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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혜림 Aug 12. 2024

실리콘 밸리 행? ✈️

브런치가 다른 글쓰는 플랫폼보다 마음에 드는 이유는 독자들의 눈치없이 그냥 마음가는 대로 일기쓰듯이 업로드해도 된다는 느낌이다. 


다음달 추석에 LA를 친구들과 놀러 가는데, LA는 둘째치고 사실 올해 2월부터 실리콘밸리에서 한달살기를 목표로 두고 있었지만 여러가지 일 + 폐렴이 겹치는 바람에 미루고 있는 상태였다. 


실리콘 밸리를 가고 싶은 이유는 대략: 

1. 한번도 안가봐서 가보고 싶음. 가보는 것은 시간문제

2. 생성AI 커뮤니티 만나보고 싶음. 업계 최전선은 분위기가 어떤지 보고 싶음. 

3. 스탠포드 교수님 만나서 AI safety 관련 내용들 배우고 싶음. 강의 개설해달라고 조를거임

4. Big company들 돌아보고 싶음. 

5. Steve jobs garage와 묘비 가고 싶음. 

6. 궁극적으로 가서 사업도 해보고 싶고, 투자도 받아서 기업체를 만들고 싶다. 


한달 살면서 과연 내가 장기적인 미래를 이곳에 투자할 수 있을까가 가장 궁금한데, Naval Ravikant가 적은 말 중에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것은 "주변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가장 많이 머리속에 맴도는 것은 주변환경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이다. 정말 옆에 사람만 바껴도 내 삶이 엄청나게 많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멋있는 분들이 계시지만, "실리콘 밸리는 어떨까?" 이 질문이 나를 자꾸 haunt한다. 


조삼모사다. 지금 가보지 않으면 언젠가는 가볼 것. 가보고 후회하는 것이 가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백만배 나은 것. 


하지만 실리콘 밸리를 가는 것은 쫄린다. 선뜻 나서지 않게 된다. 두렵다. 내 전재산을 걸고 가는거여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두렵다는 것은 그 리스크가 가치있는 리스크라는 뜻이다.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내 인생은 매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2018년 고3, 미국 대학을 가기 위해 영화계/사회학 전공 준비를 하고 있었고, 2019년 갑자기 NVIDIA 한국 전 지사장님을 만나면서(현 멘토님) 갑자기 컴퓨터공학으르 전공하기로 마음먹고 대학을 중동 - 사막 한가운데로 가게 된다. 2021년, 뉴욕에서 인생 첫 스타트업을 창업해보고, 2022년 처음 접하는 블록체인 업계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된다. 2023년 두번째 생성AI 스타트업을 창업하다가 그만두고 세번째 1인 창업 10X AI Club을 만들게 된다. 2024년 인생 첫 책을 출판하고, 유투브 구독자가 만명을 넘으며, 기업 강연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인생 계획하는게 정말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휙휙 바뀌는데 내 중심 가치관들은 항상 똑같고,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하는 목표가 항상 똑같아서 이렇게 바뀌는게 싫거나 불안하진 않다. 대학교 마지막 학기때 들었던 수업이 Meaning of life인데 한학기동안 내린 결론은 "삶은 어차피 의미가 없고, 신은 죽었으며, 그저 내가 어떻게 내 인생 스토리를 쓰는지에 따라 스스로 의미 부여를 하면 된다"이다. 그래서 고등학교때부터 갖고 있었던 existential angst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느끼는 불안감)은 이렇게 해결되었다. 


10X AI Club을 만들고 나서 많은 커피챗을 하고, "삶의 목표가 뭐냐" 질문을 엄청 많이 받았는데,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최소 1000억을 벌고 싶고, 그 돈으로 세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 나는 모태신앙이지만 고2때 여러 인문학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해 배우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은 존재하고 있고, 이는 전부 인간때문인데, 신이 존재한다면 왜 이것을 냅두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봉사라고 생각해서 봉사활동을 위해 내 삶을 바쳐야겠다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도움을 많이 줄 수 없을 것 같아 이때부터 EA(effective altruism)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돈을 빨리 벌 수 있는 길인 컴퓨터공학 - 스타트업의 길을 택한건데, 추후 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단 오로지 창업을 위한 창업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스타트업이 옳은 길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단체란? 그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고3때부터 이것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지금도 그렇고. 그래서 삶이 불안하다거나 흔들리는 느낌이 없다. 


항상 놀고 싶어하는 뽀로로이지만, 동시에 나한테는 이 목표가 무의식적으로 깔려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세상에 어떻게 의미를 남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며 액션을 취하는 것 같다. 그래서 2018년부터 진행된 내 인생은 해마다 정말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이 목표를 위해 한 계단씩 천천히 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준비를 지금 6년째 한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 "이제 다시 도전해볼 때인가? 실리콘밸리를 가면 내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가 너무 궁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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