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
면접볼때 가장 흔히 받는 질문들 중 하나: "자신의 약점 혹은 단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말해보세요"
최근에 좀 변형돼서 받은 질문: "자신의 strongest weakpoint가 무엇이죠?"
몇초 고민하다가 답변했다. "제가 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서 어떤 프로젝트든 완벽하게 해내려다보니 쓸데없는 걱정도 너무 많이 하고 그러다가 실행력 속도가 느려집니다."
사실 이런 질문은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느 면접자가 면접 상황에서 자신의 진짜 weakpoint를 공개할까?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시간이 단 30분 안에 결정되는데 어떻게서든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이 그렇듯, 나는 답변을 단점처럼 보이게하되, 나는 어느정도 커버칠 수 있는 강점으로 완화시키려고 했다. 다른 예시를 들자면 이렇다. "제가 너무 예민해서 모든 일을 예민하게, 세밀하게 하다 보니 과다 피로가 옵니다." 이게 과연 단점일까? 회사 입장에서는 저정도로 일에 신경쓰며 일해주는 직원은 땡큐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린 우리의 진짜 약점에 대해 생각할 때 그 약점을 미화시키려고 한다. 내가 성적이 잘 안나오면 내가 노력하지 않은 걸 생각하기보다는,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 '교수님이 잘 못 가르치신다', '연습할 문제가 많이 없었다' 등의 핑계와 남의 탓을 하며 내 실수와 약점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내가 지원한 회사 포지션들이 자꾸만 떨어지면, 내 실력 탓을 하기 보다는 현재의 시장 상황 탓을 하며 '난 실력이 충분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몰라봐준다' 라고 생각하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했다.
4월 30일에 쓴 글:
레쥬메만 보면 작년 4월에 비해 올해 4월. 1년만에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 수 있다. 여름 인턴직? 이런건 아직 결정된게 없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하다. 저번에 카운슬링 갔을때 쌤한테 여태까지 지원한 모든 인턴직들 떨어졌지만 난 내가 자격 있는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냥 좀 피드백이 필요했을뿐. 난 내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계속 안되니까- 피드백을 받을 생각을 했어야되는데 그부분을 간과해서 뭔가 머리가 멍한 느낌이었다.
틀렸다. 그게 현실이었다. 난 전혀 충분하지 않았고, 내 실력은 정말 누구나 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실력이었는데 고작 스타트업 한 번 해봤다고 자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때는 멘탈을 챙기기 급해서 저렇게 자위를 했었던 것 같지만, 지금은 더 강해졌기 때문에 '자의식 해체'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의식 해체'라는 개념은 현재 내가 읽고 있는 자청님이 쓰신 <역행자>라는 책에서 나온 역행자 1단계 스텝이다.
"대다수는 자의식을 보호하기 위해 온갖 방어기제로 일생일대의 정보를 쳐낸다."
자청, <역행자>
자의식 해체란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는 방법이다.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질투하고 '돈이 많다고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하기 보다는 그 사람을 인정하는거다. 그 사람한테 배울게 뭐가 있는지 보고, 흡수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도 돈을 정말 원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나는 알고있다. 내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정말 노력으로 만들어진 사람이다. 내 친구들이 2시간 투자를 해서 이해를 할때 난 항상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해를 했어야했다. 내 실력도 그렇다. 내 실력을 키우려면 난 남들보다 두배 더 노력해야한다. 그래야 어느정도 동일한 선상에 놓이게 되니까. 근데 그게 귀찮아서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autopilot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실력으로 '어디든 붙어서 들어가겠지,' '남들은 다 되는데 내가 안될 이유가 있나?' 라고 생각하며 내 자신을 키우지 않았다.
현재 나는 지원했던 곳을 전부 떨어졌다. 여전히. 근데 오히려 안돼서 너무 감사하다. 내 자신을 정말 객관적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더 간절해졌다. 예전에는 이 간절함이 없었다면, 지금은 너무나도 간절해서 내가 불과 6개월전에는 시도조차 안했을 새로운 분야를 매일 6시간씩 투자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재밌다. 뿌듯하다. 이 계기가 없었더라면 난 아직도 내 현재의 삶에 만족했을 것이고, 내가 성장할 수 없는 분야에서 내 실력과 시간들을 썩히고 있었을 것이다.
어떤 상황이든 만족하면 안된다. Never be satisfied. 나는 지금 괜찮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작년에 한창 스타트업을 할때 내 자신이 놀라울 정도로 인생에서 최고로 열심히 살았던 기간들이었는데, 그때 그 모습을 잊기 싫어서 나는 팔에 "Stay hungry. Stay Foolish" 문구를 새겼다. 요즘은 매일매일 팔에 새겨져 있는 그 문구들을 보면서 살고 있다. 만족해하지말자. 더 배우고 더 궁금해하고 더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