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경제 매체가 주관하는 포럼에 참여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주제로 각계 전문가들의 열띤 강연이 펼쳐졌다. 학교에 다닐 때 책으로 접했던 CSR을 기업의 일원이 된 후 다시 마주하게 됐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한 기업에서 CSR팀장을 맡고 있는 연사의 20분 남짓한 프레젠테이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CSR팀이 없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을 꽤나 진지하게 청중들에게 전달했다.
이유인즉슨 CSR팀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각 부문, 각 팀에서 알아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란다.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까? 당분간은 그가 실업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국내 경영환경에서 CSR은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
하지만 자신의 팀이 없어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기업 전체의 문화가 발전하는 것을 진정으로 바라는 이런 팀장과 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소비자들의 ‘지갑’뿐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기업 또한 늘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로 그의 팀은 외려 더욱 열심히 일을 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