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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숙 May 01. 2022

진달래꽃에 그리움을 담아  

                   -  "인생 짧다. 즐겁게 살아라!"

"아, 진달래꽃이 참 예쁘다."

"너는 즐겁게 사는 것 같아 좋다."

"혜숙아, 인생 짧다. 즐겁게 살아라!"


87세 엄마가 유언처럼 말씀하셨다.

며칠 후 눈부신 오월의 첫날에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시고 우리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사월이 되어 아파트 골목에 핀 진달래꽃을 보고 찰칵찰칵 찍고 그림을 그리면서 뭉클했던 엄마 말씀이 생각나 진달래꽃에 그리움을 담아 그렸다.


7년 전 사월 말에 친구들과 강화도 고려산에 갔다. 집에  와서 엄마에게 산에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 진분홍 진달래꽃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여드렸다.


85세 때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후유증도 있고 신부전증으로 잘 걷지도 못하시고 저녁 무렵에는 치매 증상이 있었던 엄마의 말씀이 기억났다.


진달래꽃 꽃말은 '사랑의 기쁨'

중국 촉나라 망제 두우가 죽어서 두견새가 되고 고향을 그리워 울다가 붉은 진달래꽃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꽃이다.


엄마는 진달래 꽃을 보시며 나에게 당부 말씀을 하시고 며칠 후 돌아가셨다.

87세의 엄마는 인생은 짧고 즐겁게 살라하셨지만,  당신은 그렇게 즐겁게 살지 못한 것을  자식이라도 그렇게 살기 바래서일까?


엄마가 22살,  6.25 전쟁 1.4 후퇴 때 피난 내려와

부산에서 떡 장사도 하며 힘들게 사셨다고 한다.

그 후 가난한  아버지를 만나서 고생도 많이 하셨다.


엄마는 두견새처럼 이북의 고향을 그리워하셨다. 1.4 후퇴 때 "3일만 피난 갔다 오라"는 방송을 듣고 내려오셨다가 60여 년이 넘도록 고향에 못 가셨다. 엄마 고향은 평양시 능 로리 70번지!

모래터 근처가 고향이라고 하셨다.


평양의  서문여고를 졸업하고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신문사에 취직해서 회계일을 하시던 20대 엄마는 당신의 꿈을 고향에 두고 오신 것 같다.


고향을 그리워하다 결혼한 엄마는 사랑하는 늙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소풍 간 날 즐거우셨을까?

엄마가 결혼했을 무렵 사진이다.


엄마와 아버지 오빠. 나 그리고 할머니와 이모와 사촌오빠랑 서울의 고궁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그때가 나는 4살경인데  파마머리라 부스스하다.

어렸을 때 엄마 아버지랑 함께 놀러 간 유일한 귀한 사진이다.


사월의 진달래꽃도 다 지고 오월의 첫날이다.

자식들 고생 안되게 따뜻한 날에 가고 싶다던 엄마 바람대로 7년 전 오월의 첫날!  따뜻한 봄날 떠나신 엄마 말씀이 더 생각나는 날이다.


"인생 짧다. 즐겁게 살아라!"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봄날도 짧고 인생도 짧은데~ 즐겁게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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