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나 역시도 예전에 채식 식단이라 하면 값비싼 각종 유기농 채소들과 과일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기에 이해가 가는 질문인데 채식을 말 그대로 풀, 더 정확히는 샐러드만 먹는다고 생각해 마트에서 파는 한 끼용 샐러드 팩을 매일같이 사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는 익숙해진 4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이삼일에 한 번 꼴로 장을 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써 식비의 변화를 살펴보면 외식비는 줄고 그와 반대로 식재료비는 더 늘었다.
외식비가 크게 줄은 이유는 1. 비건을 위한 선택지가 별로 없을뿐더러(저절로 외식을 안 하게, 아니 못하게 됨..) 2. 그 돈 주고 외식하는 것이 아까워서(더 정확히는 그 돈을 지불하고 그 ‘정도’의 퀄리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게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금 더 늘어난 식재료비에 대해 얘기해보자.
일단 식재료 자체가 비싼 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꼬들꼬들한 식감의 만가닥 버섯과 비타민 채소(다채)는 한 봉지에 겨우 천 원인데 두 끼는 거뜬하게 볶아 먹을 수 있고 귀엽고 작은 고구마 열댓 개도 2천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그밖에도 꽈리고추, 상추, 단호박, 다시마, 가지, 병아리콩 등등 몸에 좋은 식재료들을 5천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다. 재료들이 비싸서가 아닌, 집에서 요리해 먹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식재료비 지출 또한 조금 더 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장을 볼 때 대형마트보다 장터나 로컬푸드 마켓을 이용하는 편인데 편의성이야 좀 떨어질지 몰라도 가격의 변동성과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루 차이로 천 원대였던 파프리카가 4천 원대로 껑충 뛰기도 하고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기도 하는데 그에 따라 그 날 그 날 재료를 살펴보며 메뉴를 정하는 재미가 있다. 또한 직접 수확하신 농부님들의 이름과 사진, 원산지, 날짜 등등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가끔 ‘00을 맛있게 먹는 방법’ 이라며 옆에 귀여운 레시피가 붙어 있기도 하다!)
식단의 주가 채소, 과일, 버섯류, 해조류이다 보니 신선도와 양을 위해 자주 장을 볼 수밖에 없는데 한꺼번에 많이 구매하는 것보다 하루 이틀 먹을 양만큼이라도 자주 구매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신선한 재료로 요리를 하면 맛도 좋고 그만큼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나중에 다 먹겠지- 하고 많이 사놨다가 결국은 음식 쓰레기통으로 낭비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자주 장을 봐야 하고 매끼 신경 써서 채식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각종 가공식품과 배달의 천국인 세상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그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돈으로 싱싱한 채소를 살 것인가, 합성조미료와 인공향이 잔뜩 들어간 식품을 살 것인가.
같은 돈으로 내 몸에 좋은 성분을 넣을 것인가, 유해 성분을 넣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한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금요일 밤에 치킨은 고민 없이 주문하면서, 하루에 한 번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쓰면서 ‘채식’ 하면 무조건 비싸다는 생각(오해)은 안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