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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랑 Sep 02. 2020

감탄하는 삶을 위하여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유병욱. '생각의 기쁨' 북하우스- 

'충분히 감탄하면서, 평가는 유보합니다.'


-유병욱. 생각의 기쁨 p.112-


최근에 나를 뒤흔들었던 글귀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엄마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에서, 내가 준비한 저녁 식사를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에서. 


이미 답을 정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나에게 아이들은, 남편은 그저 정해진 답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일 뿐. 그들의 모든 말과 행동은 나에게는 예상된 반응일 뿐이다.


얼마나 피곤한가.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며 괴로워하는 삶이란!


그 순간 내 곁에 이 책의 저자가 있었다면 분명 말했을 것이다. 


"잠시만요 선생님, '하..' 보다 '아하!'가 먼저랍니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답게 명쾌하고, 분명하고 간결하면서 힘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빛나는 15초를 만들기 위한 순발력과 집중력이 느껴지는 한 챕터 한 챕터가 참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 본질적으로 작가의 성실함과 꾸준함, 평소의 힘에 있지 않을까.(그렇다 그의 두 번째 책은 '평소의 발견'이다. 이 책 역시 나의 인생 책 중 한 권.) 



참으로 감탄하는 삶을 살고 싶다. 

진심으로 평가와 판단으로 내가 볼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효율적인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뇌구조상 늘 반복되는 습관과 과거 기억에 따라 늘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훈련이 필요하다. 

의식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그럴 때 자주 만나는 것이 바로 책. 


너무 뻔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책을 끊을 수가 없다. 잠시라도 책이 손에서 멀어지는 순간 바로 예전의 나로 돌아오는 관성이 싫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고, 자주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씩 내가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유연해지고 너그러워진달까. 


가장 중요한 것은 찰나를 붙잡게 되는 것. 그리고 열에 두세 번쯤은 '그래, 내 생각이 아니고 저 생각이 옳을 수 있지.', '그렇지. 답은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지.', '내가 예상한 만큼은 아니었어.'라고 조금은 넓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나의 한 부분으로 만들기 위해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한두 번 읽는다고, 쓰기만 한다고 내가 달라지진 않겠지. 


어쨌든, 시작해본다. 

감탄하는 삶을 위하여.  


내 입에서 한숨 대신 감탄의 '아하!'를 외치는 그 순간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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