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여보 집~ ㅋㅋ"
빅아일랜드 코나의 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던 남편은 창 밖을 보는 대신 내 얼굴을 본다.
'뭐래~~ 이 여자가 미쳤나.' 하는 얼굴로~
"이따 이 길로 되돌아갈 때 저 앞에 차 세워 놓고 사진 찍자."
"뭔데?"
"Paul's Place래. 그게 우리가 지금 찾고 있는 거잖아."
남편은 세상에서 제일 흔한 이름을 가졌다. 'Paul'. 가끔 사람들이 Peter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또 다른 흔한 성경 이름
농담도 진담도 아닌 말로 부쩍 민감해진 남편을 자극하고 싶진 않지만
코나 시골 구석의 구멍가게 이름이 하필 남편의 이름과 같았다.
남편은 퇴직 후 우리가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 우리는 지금 생각을 많이하면 할수록 더 어려울 수도 있는 '집 찾기 중이다.'
우리가 원하는 곳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거니.
남편도 나도 각자 태어나 자란 곳을 오랫동안 떠나 살았다. '가족'과 떨어져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 우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와이를 오면 늘 드는 생각이다.
아시아 대륙에도 미국 대륙에도 속하지 않고 태평양 중앙에 떠 있는 섬.
거센 바람과 쓰나미, 화산에 맞서 강하게 우뚝 서 있는 섬.
'우리를 닮은 섬'이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을 뉴스로만 접하다 보니 우리의 친구들은
왜 우리가 퇴직 후 굳이 미국에 정착할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은 가족들로부터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았던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하와이를 좋아하는 만큼, 여전히 미국 본토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정착한다는 것을 망설이는 중이다.
"살다가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다시 옮기면 되지.
다른 데로 갔다가 또 아니다 싶음 "여기도 아닌가 봐"하면서 또 옮기고.
"ㅋㅋ 뭐든 쉽게 생각하면 쉬운 거야. 우리 아직 젊으니까 한 곳에 정착해서 뿌리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살자."
"넌 참 뭐든 쉽다."
"답이 없을 땐 성경이 답이야. 우린 이곳에서 sojourner (임시 체류자) 일 뿐이야. 우리의 영원한 집은 천국에 있어 ㅎㅎ. 그리고 우린 알잖아, 지구가 얼마나 작은지. 어디든 당신과 내가 같이 있는 곳이 Our Home이야."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을 뚫고 자란 풀. 기특하고 감사하고. "살아있네!" 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