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본 아름다움
송진권
쇠뿔에 고삐 감아 산에다 풀어놓고 나는 골짜기 돌이나 뒤지며 가재나 잡던 것이었는데요 그때쯤이면 앞뒷산 능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옴팡골 밖으로 풀어져나가는 것이었는데요 워낭 소리가 희미해지다가 드디어 가뭇없어지는 데쯤에서 나는 소를 찾아 나서는 것인데요 잡았던 가재 도로 물에다 풀어놓고 주근깨 송송 박힌 산나리꽃을 쥐어뜯으며 네미 네미 소를 불렀던 것인데요 어둑발 내리는 산골짜기를 허위허위 오르노라니 소는 어디로 갔는지 당최 코빼기도 볼 수 없던 것인데요 희미하니 들리는 워낭 소리를 따라 껑충한 원추리꽃 분지르며 넘어갔을 적엔 퍽이나 커다란 산초나무를 만났던 것인데요 웬 놈의 호랑나비떼가 산초나무에 그리 빼곡하니 앉았는지 더러는 훨훨 날아다니는 놈도 있고 더러는 앉아서 교접하기도 하며 산초나무가 이룬 한세상 꽃밭에다 죄다 입을 박고 꿀을 빠는 것인데 하 그런 장관이 없어서요 나는 소를 찾을 걱정도 다 잊어버리고 신령한 뭔가를 보듯 황홀하게 산초나무를 우러르며 주저앉았던 거였는데요
아이가 중학생일 때 침대에 엎드려 발을 퐁당퐁당 하며 시를 같이 읽곤 했다.
모범생인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시를 잘도 받아먹었다. 복숭아빛 얼굴이었다.
아이에게 왕따가 일어났다.
ㅡ엄마 오늘 학원 안 가면 안 돼?
그 한 마디가 속상한 아이의 대처였다
지인은 말했다
ㅡ 시를 읽어줘서 마음이 연약하고 순해서 그래.
그때 다정하고 감성적으로 키우고자 한 마음을 후회했다
다행인지 아이는 지난 일을 지워냈다
긴 글에 지칠 때면
시로 다시 돌아간다
엉거주춤하게, 알듯 모를 듯한 말들 사이에서 헤매는 것이 좋다
불멍만 있을까 시멍도 제법 괜찮다
멍은 멍이므로 시에 대해서 할 말은 찾지 못한다
십여 년 만에 아이에게 시를 읽어주었다.
송아지를 찾으면서도 아름다움에 매료된 시 속의 아이가 천진하고 빛나는 눈의 표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서였다. 알려주고 싶었다.
ㅡ 얘 되게 귀엽지 않니?
ㅡ 소 잃은 게 쫄려서 별로야
ㅡ그니까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걸 잊었을까
ㅡ그래도 나는 그 기분이 좋지 않아
나의 아이는 잃어버린 소를 찾느라 그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초조한 표정이 오버랩된다. 아이에게 세상이 그토록 조바심 나는 것이려니 생각하니 나의 속도 탄다.
아이에게 다음 장면은 언제쯤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