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교에서 인턴을

내 인생에서 언제 하버드에 몸담아보겠는가.

by GRETTA

겨울방학 그리고 3월 둘째 주까지, 두 달 동안 미국에 가게 되었다.

첫 미국행이다.

살면서 미국에 한 번쯤은 여행으로라도 가보고 싶었는데 인턴으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AIESEC(이하 아이섹)이라는 학생단체에서 지부 대표로 일했었다.

아이섹은 국내외 다양한 대학에서 자발적으로 지부를 만들어, 인턴십을 중개하는 대학생 자치단체이다.


각 나라에서는 해외에서 대학생들이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업에 컨택하여 자리를 창출해낸다.

우리 지부에서도 역시 해외 대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인턴십 자리를 만드려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우리 학교 학생들이 다른 나라로 해외인턴십을 경험해볼 수 있게 나가게 해주는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이 배웠고, 보람찼고, 힘들었다.


고객들이 해외인턴십을 나가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로 인턴을 하러 오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며 "나도 아이섹 임기 끝나면 꼭 해외인턴십 나가야지"라고 다짐했었다. 유급 인턴십 자리를 보면, 각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좋은 회사들도 많았고 그만큼 높은 qualification을 요구하였기에 내가 졸업 전에 붙을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아이섹 임기를 마친 이후 3년 동안의 또 다른 교내 동아리 활동, 대외활동, 국내에서 한 인턴 경험들이 헛되지 않게 드디어 GIP (Global Internship Program:유급 인턴십)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15년 4월부터 Raising(레이징: 매칭 프로세스 중 첫 단계)을 시작해 여기저기 지원하고 스카이프 인터뷰도 진행했다. 4월에 지원했던 곳은 캐나다의 한 제약회사였는데 한 달에 200만 원 가까이 월급을 받으며 한국 B2B 마케팅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페이도 좋고, 한국인을 우선적으로 뽑는다기에 지원하여 서류-1차 인터뷰 붙고 2차 인터뷰 직전 shortlist까지 갔었는데..... 회사 구조조정이 들어가며 해외인턴팀 뽑는 기한이 무기한으로 늘어났다며 2차 인터뷰를 무기한으로 미뤄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올해 1월에 나갈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겠다고 했었는데 결국 작년 내내 연락이 없었다.


2015년 8월, 유럽 여행 중에는 우크라이나 스타트업에 지원하여 CEO랑 최종 인터뷰까지 보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애들한테 연락해 줘! 곧 우크라이나에서 보자~"이러더니, 여행이 끝날 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아니 이 사람들아, 대답을 해줘야 할거 아니냐아 -


아이섹 지부장 경력 덕분인지, 서류 통과는 국적이 정해져 있는 곳 빼고는 웬만하면 다 되었는데 인터뷰까지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자면 꼭 이런 식의 무기한 연기 또는 뒤통수 통보를 받았다. 아이섹엔 좋은 기회도 참 많고 중개료도 싼데, 이렇게 포지션이 불안정한 것이 리스크다. 활동하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내가 직접 고객이 되어보니 이런 부분은 더 적극적으로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10월 초 나의 담당자 후배님이 연락이 왔길래. '그래 이번에 뭐 괜찮은 자리 떴으려나' 하고 보러 아이섹 포탈에 들어갔다가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하는 International Big Data Project team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버드 대학의 Richard Freeman 교수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한다. 우리나라, 중국, 인도, 브라질, 독일, 러시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등 엄청 다양한 국가에서 이 연구를 진행할 인턴들을 뽑는다. 각 국의 경제상황 및 산업 상황, 그리고 미래에 이루어질 유망한 산업군까지 조사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아주아주아주 간단한 설명


좋은 기회 같아서 지원을 했고, 서류 및 인터뷰를 모두 통과하게 되었다 !


뽑혔다고 축하한다는 메세지



문제는, 돈이다.

이 인턴이 유급 해외 인턴십으로 분류되어 있는 만큼 처음에 내가 지원할 당시의 공고에는 숙박이 제공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비행기 값이랑 체제비 정도만 부담하면 되기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2차 인터뷰 때 미안하다며, 자기들이 Funding 받기가 너무 힘들어서 무상으로 숙소 제공이 힘들 것 같다며 내가 숙박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사실상 이건 처음 EP(Exchange Participant: 인턴십 지원자)가 지원할 때의 공고와 다르기 때문에 일종의 계약 위반 사항이다. Funding을 받지도 않고 숙소 제공된다고 올려놓으면 어떡하냐, 진짜...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당장 나에게 그만큼 큰 돈이 없기 때문에 부모님과 상의하기 위해서 하루 시간을 달라 했다. 나 스스로도 생각보다 더 큰 금액을 지불하고 다녀오는 것이 맞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았고.


하루 고민한 결과, 나도 방학 동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고 부모님에게 좋은 경험일 거라고 설득을 해서 여행비까지 빌려주시기로 했다. 취직하면 정말 꼭.. 갚겠습니다... !




오늘 페이스북을 보다가 내가 쓴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나의 마음이 담긴 글을 보게 되었다.


"맘에 드는 옷을 발견해서 가격표를 보고 손을 놓는 일이 많아요. 맘에 드니 당연히 그 옷을 사서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 가정형편이 나았더라면 이 옷을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거의 없어요. ... 친구가 뭘 입고 뭘 쓰는지 제 자신과 굳이 비교하지 않아요. 별로 신경 안 쓰이거든요.

하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나 집에서 받아야 하는 지원을 생각하면 달라요. 내가 이런 직업을 갖기 위해선 n년은 더 공부해야 하는데, ... 아주 가난한 형편은 아니지만 아주 여유 있지도 않아요. 돈 많은 부모를 둔 주변 사람들이 부러운 것은 제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 지극히 제 자신의 가치관이나 적성이 아닌 가족들의 상황을 아주 많이 고려할 수밖에 없을 때에요. 혹시 이런 생각조차 불효일까 봐 마음이 무겁네요." --- OO대학교 대나무숲


그러니까,

나를 믿어주시겠다는 부모님의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떠나는 만큼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경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하버드의 도서관 및 모든 시설을 학생 자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하버드 내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와 세미나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컨퍼런스나 세미나에서 만나는 교수님들과 카운슬링도 가능하다고 한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모이는 international team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다는 것.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의 생활을 간접 경험하는 것.


좋은 기회임이 확실하다.

그래서, 하버드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의 1분 1초를 더 깊게 담아내기 위해 기록하려 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기대에 부응해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1월 15일 나의 하버드 생활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