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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탁 칼럼니스트 Nov 04. 2018

TV, 게임보다 재미있는 쇼핑이 나타나다

- SK플래닛 사보 <the Planet> 기고 칼럼 

<TV, 게임보다 재미있는 쇼핑이 나타나다>

- SK플래닛 사보 <the Planet> 기고 칼럼 


유통의 역사는 매우 유구하다. 유통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일 것이라는 견해가 있을 정도. 쇼핑이라는 활동 자체도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해온 것이다. 고대문명에서부터 시장은 사람들 간 만남과 소통이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고, 더 나아가서 일종의 ‘사회자본’이었다. 이제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점점 체험과 놀이에 집중하면서 ‘재미’까지 찾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 홈쇼핑에서 걸그룹의 컴백무대가 열리고, 샤넬 매장에서 오락을 하는 시대


홈쇼핑 채널을 트니 인기 걸그룹의 컴백 쇼케이스가 진행된다. 순간 음악채널의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돌이 홈쇼핑의 게스트로 출연한 경우는 왕왕 있었는데, 홈쇼핑 채널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컴백 무대를 펼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풍경이다. 연예 기획사가 홈쇼핑을 통해 신규 음반을 발표하기로 과감히 결정한 결과는 어땠을까? 앨범뿐 아니라 포토카드, 맨투맨 등을 1시간도 안 되어 ‘완판’할 수 있었다. 또한 이슈 몰이에도 성공해 신규 앨범의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롯데홈쇼핑에서 오마이걸이 컴백 무대를 가졌다. 순간 음악채널의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통채널인 홈쇼핑 채널. 음악채널과의 경계, 구분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샤넬은 올봄에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이색적인 ‘오락실’을 선보였다. 샤넬과 오락실, 썩 자연스럽지 않은 조합인 듯하지만 코덕(코스메틱+덕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샤넬이 오락실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로 꾸민 ‘코코 게임센터’에서는 샤넬 로고가 크게 박힌 자동차 핸들을 잡고 레이싱 게임을 해볼 수 있고, 인형 뽑기 형태의 크레인 게임을 통해 샤넬 화장품 샘플을 ‘득템’할 수 있다. 

샤넬이 오락실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로 꾸민 ‘코코 게임센터’

그 외 여러 가지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게임 화면 곳곳에는 샤넬 제품이 배치되어 있다. 오락기의 디자인도 블랙과 핑크를 주된 컬러로 배합하여 감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립스틱, 매니큐어, 향수 등 샤넬의 인기 제품을 자유로이 테스트해보고,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뷰티 유튜버들은 부지런히 코코 게임센터의 매력을 영상에 담는다.

샤넬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위력을 예리하게 간파하였다.

샤넬은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위력을 예리하게 간파하였다. 게임 아이템을 갖기 위해 가상세계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는 것처럼 고객들은 이 ‘오락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이때 게임과 쇼핑의 내러티브는 한 쌍이 된다. 


■ 국내외 복합쇼핑몰, 모두 ‘엔터테인먼트’에 방점을 찍다


한 공간에 오래 머무르며 쇼핑, 식사, 취미생활, 레저 등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은 최근 대규모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우뚝 서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쇼핑몰 빌업(Vill’up)에서는 ‘인도어(indoor)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안이 들여다보이는 14m 높이의 투명 튜브에서 송풍장치를 활용해 자유낙하를 체험하는 이 핫플레이스의 이름은 아이플라이(iFly)다. 고객들은 아이플라이에서 말 그대로 훨훨 날아다니게 된다.  

프랑스의 쇼핑몰 빌업(Vill’up)에서는 즐기는 인도어(indoor) 스카이다이빙. '아이플라이(iFly)'라는 이름처럼 고객들은 말 그대로 훨훨 날아다니게 된다.

일본 도쿄의 쇼핑몰 ‘긴자식스’에는 일본 전통 가무극인 노(能)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이 있다. 가장 ‘미국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쇼핑몰에서 일본 전통예술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퍽 이채롭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몰에는 늦은 밤 시간까지 운영하는 아이스링크가 있다. 대부분의 국토가 사막으로 이뤄진 아랍에미리트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색다른 체험을 해보기 위해 전 세계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아이스하키 경기가 펼쳐지기도 하고, 아이스 댄싱으로 몰링족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한다. 에미레이츠 몰(Mall of the Emirates)은 쇼핑몰에 실내 스키장을 설치하는 파격적인 실험으로 쇼핑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에미레이츠 몰(Mall of the Emirates)은 쇼핑몰에 실내 스키장을 설치하는 파격적인 실험으로 쇼핑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 외에도 예술, 인문, 자연이 어우러진 쇼핑몰인 중국의 K11이나 옥상에 공연장을 마련해 콘서트를 진행하는 영국의 트래포드 센터(Trafford Centre), 쇼핑몰에 기차가 돌아다니고 가족 고객을 위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미국의 오차드 타운 센터(Orchard Town Center) 등도 고객에게 즐거운 몰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 복합쇼핑몰인 롯데월드몰과 스타필드도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월드몰의 테크테인먼트(Technology+Entertainment) 공간 ‘퓨처 핸즈업’에서는 최신 기술에 몸을 맡겨보는 짜릿함과 로봇 바리스타가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스타필드의 복합 스포츠 시설 ‘스포츠 몬스터’에서는 암벽등반, 실내 번지점프 등 다채로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 재미가 없으면 도태된다


이제 소비자는 단순히 어떤 상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는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쇼핑 과정이 재미있어야 오프라인 매장에 재방문을 하고, 온라인 혹은 모바일 플랫폼에 재접속을 한다.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쇼핑은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결국은 도태될 것이다. 


그렇다고 작위적인 웃음 코드를 억지로 불어넣는 것은 외려 고객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자사가 영위하는 비즈니스의 특성에 어울리면서도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발굴해야 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CSR과 엔터테인먼트를 연계하는 전략도 수립해볼 필요가 있다. 


포브스(Forbes)는 광군제를 세계적인 페스티벌로 격상시킨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을 ‘리테일테인먼트 총사령관(retail-tainment-in-chief)’이라 칭한 바 있다. 이제 리테일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총사령관이 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리테일테인먼트 총사령관(retail-tainment-in-chief)’ 마윈(馬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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