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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May 15. 2019

학생기록부 속 사진을 보내온 고1 담임 ‘쌤’

학생기록부 속 사진을 보내온 고1 담임 ‘쌤’

 

최근 들어 각자 바삐 살던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들이 모이게 됐다. 


운동 잘하던 놈, 공부 잘하던 놈, 순하게 생겼던 놈, 어른스러웠던 놈, 개구쟁이였던 놈 등등! 

이들을 수년 만에 만난 것이다. 

같은 반이었다 보니 자연스레 담임 선생님 이야기도 나왔다. 

선생님 휴대전화 번호도 건네받게 되었다.


친구들 모두 선생님을 한번 뵙고 싶어 했으나, 그간 연락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번호를 저장해두었고, 또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우연히 선생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됐다. 카톡 속 사진을 보니 여전히 젊고 멋지셨다. 


반가운 감정이 그동안 연락을 망설였던 마음, 결례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을 압도해버렸다. 그렇게 두서없는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적기 시작했다.   


학교를 다녔던 때가 아주 오래전 일이라 필자를 기억하지 못하실 것 같아서, 언제 입학했고 몇 학년 몇 반이었다고 먼저 말씀을 드리며 글을 이어갔다.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어 말씀드렸다. 


고1 담임 선생님이었던 그는 고3 때도 다른 반이었던 필자의 시험 점수를 정확히 알고 계셨다. 

또 시험감독관으로 어머니가 학교에 가셨을 때, 항상 먼저 인사를 하시며 필자의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담임 선생님이 아닐 때도, 그는 꼭 담임 선생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였다.


메시지 전송 버튼을 누르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 답장이 왔다. 


“왜 너를 기억 못 하겠니. 착하고 성실했던 모습이 선하구만.”


아이고. 30대에 착하고 성실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괜히 겸연쩍었다. 


사진도 한 장 날아왔다. 고1 학생기록부에 붙어 있는 필자의 증명 사진이었다. 그때만 해도 전산화가 덜 되어 그런 지 학생의 정보를 거의 다 수기로 작성했었다. 먼지 낀 그 오래된 책자를 꺼내 제자의 사진을 다시 떠올려 보셨으리라.


휴대전화 액정 속에는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한 17세 사춘기 소년의 앳된 얼굴이 있었다. 그 꿈 많던 소년이 30대 직장인의 거친 얼굴을 쳐다보았다.


“쌤은 든든하게 학교를 지키고 있으니 언제든 놀러 오고 이렇게 소식 전해주렴.”


그 후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철없고 못난 제자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던 선생님, 아니 쌤.



크나 큰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주셨던 쌤. 

그리고 그의 제자가 된 또 다른 새싹들. 

그 모두에게 행운을 기원한다.


무엇보다 다음에는 쌤과 꼭 소주 한잔 같이 기울일 수 있게 되기를. 아울러 우리의 담임 선생님이었던 그 시절만큼 계속 건강하시기를!


석혜탁 sbizconomy@daum.net


*스승의 날에 겨우 이 모자란 글로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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