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운 밤

Itchy Night

by hyesae

밤이 되면 낮보다 가려움이 더 심해진다.


염증과 면역 반응을 억제해 주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잠들기 전 체온이 올라가면서 혈류가 증가해 가려움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낮동안 분산되어 있던 집중력이 몸으로 집중되면서 가려움에 몇 배는 더 민감해진다.

밤은 깊어지고, 지독한 가려움은 잠든 동안에도 계속된다. 잠이 든 새벽엔 이성을 부여잡아 긁는 것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상황은 심각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 깨어있는 피부와 사투하며 손은 새벽 내내 쉴새없이 움직인다.

긁고 있는 중간에 여러 번 깨기도 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느라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옅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전날엔 없었던 상처들이 온몸을 덮고 있다.


<가려운 밤 -1>, Oil on canvas, 2023


어떤 날엔 자고 일어났는데, 베개를 대고 잔 얼굴 한쪽에 빨간 원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화상을 입은 것처럼 얇은 피부가 한 겹 벗겨진 것 같이 붉은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또 어제는 상처 옆에 알 수 없는 멍을 발견했다. ‘아마도 긁을 때 힘 조절을 못하고 심하게 눌러 생긴 것 같다’며 혼자 이런저런 유추를 해본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몽유병 환자처럼 긴 밤은 두렵고,

영화 <뷰티 인사이드>처럼 아침마다 거울로, 달라진 얼굴과 몸을 확인해야 한다.

나의 아침은 밤에 저지른 과오와 함께 시작해, 주로 밤의 결과물을 수습하거나, 더 악화시키거나, 결과물로 비롯된 통증으로 괴로워하며 하루를 보낸다.

분명 내가 한 일인데 기억하지 못하고, 통제하지 못하고, 방어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또다시 밤이 오면 반복된다는 무력감 - ​이런 신체적 경험 - 은 나를 가라앉게 한다.

몸이 심해질수록 점점 더 차분해진다. 바닥으로 깊게 가라앉는 기분이다. 무겁고 조용하다.


그 마음도 꼭 검은 밤을 닮았다.


<가려운 밤 -2>, Oil on canvas,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