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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Jun 11. 2017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유통 상식사전 #5. 센트(scent) 마케팅

-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그리고 프루스트 현상


‘향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미국의 권위 있는 광고 마케팅 전문지 <애드버타이징 에이지(Advertising Age)>는 “브랜드가 계속해서 자신을 차별화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찾으려 함에 따라 센트 마케팅(scent marketing)이 또 다른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후각과 소비의 상관관계?


센트 마케팅이란 ‘향기(scent)’를 이용한 마케팅 기법을 일컫는다. 소비자의 후각을 자극함으로써 매장진입과 상품구입, 재방문 및 재구매 등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후각은 시각 혹은 청각신호보다 기억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후각은 대뇌의 변연계(limbic system)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유일한 감각기관이기 때문이다. 변연계는 인체의 기본적인 감정•욕구 등을 관장하는 신경계다. 감정, 욕구, 기억은 소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기에 향기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센트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브랜드 후아유(WHO.A.U) ©Who.A.U Malaysia 페이스북


후아유(WHO.A.U)는 센트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브랜드다. 캘리포니아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캐주얼 브랜드 후아유는 일찍이 향기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후아유 매장은 기분을 좋게 하는 향긋한 오렌지 향기를 머금고 있다. ‘드림’이라는 이름의 향이다. 후아유는 ‘드림’을 전 매장에 분사하는 조치를 취했다. 소비자들은 어떤 후아유 매장을 방문하든 후아유만의 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글로벌 저널 오브 커머스 앤 매니지먼트 퍼스펙티브(Global Journal of Commerce and Management Perspective)>는 잔잔한 향기(ambient scent)가 소비자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후아유는 ‘잔잔한 향기’가 주는 효능에 대해 간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향 중에서 오렌지향일까? 후아유의 기본 컨셉은 ‘캘리포니안 드림(Californian Dream)’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제일 유명한 과일이 오렌지라는 것에 착안한 것.

‘캘리포니안 드림(Californian Dream)’을 표방한 후아유 ©WHO.A.U Taiwan 페이스북


10년 이상 꾸준하게 센트 마케팅 전략을 펼쳐온 후아유는 후아유만의 브랜드 정체성과 긍정적 이미지를 확보하게 된다. 후아유를 상징하는 브랜드 컬러인 오렌지색과 매장 내에 은은하게 퍼지는 오렌지향이 자연스레 조응되었기 때문이다. 


오렌지주스를 나눠주는 이색 프로모션도 주효했다. 시각(브랜드 컬러), 후각(오렌지 향기), 미각(오렌지주스)을 동시에 공략함으로써 소비자의 공감각적 경험의 외연을 넓혀주었다.


절제의 미학, 향기가 고객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


무작정 좋은 향기만 만들어낸다고 센트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향기’를 운위할 때 빠질 수 없는 기업이 영국의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다. 러쉬의 고위 관계자가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The Wall Street Journal)>에 한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향기는 고객을 매장 안으로 이끌고, 이는 우리 브랜드의 주요 부분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는 향기가 고객을 압도하는 것(overwhelm the customers)은 원하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은은하고 자연스레 스며드는 향을 만들어야지, 본말이 전도되면 되레 역효과만 발생할 수 있다. ‘절제의 미학’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의 지적처럼 올바른 향기(correct smell)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각 브랜드 컨셉에 어울리는 향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욕망의 향기(The Scent of Desire, 국내에는 ‘욕망을 부르는 향기’로 번역되었음)>의 저자인 심리학자 레이첼 허즈(Rachel Herz) 브라운대학 교수는 맞지 않는(어울리지 않는) 향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예 향기가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일갈한 바 있다.

냄새와 감정 및 인지 연구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심리학자 레이첼 허즈(Rachel Herz)의 저서  ©아마존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 비즈니스(Bloomberg Business)>는 향기가 기억과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판매도 증진시키기에 전통적인 산업군에서 센트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은 이젠 놀랄 일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은행을 위시한 금융산업에서도 향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 센트 마케팅은 이제 산업과 업태를 가리지 않고 있다.


프루스트 현상, 기업도 자신들만의 매혹적인 향수가 있어야 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소설 <향수>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그루누이의 예민한 후각이 마케팅 담당자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루누이가 자신의 천재적인 후각으로 존재증명을 하려고 치열하게 애썼던 것처럼 기업도 자신들만의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어법을 빌리자면,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는 기업만이 소비자에게 더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뉴욕 34번가에 위치한 후아유 매장 ©이랜드그룹 블로그


특정한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한다.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이름(마르셀 프루스트)에서 따온 용어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과자의 향을 맡고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치열한 마케팅 전장에서 각 기업은 특정 향기를 통해 자신들의 브랜드를 상기시키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 과연 어떤 기업이 고객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줄 수 있을까? 향기를 통한 시간여행, 괜스레 설레고 자못 기대가 된다.


*위 칼럼은 <아시아엔>에 송고한 글을 일부 수정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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