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편은 일란성 쌍둥이입니다.

by 리나

남편은 일란성쌍둥이다.

일란성쌍둥이라지만 둘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얼굴은 물론이고 헤어스타일, 걷는 모습, 목소리, 심지어 여드름 자국까지. 데칼코마니처럼 똑같다.

거기에 둘의 끼아수(fear of losing, 극도의 경쟁심) 성향조차 넘 똑 닮았다.


25년 전, 남편의 가족들을 처음 만났을 때, 나를 가장 긴장시켰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의 쌍둥이 동생, Mark이었다.


남편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아내와 어린 아들 둘과 함께 나에게 '만나서 반갑다' 인사를 하는데 너무 어색했다. 더구나 시종일관 '스마일'한 귀여운 얼굴로 나를 보고 있는 쌍둥이 동생 Mark의 4세 아들 Andrew는 남편의 mini-Me처럼 남편과 너무 똑 닮아서 나의 어색함에 어색함을 더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았을 때 가족들은 쌍둥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님,

"산부인과에서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소릴 듣고 얼마나 황당했던지. 이미 애가 셋이나 있는데 거기에 쌍둥이라니... 쌍둥이지만 3Kg 넘게 낳았으니 두 녀석 임신했을 때 몸이 무거워서 힘들었어... 임신했을 때 배가 너무 불러서 창피해서 사진도 안 찍었다고.


성당에서 결혼식이 있을 때 신부님 양 옆에 둘이 서면 생긴 게 똑같으니까 양면 대칭이라 웨딩 사진이 잘 나온다고 alter boys로 자주 불려 다녔지.


둘 중 한 명이 전화하면, 좀 있으면 다른 녀석 전화가 오겠구나 기다려.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꼭 비슷한 시간에 전화를 하는 거 보면 참 신기해."


아버님,

"어렸을 때, 핼러윈에 연극을 준비하겠다고 garage를 비워 달래서 이 녀석들이 뭘 하려고 하나 했더니. 동네 아이들한테 1센트씩 받고 입장시킨 후에 둘이 준비한 쇼를 보여주는 거야. 깜깜한 데서 한 명이 얼굴에 플래시를 비춘 다음 좀 있다가 두 명이 같이 플래시를 비추고 나와서 복제 인간인 척하는 내용인데.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그럴 싸했어. 쇼 보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들도 있었으니까."


2살 위 누나,

"나는 저 쌍둥이들 땜에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들께 많은 관심을 못 받았어. 둘이 워낙 유별나서 부모님께서 나에게 관심 쓸 겨를을 주지 않았거든."


큰 형수 (쌍둥이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누나)

"동네 수영장에서 알바할 때 저 쌍둥이들 얼마나 말썽인지 쫓아낸 적도 있었어."


큰 형

"둘은 애기 때부터 하루도 안 싸운 적이 없었어. 덩치가 커지면서 싸우는 도구도 몸에 맞춰 따라 커졌어. 애기 때는 꼬집기, 초등학생 때는 가위나 막대자, 고등학생 때는 잔디 깎는 농기구... 치고받고 싸우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는데. 누구 하나 안 죽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게 기적이야."


지난 목요일,

싱가포르에서 뉴욕까지 19시간 논스톱 비행기를 타고 꼬박 24시간이 걸려 뉴욕 외곽에 있는 Mark의 별장에 도착했다.


남편과 쌍둥이 동생, 둘 사이엔 여전히 애매한 긴장감이 도는 특별한 사이지만 중대한 결정을 할 일이 있을 땐 '다른 형제들보다 먼저 조언을 구하는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엄마 뱃속부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경쟁자를 가지고 태어난 남편은 일란성쌍둥이를 마치 '하나'의 인격체로 여기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 때문인지 쌍둥이 동생과 의식적으로 정반대의 결정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너 Mark이니 Paul이니" 장난 섞인 어른들의 말이 지겨워 어른이 되면 Mark이 없는 곳으로 멀리 갈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래서일까? 성인이 된 후 남편과 Mark은 한 번도 같은 도시에서 산 적이 없다.


올 초에 은퇴한 Mark은 좋아 보인다.

태어나 처음으로 공부 걱정, 일 걱정 없이 마음 푹 놓고 꿀잠을 자고 있다고 한다.

Mark은 남편에게도 빨리 퇴직하고 '자유함'을 느껴보라고 강력하게 설득하는 중이다.

"빨리 퇴직해. 너무 좋아."


내가 조용히 남편에게 말했다.

"Mark이 심심해서 당신한테도 빨리 퇴직하고 같이 놀자는 거 아닐까? 하하"


Mark의 아내 Sally에게 물었다.

"남편이 퇴직하고 늘 집에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


Sally는 '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나에게 눈을 찡끗했다.


주머니에 손을 꼿고 걷는 것 조차 똑같은 형제.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따로 구입한 청바지와 신발, 안경테가 같은 건 우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