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손

by hyesae

두 손을 묶고 잘까? 손톱을 바짝 깎으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긁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상처가 덜 날까.

세상 강력한 자해 도구를 달고 잠에 든다.

두려운 손.

끔찍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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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는 손의 모양은 정말 기이하다. 모든 마디가 꺾여 각을 만든다. 준비 자세. 손등의 뼈와 힘줄은 손에 힘을 줄수록 도드라진다.

'어흥'하며 아이들을 쫒아갈 때의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입장을 바꿔, 순수한 아이들은 정말 무섭겠지. 꼭 그 기분이다.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것 같다.

결국 그 손에 잡혀 몸이 벅벅 긁히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무아지경에 빠져 짐승의 간을 뜯어먹고 있는 괴물 같다.

그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엄청난 악력으로 긁어댄다. 그 순간만큼은 무언가에 씌인 것이 분명하다.

통제할 수 없다. 너무 무섭고 두렵다.


나에게 손은 밥벌이 도구이자, 언제든 나를 해할 수 있는 흉기다.

몸을 긁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한다. 그 손으로 돈을 번다.

누군가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묻는다면 단연 손을 꼽겠지만, 동시에 가장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기도 하다.

피가 낀 손톱, 날을 세워 위아래로 움직이는 손동작, 있는 힘껏 긁고 힘이 빠지면 축 늘어지는 손.

그 손이 나의 존재 가치를 만들어주고 삶을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긁는 손>, Pencil on paper, 2023


언젠가 책에서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리움은 그림, 글과 어원이 같다. 모두 '긁는다'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긁는다'는 손톱이나 뾰족한 기구 따위로 바닥을 문지르는 행위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을 종이에 형태로 긁어내면 그림, 문자로 긁어내면 글, 그리고 마음 속에 긁어 새기면 그리움이다.'

김한들, <혼자 보는 그림>


너무 아름다운 글이다. 긁는 것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글은 처음이었다.

어릴 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수많은 병 중에 왜 하필 몸을 긁는 병에 걸린걸까. 좀 더 멋있는 병에 걸렸다면 좋았을텐데..'

그래서 그리움과 글과 그림이 긁는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왠지 너무 반가웠다.

긁는다는 행위 자체가 그리고 더더욱 몸을 긁는 행위엔 그 어떤 낭만도, 아름다움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지나가는 자리마다 각질이 떨어지고, 피와 진물 냄새가 진동하고, 몸 구석구석 건조해 갈라진 피부에서는 그 어떤 멋짐도 찾을 수 없으니까.

‘긁’에서 이미 알 수 없는 기이함,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느껴지니 긁는다는 표현을 좋아하지도, 입 밖으로 내지도 않았었다.

그래서 저 글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순간만큼은 긁는다는 것이 조금 괜찮아보였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긁는 것'일지 모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잘한다기보다 제일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이자,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나는 하루 온종일 긁는다. 종이에 형태를 긁어내고 문자로 글을 긁어내고 뾰족한 손톱으로 몸을 긁는다.

가장 익숙한 ‘긁기’로 매일을 채운다.



<두려운 손>, Mixed media on canva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