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오래전일까?
사람들의 옷차림이 요즘과는 매우 달랐다. 여기가 어디지?
아이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그 남자는 엘리오트, 아멜리아 중학교 교장이었다. 젊긴 했지만 지금 교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교장은 원래 흑마법을 쓰는 마법사였다. 그의 마법 능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행색이 초라하고 여기저기 소소한 물건을 훔치는 떠돌이 마법사처럼 보였다.
그는 우연히 마법사들에게 쫓기고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는 저주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그 남자가 불쌍해 보였는지 그는 흑마법을 사용해 마법사들을 따돌렸다.
조금만 더 빨랐어도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이미 저주의 마법이 온몸에 퍼져 그 남자는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죽기 전 품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보석 네 개와 ‘아멜리아’라는 책을 건넸다.
“나를 도와준 자네에게 이것들을 주겠네. 이것들은 도움을 줄 걸세. 하지만 명심할 것은 절대 욕심을 내서는 안 되네. 그리고 욕심이 많은 자에게 넘어가서도 안 된다네. 이것들은….”
저주가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남자는 먼지처럼 사라졌다.
엘리오트는 그 남자가 남긴 책을 읽었다. 책에 보석의 힘이 설명되어 있었다.
보석의 힘은 엄청났다.
이 보석만 있다면 지금처럼 구질구질하게 살 필요 없다. 엘리오트는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끝까지 읽었다. 책을 다 읽은 후 보석의 능력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보석과 관련된 페이지를 찢어 불태웠다.
지금까지 별 볼 일 없는 흑마법사였던 엘리오트는 보석의 힘으로 강한 마법의 힘을 가졌다. 그 마법의 힘을 엘리오트에게 부와 권력을 모두 누리도록 해주었다.
엘리오트는 누구나 바랄만한 삶을 살았다.
처음 보석을 다룰 때는 조심스러웠다.
보석을 남긴 남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사용하던 흑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 결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게다가 마법 덕에 누리게 된 부와 권력은 그의 눈을 멀게 했다.
‘어차피 그 남자는 죽었어.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진 보석이 내 것이라니. 이것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보가 아닌가?’
그는 보석을 이용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이루었다.
불가능은 없었다. 무얼 하든 보석이 도왔다.
보석으로 엄청난 부를 쌓자 권력은 저절로 따라왔다.
모든 이가 그에게 굽신거렸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할 수 있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보석의 힘을 이용하기도 했다. 부와 권력이 바탕이 된 그에게 누구도 복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삶이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그 힘을 영원히 유지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젊음을 유지해야 한다.
그는 흑마법을 사용했다. 젊은 사람들을 납치해 그들의 영혼으로 자신의 젊음을 유지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젊음의 영혼을 거두기는 쉽지 않았다. 보석의 힘을 이용해보았지만 그것도 역시 한계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젊음의 에너지를 더 많이 모을 수 있을까?
좋은 생각이 났다.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어릴수록 젊음의 에너지가 강하다. 그 에너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그는 젊음의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을 모으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 그 학교의 이름을 책의 이름을 따서 ‘아멜리아’라고 지었다.
아이들의 젊음의 에너지는 엄청났다. 학교에는 늘 젊음의 에너지가 가득했다. 엘리오트는 학교 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넘치는 젊음의 에너지를 마음껏 흡수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영혼을 찾으러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훨씬 편안하게 젊음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이라 그런지 젊음이 더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아니, 오히려 더 젊어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엘리오트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젊음의 에너지를 흡수할 것이 아니라 아예 영원히 젊게 살고 싶었다.
그는 아멜리아 책을 찾았다. 아멜리아 책은 분명 해답을 줄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아멜리아 책은 조심스럽지만, 방법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이 방법은 젊음뿐 아니라 마법의 힘까지 흡수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마법의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아주 큰 희생이 필요하고 절대 쉽지 않다고 했다.
고민할 필요 없다.
학교에 학생들이 얼마든지 있으니 상관없다.
엘리오트는 아멜리아 책에게 당장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의 앞에 투명한 유리병이 나타났다. 얼핏 보기에 일반 유리병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실 그 유리병은 영혼들을 정화해서 그의 영생을 위한 순수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마법 유리병이었다.
그는 아이들의 영혼을 모으기 시작했다.
자신이 거둔 영혼에게 흑마법을 사용해 기억을 지우고 투명한 유리병에 넣어 순수한 영혼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혼자서 이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오트는 선생님들을 이용했다.
선생님들에게 마법의 보석에 관해 이야기했다.
물론 약간의 거짓과 과장을 추가했다.
그 보석들은 아멜리아 중학교의 마법의 힘을 향상해주는 원천이다. 안타깝게도 보석이 가진 마법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 순수한 아이들의 영혼이 필요하다.
마법의 힘이 유지되어야 더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제대로 마법을 배울 수 있으며 몇 명의 희생으로 더 많은 아이가 강한 마법의 힘으로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정의가 아니겠느냐.
마법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9,999명의 순수한 영혼이 필요하다. 영혼은 커다랗고 푸른 보름달이 뜬 날에만 거둘 수 있으며 영혼을 모으는 것도 학교의 보석이 선택한, 순수한 사람만 가능하다.
그는 그 이야기를 하며 선생님들에게 흑마법을 걸었다. 보석의 힘을 이용한 흑마법이라 선생님들은 자신이 흑마법에 걸렸다는 것도 몰랐다.
선생님들은 많은 아이가 마법의 능력을 갖추게 하려고 눈물을 머금고 영혼을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엘리오트의 흑마법 때문에 거부하지도 못했다.
특히, 강한 마법 주문에 걸린 수학 선생님은 그의 완벽한 꼭두각시가 되었다. 그믐달이 뜨는 밤에는 흑마법의 힘이 약해지는데, 이날 밤에는 수학 선생님은 원래의 마음을 찾았다. 그때는 아이들의 영혼을 모으는 것을 괴로워하며 힘들어했지만,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꼭두각시가 되어 영혼을 모으기 위해 아이들을 찾아다녔다.
수학 선생님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착한 마음은 엘리오트가 시킨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덕분에 수학 선생님이 하는 일에는 항상 구멍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 투명한 유리병에 영혼을 거의 다 모았다. 이제 한 명만 더 모으면 다 채워질 예정이었다. 선생님들은 이제 더 이상 영혼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하며 마지막 영혼을 찾고 있었다.
하필 그때 아름이가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름이는 수학 선생님에게서 투명한 유리병을 훔쳐서 그 속의 영혼들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영혼들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아멜리아 책과 보석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름이는 책과 보석의 존재를 몰랐다. 아름이는 고군분투하며 투명한 유리병 속의 영혼들을 구해줄 방법을 찾았다.
선생님들은 아름이를 협박하거나 괴롭혔다.
아름이는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아름이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교장의 흑마법에 목숨을 잃었다.
아름이가 죽고 교장과 수학 선생님은 아름이가 가져간 투명한 유리병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그 유리병을 찾지 못했다. 유리병을 찾지 못하면 교장의 영생은 영영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교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수학 선생님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위험을 무릅쓰고 아름이 집에 가서 투명한 유리병을 찾았다. 그러나 아름이 집에도 투명한 유리병은 없었다. 수학 선생님은 아름이의 애정이 가장 많이 묻어 있는 곰 인형을 가지고 와서 아름이의 기억을 찾으려고 했지만 찾지 못했다.
아멜리아 책이 덮였다.
아이들은 아멜리아가 보여준 내용을 김혜림에게 들려주었다. 김혜림은 보석이 없어서 ‘아멜리아’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곰 인형에게 마법을 사용했던 그 흔적이 투명한 유리병을 찾기 위한 거였어.”
투명한 유리병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김혜림과 아이들은 아름이의 일기장을 다시 읽어 보았지만, 일기장에 투명한 유리병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이 내용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내자.”
김혜림과 아이들은 아멜리아가 들려준 이야기를 모든 사람의 마법 지팡이에 보냈다. 선생님들은 김혜림과 아이들이 보낸 내용을 보고 지금까지 자신들이 한 짓을 깨달았다. 선생님들이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깨닫자 흑마법이 풀렸다.
선생님들은 충격에 빠졌다.
수학 선생님의 충격이 제일 컸다. 흑마법에 걸리긴 했지만 약간의 자아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쁜 짓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안해왔다. 그런데 모든 것이 교장 개인을 위한 것이었다니.
교장도 그 내용을 보았다. 교장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이 녀석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어! 특히 김혜림! 당신은 교사면서 나를 위하지 않고 아이들의 편에서 이런 쓸데없는 것들을 밝히다니! 가만히 두지 않겠어.”
교장은 가장 오래된 심복을 불렀다.
그는 지금까지 학교 앞에서 슈퍼마켓 아저씨인 척 학교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교장의 명령을 받고 학교 도서관으로 김혜림과 아이들을 찾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