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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혜림 Oct 21. 2024

2주 Sabbatical

10/9일부터 시작해서 2주동안 쉬기로 했다. 

이제 2일 정도 남았다. 

지난 2주동안 일과 관련된 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다. 


F&B에 최근 관심이 생겨서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는데 나와 맞지 않는 일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 한 것은 하루종일 심슨보기, 거의 매일 플래그풋볼/헬스장 운동하기, 멍 때리기, 친구 만나기였다. AI라는 단어만 들어도 싫증이 생겨버려서 아예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자 했다. 기업가들과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이야기는 이제 백만번도 넘게 들었고, 내 뇌 회로가 아예 이 생각의 틀에 갇혀버린 것 같아서 다른 업계에서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백종원의 장사 이야기, 카멜 커피 대표님의 사업 이야기, 젠틀몬스터 대표님의 사업 이야기, ..등. AI/Tech 분야와 일절 관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어떻게 자기만의 색을 이 세상에 표출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정말 오랜만에 쉬어도 불안하지 않은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쉬면서 죄책감을 정말 많이 느끼게 됐는데, 친구에게 이와 관련하여 고민상담을 했을 때 나보고 잘 못 쉬는 성격이면 쉬는 기간도 딱 데드라인을 정하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동안 쉬어도 될 자격이 있는지를 고민해 보고, 그 결과로 2주가 적당한 것 같았다. 


2주 쉬면서 자츰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생각보다 인생을 정말 빨리 살았다는 것이었다. 인생 사는 속도는 다 주관적이니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리 산 것 같다. 물론 이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20대에 좀 더 놀걸'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난 일한 만큼 많이 노니까ㅋㅋ). 그냥 내 페이스대로 하면 되긴 하는데, 생각해 보니까 내 나이가 25살이면 앞으로 7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70년을 더 살 수 있으면 대학원을 2년 갔다 와도 68년이 남고, 창업을 해서 기업을 만들어도 58년이 남고, 여행 유투버를 해도 55년이 남고.. 가족을 꾸리게 된다면 가족에 전념을 해야겠지만 만약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55년이라는 시간을 방황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25살인 나는 현재 인생의 1/4을 살았다. 

나름 성취한 게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조차가 나는 두렵다. 여기에 안주하게 되고 자기 발전을 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된다. 매 순간 초심의 마음을 유지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그래도 자신감은 항상 갖고 있다. 나는 무엇을 해도 잘할 것이다. 잘 될 것을 안다. 나 자신을 믿기만 한다면 지금 이렇게 2주 쉬는 게 내 남은 인생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보면 그 업적을 남기기까지 10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기록에는 문장 하나로 "무엇을 성취했다"로 결론지어지다 보니 빨리 성취한 것 같지만 그들도 쉴 땐 다 쉬었다. 모든 업적들을 빨리빨리해서 성취하지 않았다. 


최근에 일론머스크가 4일이라는 시간 내에 테슬라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봇들을 내놓고, Robovan을 내놓고, SpaceX 로켓을 두 개의 철심 젓가락으로 잡고, 새로운 차를 내놨다. 그러면서 "너는 무엇을 했니?"라는 문구가 쓰인 인스타 릴스를 엄청 많이 보게 됐는데, 일론은 4일 안에 이걸 성취한 게 절대 아니다. 일론도 20년이라는 연구와 끝없는 실패 끝에 이런 것들을 달성한 것이고, 미디어에 보이는 것도 항상 다가 아니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2주간 쉬면서 인스타 활동 시간도 점차 줄였는데, 줄이고 나서 인스타를 오랜만에 다시 들어가서 남의 스토리를 보면서 저절로 내 인생과 비교하고 있었고, 불안함과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인지하고 있지 못할 때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을지 깨닫게 됐다. 스토리에는 보통 내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 위주로 올리다 보니 좋은 순간들, 질투날만 한 순간들을 올리게 되는데, 이건 좋은 영향을 어떻게 서든 받을 수 없는 구조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항상 그런 스토리만 올렸었고. 그래서 앞으로 "자랑을 위한 스토리"는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 


건강하게 살자.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도.  

여유롭게 살아도 된다. 미국 문화와 한국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 이 여유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눌때에도 오픈마인드와 여유를 갖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에드워드리 셰프님한테서 나오는 그 여유로움도 한국에서는 나오기 쉽지 않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내 페이스대로, 돌아이처럼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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