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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혜림 Jul 24. 2022

행복에 대해

나는 자연이 좋아. 오래된 캐빈에서 맡을 수 있는 나무 냄새와 불을 피다 꺼진 직후에 옷에 스며드는 타는 냄새가 좋아. 인공적인 바람 말고 자연의 earthly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바람이 좋아. 목도리를 두른 채 따뜻한 시나몬 차에 내 손을 감싸고 온기를 느끼고 싶어. 낮엔 반팔 입고 돌아다니다가 해가 지면 서늘해져서 스웨터를 입어야 하는 계절이 좋아.


난 가을이 좋아. 가을이 좋은데 학교가 1년 내내 여름인 곳에 있다가 여름방학에도 여름, 겨울방학에는 겨울만을 느끼다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가을을 놓쳐. 붉은색, 노란색으로 나무들이 물들다가 떨어지는 나뭇잎들 위에 걸어 다니면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가 좋아. 할로윈이 다가오면 친구들과 잭오랜턴을 만들려고 호박 속을 파면서 느끼는 축축함과 호박 냄새가 좋아.


쏟아질듯한 밤하늘의 별들을 보는  좋아. 우리가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게  주면서 겸손해질  있는  같아. 밤하늘 아래에서 취한  친구와 인생 얘기를 하는  좋아. 다음날 아침이 되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도 못할 텐데  분위기에서 오가는 담소들이 좋아.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얘기를   같아.


비 오는 날이 좋아. 온 세상이 조용해지는 기분이야. 비 오는 날은 우리가 얼마나 이 세상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지 깨닫게 해 줘. 젖고 나서 축축한 상태의 기분이 왠지 모르게 좋아. 해변에 들어갔다 나오면 발에 달라붙는 모래들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거센 비가 오고 나서 슬리퍼 사이에 이물질이 달라붙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젖는 거에 신경 쓰지 않고 비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바지가 무릎까지 젖는 게 좋아. 그 순간을 걱정하면서 피하기보단 최대한 만끽하면서 돌진하는 게 좋아.


사랑이 좋아. 나만을 위한 삶을 살다가 남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나를 변하게 하는 사랑이 좋아. 얕은 사랑 보단 지독한 사랑. 너 없이 어떻게 살았었지 하는 사랑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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