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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혜림 Jul 07. 2024

두려움에 관하여

어제 밤 빅쇼츠라는 영화를 봤다. 이 영화를 도대체 왜 이제 와서 봤나 싶지만 몇 년 전에 봤더라면 아마 아무런 감흥이 없었을 영화이다.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보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이 영화와 더불어 최근 이틀 동안 끝낸 "돈의 원리"라는 책이 있다. 회사 책장에 꽂혀있길래 펼쳐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원론적인 내용들이 많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영화와 책을 동시에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사람은 두려움을 견뎌내고 담대해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모든 사람들이 특정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말할 때, 혼자서 유일하게 반대의 의견을 갖고 베팅하는 것. 

- 빅쇼츠에서는 몇십 년 동안 안정적이던 housing mortgage bond가 crash할 것이라는 사실에 베팅한 것. 

- 창업 세계에서는 모두가 뚫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금융권을 토스가 새로운 방향으로 혁신시킨 것. 


즉 두려움을 이겨낸다는 것은 모두가 가지 않는 길을 나 자신을 믿고 담담하게 갈 줄 아는 법이다. 


특히나 빅쇼츠를 보면서 느낀건 사람들은 생각보다 저ㅓㅓㅓㅇ말 쉽게 사기를 당하고 속이기 쉽다는 것이다. 월가에서 일부러 개념들을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서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팔아서 전세계 경제를 이렇게나 쉽게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건 금융권뿐만 아니라 내가 종사했었던 블록체인 업계, 그리고 현재 종사하고 있는 생성AI 업계에서도 너무 뻔히 보이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전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반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도 없는 기술들을 바탕으로 만든 NFT와 메타버스는 도대체 왜 흥행을 했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되고, 가격을 그만큼이나 내면서 산 것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성AI 업계에서는 이 기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준다고 하면서 말도 안되는 높은 가격을 불러서 진행을 한다. 근데 그 말도 안되는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은 무언가에 투자를 하거나 인생 결정을 내릴때, 내가 왜 이 결정을 내리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선택하는지 똑바로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끝까지 밀어부쳐서 실행할줄 아는 담대함이 필요한 것이다. 


이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냥 계속 도전해보고 실패해보는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성공한 창업가들을 보면 그들은 언뜻보기에 성공의 연속만 경험을 하고 매일이 좋을 것 같지만, 그 성공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겪고 멘탈적인 문제를 감당해야 했는지 알아야 한다. 


최근 누군가에게 "실패를 한 적이 있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인생이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실패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실패를 계속 하다보면 다음 실패는 "잘" 할줄 알게 된다. 그러다보면 한번쯤은 성공하기 마련이다. 


나는 인생에 있어서 언제 두려움을 느꼈냐면: 


- 불평등 및 옳지 않은 일을 보았을 때

- 이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느꼈을 때

- 내가 믿던 종교가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 이 세상에 풀어야 할 문제들은 수없이 많고 그 원인들이 전부 인간의 욕심, 이기심, 돈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 고등학교 때 영화계에 들어가고 싶어서 프로듀서분과 감독님에게 콜드메일을 보냈을 때

- 콜드메일 답변을 받아서 대학교 영화학 수업을 참관했을 때

- 블록체인 이론을 혼자서만 공부하다가 업계 이벤트에 가서 문서로만 읽고 영상으로만 봤었던 창업가들을 실제로 만나서 말을 걸었을 때

- 챗GPT가 나오고 내 일자리는 너무나도 쉽게 대체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스쿠버다이빙과 비유하자면: 


처음에 입수를 할 때에는 바다 한가운데에 배에서 점프해서 들어간다. 잠수를 시작할 때 아래를 내려보면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그 밑에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나타날지도 몰라서 순간적으로 두려움이 몰려온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동시에 도파민도 엄청나게 몰려오는 느낌이다. 짜릿하다. 그 기분을 조금만 참고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아예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거나, 모두가 가지 않는 방향 혹은 생각하지 않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이 감정을 경험한다. 이 감정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느껴지는 순간 안도한다.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몸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무섭다면 그 방향이 무조건 맞다. 


지금은 이 두려움이 무뎌진 것 같다. 예전에는 콜드메일을 보내는 것조차 너무 무서웠는데, 한 번씩 성공하고 나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젠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는지 너무 당연해졌다. 선택을 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그래서 어떤 것이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것이 쉽다. 두려움을 안 느껴본지가 꽤 된 것 같다. 이젠 두려움이라는 단어가 맞는지 모르겠다. 두려움보다는 '이 방향이 맞구나'라는 것을 알고 순간적으로 신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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