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n:Mr. Winter

저는 봄다운 봄. 한국의 봄을 선택했어요

by 리나

이만 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를 나쁜 사람으로 여기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를 향한 제 사랑에 질투하지 말고 빨리 가주세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당신도 할 말이 많겠죠.

그렇게 생겨 먹은 걸 어쩌냐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네 잘 알아요.

그런데 당신은 너무 차갑고, 건조하고, 무겁고, 어두워서 함께 하기 힘들었어요.


그렇게 지쳐 쓰러져 있던 제게 그가 찾아왔어요, 화려한 꽃다발을 들고

따뜻한 눈웃음을 치며 오는데

그런 그가 너무 야속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왜 이제야 왔냐고 따지고 싶더군요.

그래도 이렇게 내게 와 줘서 감사하더군요.


제 사랑이 너무 뜨거워서 그가 가져온 다발의 꽃잎이 다 흩어진다해도

목숨 걸고 사랑해 볼래요.

그가 얼마동안 제 곁에 머물지 모르니까요.




한국의 봄,


매해 이맘때면 한국에 사는 친구들과 가족들은 하루가 다르게 만개하는 벚꽃과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사진과 함께 꽃만큼 밝은 가벼운 옷을 입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 그들의 행복한 봄사진을 나에게 보내주곤 했다.

늘 같은 날씨에 계절의 변화가 없는 곳에 사는 나를 위해 눈요기라도 하게 해주는 건 감사하지만 나를 스스로 다독여야 했다. '그래 혹독한 겨울을 보냈으니, 너희들은 봄을 엔조이할 자격 있지.'

왜 나는 계절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 좋았을까. 내가 싫어하는 추운 겨울이 없는 건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봄도 없는데.


코시국의 봄은 최악이었다.

나는 싱가폴이라는 작은 섬에 2년 넘게 갇혀서 꼼짝 못 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국내 여행 하며 봄사진을 올려댔다. 그걸 보고 있자니 우울증과 함께 폐소공포증까지 밀려 들었다.




2년 전 봄,

'Gardens By the Bay'에서 봄을 맞아 일본에서 벚꽃을 들여와 전시한다는데.

안되겠다, 우리 그거라도 보고 오자.


한국의 봄과는 게임이 안되지만 에어컨을 빵빵 틀어놓은 실내 식물원에 벚꽃 몇그루 가져다가 헬로우키티와 함께 전시한 매우 싱가폴스러운 봄사진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이것 봐, 우리도 봄맞이 꽃 구경하고 왔다.'

마스크를 쓰고 인공으로 만든 식물원 안에 있는 벚꽃 앞에서 찍은 사진을 먼 훗날 보게 된다면 '그때 그랬었지.' 하며 얘기 거리는 될 수 있겠지.




내일은 마음이 잘 맞는 숙이 언니와 춘천에 다녀오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춘천을 다녀온 게 언제였던지,


대학 다닐 때, 봄이 가는 게 아쉬워서 남사친들과 김치와 새우깡을 안주 삼아 춘천 공지천 잔디밭에 오후 내 앉아서 소주를 마시다 봄볕에 얼굴이 벌겋게 타익어서 며칠동안 '불 탄 고구마' 같은 얼굴로 다녔던 기억이 난다.

'봄볕에는 며느리, 가을볕에는 딸을 내보낸다.'는 말을 그 때 처음 들어봤다.


방황할 때 나에게 위로를 주었던 곳이어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도시, 춘천


감사하다. 올 봄을 한국에서 지낼 수 있어서,

'봄을 만끽하는 행복한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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