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혁신 싱크탱크 안테나살롱의 <CSR, 2030을 만나다>를 읽고
도처에서 2030세대를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도, 산업계도, 심지어 문화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2030세대의 눈과 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들의 관심과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지겹도록 들었던 이대남, 이대녀. 그런 키워드가 어떤 맥락에서 유통되었는지 우리는 어렵지 않게 추정해볼 수 있다. 그러던 중에 최근 이런 조류와는 조금은 결이 다른 책을 접했다. <CSR, 2030을 만나다>이다.
2030세대의 구매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의 이슈 전파력 및 결집력에만 집중하는 기존의 마케팅 혹은 트렌드 분야 도서와 달리, 이 책은 2030세대의 ‘선한 영향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책은 ‘안테나살롱(Antenna Salon)’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의 단체가 만들어냈다. 안테나살롱은 2030 혁신가들의 젊은 시각으로 국내외 소셜 트렌드에 안테나를 세워 소셜임팩트(social impact)를 추동하는 2030 싱크탱크를 지향한다.
이곳에는 CJ대한통운이나 유니클로 같은 대기업의 사회공헌 및 ESG 실무 담당자, 경제신문 기자 출신의 임팩트 투자사·액셀러레이터 홍보팀장, 청년 정책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재직자, 디벨로퍼, 사진관 대표 등 제각기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하는 2030세대 실무자들이 여럿 모여 있다.
파타고니아, 미쉐린가이드 등 글로벌 브랜드의 소셜임팩트를 분석한 <소설임팩트 무브먼트 2019>가 안테나살롱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면, 2030세대 현업 실무자들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토대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의 사회공헌을 조망한 이번 책이 두 번째 결과물이다.
필자에게 이 책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이유는 2030세대 스스로 사회공헌의 주체로서 뚝심 있게 내용을 전개한 점이다. 2030세대는 그동안 사회혁신을 논하는 주역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기가 쉽지 않았다.
40~50대 전문직 남성이 주로 사회의 주요 어젠다를 선점해 제시했으며, 2030세대는 그 논의의 장에 발붙이기조차 쉽지 않았다. 어쩌다 기성세대가 설정한 어젠다의 울타리를 살짝 넘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수동적이고 한정적인 역할이 부여될 뿐이었다.
그저 상징적인 존재로 청년이라는 신선한 이미지만 의도치 않게 소모되기도 했다. ‘청년’을 접두어로 한 구호들은 그렇게 악용됐고, 퇴색됐다.
2030세대 현직자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공익적인 성격의 커뮤니티를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단순한 스터디나 정보교류, 친목도모를 넘어 하나의 정제된 콘텐츠를 만들어내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 또 그것을 ‘같이’ 해냈다는 것이 무엇보다 보기 좋았다. 이는 캠퍼스에 있는 대학생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청난 활동을 해보자는 게 아니다. 거대담론을 내세우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그리고 꼭 무엇인가를 ‘대적’하고 ‘타도’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관심 분야의 범위를 좁혀 3명, 4명만이라도 먼저 모여 논의를 확장해 가보자. 캠퍼스 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인재들이 숨어 있다.
시작은 다소 어설프고 투박할 수 있어도, 토론을 거친 콘텐츠를 텍스트로 체계적으로 정리해보자. 꼭 정식 출간까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안테나살롱의 첫 번째 작품도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brunch)에서 발간한 온라인 매거진 형태였다. 이렇게 학생에서 작가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PPT에 담아 강연을 할 수도 있고, 영상으로 변환하면 유튜버가 될 수도 있다. N개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로 변신하는 것이다.
ESG가 주목받는 지금, 안테나살롱이 착목한 사회공헌이라는 테마는 특히나 20대가 캠퍼스에서 주도하기 좋은 어젠다이다. 20대 대학생으로서 ‘이슈 소유권(issue ownership)’을 얻어내기 용이한 일상 속 미시적인 주제들에 눈을 돌려보자.
대학 캠퍼스에도 여러 성격을 가진 ‘살롱’과 학생들이 주도하는 ‘싱크탱크’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에 좋은 계절,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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