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선생님. 좀 기운 것 같지 않으세요?
언젠가부터 외부에서 나를 부르는 호칭이 선생님이 되었다. 물론 선생이 아니다. 예의 있게 불러주는 호칭이다. 나이 들어 배우러 다니는 학생을 선생님이 선생님이라 불러준다.
ㅡ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ㅡ그림이 기울었어요. 멀리 나와서 보세요.
멀리서 보면 잘 보여요.
두어 걸음 떨어져서 스케치한 그림을 본다.
ㅡ그렇네요. 살짝 기운 것 같아요.
두 번째 듣는 얘기다.
사진관에 사진을 찍으러 가면 의자에 앉아 어색한 표정을 짓는다. 바른 자세로 정면을 응시한다. 사진기 사각의 틀 안에 거꾸로 비친 모습에서 균형의 무너짐이 보인다. 나는 곧게 있어도 비춰볼 수 없는 모습은 어딘가로 치우치나 보다.
ㅡ턱을 조그만 내리세요. 고개가 왼쪽으로
기울었어요. 오른쪽으로 조금만...
사진기 앞에 앉은 모습처럼 그림도 기울었다. ㅡ인물화만 자화상인 게 아니라 그림이 다
자화상 같아요.
ㅡ그런 면이 있지요. 자신을 닮게 그려요.
한쪽으로 치우침은 균형 때문에 생긴 일이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프로스펙스 매장에서 가방을 샀다. 그때는 나이키보다 프로스펙스가 더 선호되던 시대. 등골 브레이커의 원조라고 할까. 백팩도 나오기 전이었다. 가방은 어깨에 멜 수 있도록 끈이 길었다. 교과서와 노트가 들어간 가방은 무겁다. 오른쪽 어깨에 걸치면 늘어진 무게에 균형을 잡느라 몸은 왼쪽으로 기운다.
ㅡ직선을 그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손이 떨려서 직선이 직선이 아니에요.
원래 처음 하면 그런가요?
ㅡ선생님 무거운 거 많이 드세요?
ㅡ네. 그렇죠. 많이 들지요.
몸을 사리지 않는 편이다. 무거워서 못 들겠어요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약한 척과도 거리가 있다. 그리고 여전히 가방에 여러 가지를 다 넣고 다닌다. 슈퍼에서 배달도 잘 시키지 않는다. 도보 10분 거리, 장바구니용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른 봉투 하나를 손에 또 든다.
왼손으로 나눠 들면 되는데 오른쪽 어깨와 손으로 한꺼번에 든다. 오른팔은 점점 힘이 세진 것인가.
오른손으로 선을 긋는다. 수많은 선이 채워져 면이 된다. 선을 쌓는다. 이젤의 스케치북에 오른팔을 의지할 수 없다. 팔이 허공에 떠있다. 선은 종이 위를 누르는 게 아니라 스친다. 어깨가 힘으로 정도를 조절한다. 단지 연필 한 자루를 든 손인데 어깨는 끊어질 듯 아프다.
올바른 자세로 앉아 보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교정이 어렵다. 오랫동안 몸에 밴 관성으로
한쪽으로 살짝 치우친다. 당분간 기울어진 그림이 그려지겠다.
사소한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연약해서가 아니라,
강한 힘으로 살아내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마음이 기댈 곳을 찾지 못해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