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난 잘 모르겠는데,

by 리나

"ㅋㅋㅋㅋㅋ"

"와! 백퍼"

"얼마나 비슷하나 궁금해서 봐야겠다."

"뭐야, 브런치에 글 쓴다더니 언제부터 배우 일까지 시작한 거야?"

가족 톡방이 난리가 났다.


미국에 사는 막내 동생 딸이 넷플릭스를 뒤적거리다 찾은 이 사진 한 장으로 자매와 조카들이 끝없는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응. 특히 저 표정 언니가 정말 자주 해."


참 이상하다. '내 얼굴은 내가 가장 자주 보는데 나는 왜 잘 모르겠지?'


나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 거울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거울을 많이 보는 여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자기 얼굴을 본다.


운전을 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거울을 열어 얼굴을 좌우로 돌리며 체크하고, 커피를 주문할 때도, 얼굴을 비춰주는 유리만 있어도 거울삼아 표정을 지어가며 자기 모습을 본다.

'요즘 외로운가? 왜 제 얼굴을 자기가 보고 저렇게 감상을 하나?'


지하철 안에서는 또 어떤가?

핸드폰으로 자기 모습을 비춰보며 셀피를 찍는 건 그나마 봐줄 만하다.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거울로 얼굴을 보다 '눈'에 집중해서 하이힐을 신고 서서 마스카라를 하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저러다 눈 찔리면 어쩌려고.' 염려도 된다.


조카 나이쯤 되는 20대 여자가 지하철 앞자리에서 열심히 화장을 한다.

앞머리는 롤러로 만 채 앉아서, 지금은 눈화장을 하는 듯한데 몇 정거장을 지나도록 계속 눈 화장만 하고 있다. 거울과 손이 얼굴 일부를 가려서 전체 얼굴은 보이지 않아 이 사람이 예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얼굴 빼고 나머지를 스캔하듯 봤다.


상의-후디

하의-무릎 나온 회색 운동복 바지

신발-운동화

가방-에코백

'욱, 더러워. 신고 있는 운동화나 좀 깨끗하게 빨아 신지. 저게 뭐야. 사서 한 번도 안 빨았나 봐.'


꼰대 같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얘기해 줄까?

'눈화장만 하지 말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전체를 봐.',

'아가씨, 이쁜 나이에 무릎 나온 운동복 바지는 좀 그렇지 않아?'

'앞머리에 말고 있는 그거나 좀 빼.'

이 모든 말을 꾹꾹 참으며 위아래 스캔만 했다.

언제부턴가 딸 같은 나이대의 젊은 사람들을 보면 'FACT'를 말해 주고 싶은 '아줌마의 오지랖 기질'이 올라온다. 지하철 하차 할 때 보니 얼굴은 건조한 얼굴에 분칠만 덕지덕지해서 허옇게 떴고, 눈화장도 부자연스럽다.

'공들인 눈화장이 ㅉㅉㅉ'




오래전 아이 둘을 낳고 몸무게가 갑자기 불어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살이 쪄서 입던 옷이 안 맞아서 친한 친구 결혼식에도 핑계 대고 못 간다 해야 되나 싶어."

"몸에 맞는 옷을 사 입으면 되지."

"그러면 내 사이즈를 알게 되잖아."

"둘째 모유 수유 끝나면 다이어트하고 운동 시작하면 예전 몸매 되찾게 될 거야."

"ㅠㅠ 나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이마트 이제 안 갈 거야.ㅠㅠ"

"응? 왜??"

"이마트 입구에 전신 거울이 있어, 내 모습이 비치는데... 깨 부수고 싶더라."


아이 둘 키우느라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친구 결혼식에 가야 하는 데 맞는 옷이 없어서 살이 얼마나 쪘는지 알게 됐고, 마트 입구에 있는 전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둥글게 변해 버린 몸매를 'FACT'로 인식하게 된 듯하다.




어젯밤에 유튜브에 올라온 'BEEF' 트레일러를 봤다.

'스티븐 연'을 좋아하기도 하고 나와 닮았다는 여자 주인공 'Ali Wong'을 보면서 내 얼굴이 저렇구나, 내 표정이 저렇구나 하는 객관적인 'FACT'도 체크하고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 있을 법한 소재를 잘 다뤘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그런데 Ali Wong은 단신의 짤막한 사람인데, 171CM 장신의 나랑 뭐가 닮았다는 거지?

"이모, Ali Wong의 어깨 윗부분만 보세요. 이모랑 똑같아요."

조카의 말이다.


아 그런데 저 여자 왜 저렇게 항상 미간에 주름을 잡지?

내가 잘한다는 저 표정. 아, 그게 'FACT'인가 보다. 나는 늘 '스마일'하는 표정으로 사는 줄 알았는데.

내 미간 사이의 '표정 주름'은 보톡스로도 못 펼 거처럼 자리 잡혀있다.


남편에게 물었다.

"글로리아가 내가 이 여자랑 닮았대. 넷플릭스 뒤적거리다 이거 보고 '싱가폴 이모' 나온 줄 알고 깜짝 놀랐대." 아니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는 남편이. 아무 말 없다. 그건 '강한 긍정'이다.


아, 나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