버티려 했지만, 김혜림이 더 강했다.
결국 말하는 동상은 견디지 못했다.
말하는 동상이 교장에 대해 말하려 하자 갑자기 복도 가득한 교장의 동상들이 소리를 질렀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지금껏 교장의 동상은 그저 딱딱한, 평범한 일반 동상이었다.
그런데 마치 말하는 동상이 진실을 말하는 것을 막기라도 하듯 교장의 동상들은 크고 무서운 소리를 냈다. 교장실 앞 어두운 복도를 가득 채운 동상들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두려움을 넘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말하는 동상은 그 소리를 듣자 말을 멈추고 덜덜 떨었다. 하지만 교장들의 동상은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김혜림은 마법 지팡이를 교장들의 동상을 향해 겨눴다. 그러나 소리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장의 동상은 교장과 비슷한 힘을 갖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동상이 가진 힘 때문에 말하는 동상에게 이야기를 듣기는 쉽지 않겠어. 나도 교장 선생님의 마법을 이길 수는 없어.”
지연이는 선생님에게 힘을 보태고 싶었지만, 자신의 힘을 보태더라도 교장 선생님의 동상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돕고 싶은 마음에 지팡이를 꺼냈다.
“선생님, 저도 힘을 더할게요.”
지연이의 힘을 더해도 교장 선생님의 동상을 이기기 힘들었다.
그때였다.
지연이의 간절한 마음이 보석에게 전해졌을까?
지금까지 어떤 반응도 하지 않던 지연이의 다이아몬드가 빛나기 시작했다.
“어? 지연아. 네 다이아몬드에서 빛이 나.”
다이아몬드의 빛이 지연이가 들고 있던 마법 지팡이로 번져나갔다.
지연이는 마법 지팡이를 쥐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두 사람의 마법 지팡이에서 나오는 빛의 밝기와 크기가 훨씬 강해졌다.
엄청난 힘이었다.
그 빛은 교장의 동상 하나하나를 공격했다. 교장의 동상들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지연아! 힘내!”
다른 아이들도 두 사람을 응원했다.
교장의 동상들과 김혜림과 아이들의 싸움은 누가 이길지 모를 정도로 팽팽했다. 교장의 동상이 지르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번에는 아까와 느낌이 달랐다.
아까는 호통치는 듯한 소리였다면 이제는 비명 같았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교장실 앞의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학교가 흔들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더 이상 교장의 동상들이 소리를 내지 않았다. 교장의 동상들이 녹더니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혜림과 아이들이 이긴 것이다.
말하는 동상은 사색이 되어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교장의 동상이 녹는 것을 보고 말하는 동상은 더 이상 학교의 비밀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말하는 동상은 김혜림과 아이들에게 학교와 교장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다.
교장은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이며 사실 아멜리아 중학교는 흑마법으로 감싸고 있다고 했다. 자신도 흑마법의 실수 같은 것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라 했다. 보석의 영향으로 아무도 흑마법의 기운은 느낄 수는 없다고 한다. 학교 전체가 흑마법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교장은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들을 거의 다 느끼고 있다.
다행히 교장이 둔한 편이라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소한 일들은 다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교 앞에 자신의 심복을 두어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감시한다고.
말하는 동상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이야기했다.
이제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아멜리아’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 속에는 아멜리아 중학교와 교장에 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 마법의 보석이 모두 필요하다고 했다.
말하는 동상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 정도였다.
“나 그 책 어디 있는지 알아!”
지연이가 외쳤다.
지난번에 학교 도서관에서 찾았던 그 책이었다. 그 책 덕분에 보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때는 페이지가 찢겨 있어서 제대로 읽을 수 없었지만, 오늘은 왠지 온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혜림과 아이들은 급하게 학교 도서관으로 갔다.
지연이는 학교 도서관 제일 꼭대기 층에 있는 책장의, 제일 위쪽 구석에 있던 ‘아멜리아’ 책을 꺼냈다. 책은 여전히 먼지가 뿌옇게 앉아 있었고 거미줄도 처져 있었다.
지연이는 먼지를 불었다.
아이들은 한 손에는 보석을, 다른 한 손에는 마법 지팡이를 들었다.
어떻게 해야 이 책의 내용을 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네 개의 보석에서 빛이 나더니 마법 지팡이로 빛이 옮겨갔다. 네 개의 마법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빛은 책으로 향했다.
책은 오랜 잠에서 깬 듯 갑자기 번쩍하고 빛났다.
‘아멜리아’ 책의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갔다.
좌르륵 넘어가다가 찢어지고 없어진 페이지에 이르자 없어지거나 찢어진 부분, 글자가 거의 보이지 않던 모든 부분이 다시 만들어졌다. 마치 새 책이 된 것 같았다.
책이 깨끗해지자 보석과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아이들의 머릿속에 아멜리아 중학교와 보석, 교장과 관련된 일들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