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수업을 감기몸살 때문에 가지 못했다.
한 주를 건너뛸 수도 있지만 다음 그림이 궁금해서
토요일에 화실로 건너갔다.
평일과 달리 좁은 화실은 대여섯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내가 가장 초보겠지.
이젤을 펼치자 오늘은 사과를 그리라고 했다
세 번째 수업인데 사과라니
선생님은 다른 회원들 코치로 바쁘다
백지 앞에서 당황스러움은 글쓰기나 비슷하다.
어떤 모양으로 선을 그려야 하나
흐리게 타원을 그린다
스스로 묻고 답한다
ㅡ사과 같아?
ㅡ아직은 아니지. 이제 사과처럼 보이게 해 봐
ㅡ어떻게?
ㅡ일단 구를 데려오고 , 사과의 꼭지 부분을 체크하고
ㅡ꼭지가 원안에 들어와 있잖아. 이걸 어떻게 입체로 보이게 하냐고
ㅡ그냥 선을 그어봐. 너의 느낌 가는 데로.
네가 길을 한번 찾아봐
대담함이 필요하다.
틀려도 되는 망쳐도 되는...
하지만 정말 망치지는 않는다.
연필로 종이를 자꾸 쓰다듬던 보면
슬슬 보인다. 형체.
아 그런데..
너는 사과냐? 호박이냐?
사과의 모양새는 살이 오른 내 얼굴처럼 하관이 통통하다. 꼭지에 움푹 들어간 골을 표현하고 꼭지의 그림자를 그리니 그림자가 골짜기로 보인다.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새로운 품종 개발이다. 하하
작품이 아닌 연습에 불과하지만 제목을 붙이고 싶었다.
'호박이 되고 싶은 사과'
개인적인 상상을 한다.
왜 호박이 되고 싶을까?
둘 다 개체로써 가치가 있는데 왜?
나에게 없는 것을 타인에게서 본다.
글쓰기가 어려워서 그림은 더 편할까 기대를 한다. 희망일까. 망상일까. 미련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