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연고에 의존해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건조해서 가렵고, 습해서 가렵고, 땀이 차서 가렵고, 밤이라 가렵고, 상처가 나으려고 가렵고 …
온갖 이유로 가려울 때, 연고를 믿고 마음껏 긁었던 적도 많았다.
약은 예방에 가깝고, 연고는 수습에 가깝다.
센 연고를 많이 바르면, 몸에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매번 듣지만 어쩔 수 없다.
망친 것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얇게 펴 바르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고 연고를 듬뿍 찍어 상처에 바른다.
하얗고 뽀얀 연고는 피와 섞여 마블링된다. 얼마간 따끔따끔 하다 ㅡ 연고는 투명해지고, 화가 나 벌게진 살을 잠재우며 천천히 스며든다.
한 곳 한 곳, 연고를 발라야 하는 곳을 찾아 꼼꼼히 바르다 보면, 결국엔 몸 전체에 바르는 꼴이 되어버리는데,
이럴 거면 차라리 연고 속으로 들어가 몸을 푹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을 담아 <Ointment Bath>를 그렸다.
<Ointment Bath>
욕조에 연고를 가득 채우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몸이 들어가니 욕조 밖으로 연고가 살짝 흘러넘친다.
신경 쓰지 않고 몸을 푹 담근다. 나는 무색무취의 점성이 있는 액체를 얼마간 가지고 놀면서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다 피곤해 눈을 잠시 감는다.
시간이 적당히 흘러 연고가 몸에 거의 흡수됐다 싶으면 천천히 일어나 물로 부드럽게 헹군다.
그러면, 온몸에 있던 상처들이 거품과 함께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고, 부드러운 몸에선 꿈꿈한 진물 냄새 대신 보송보송한 향기가 난다.
그동안 내 몸이 빨아들인 연고는 몇 통이나 될까, 피부의 재생을 촉진시키고, 다시 긁기 좋은 피부 상태로 돌려놓는다. 그래서 결국 긁는 빈도를 높이고 한 번 긁을걸 두 번 긁으면서 끝없이 반복되는 훼손에 노출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각자의 치유와 회복의 공간 또는 매뉴얼이 있듯이, 나에게는 연고가 그렇다.
지나친 의존은 경계해야겠지만, 유일하게 붙들 수 있는 밧줄이고, 희망이다.
노란 통 가득 평평하게 채워진 연고가 있으면 한동안은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