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TTA Oct 28. 2018

일주일에 3천원이면 그림을 빌릴 수 있는 갤러리

낯선 듯 정다운 동네, 신수동에 위치한 이너프라운지 - 도시작가 프로젝트


처음에는 단순히 카페인 줄만 알았다.

이너프라운지는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진행중인 도시작가 프로젝트 덕분에 방문한 두번째 공간이다. 처음 도시작가 신청 페이지에서 만난 이름은 '카페 윌리'였다. 그래서 단순히 카페인줄 알았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주말에 방문하고 싶어 매니저님에게 연락해보니 그 주 주말부터 휴무가 시작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신청했다. 재신청할 때 이 공간의 다른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건 바로 "이너프라운지"

색다른 음료 네이밍이 따스하다. '틈날 때 만든 레몬차', '소희미숫가루'...



무질서해 보이지만 규칙이 있는 공간

일단 처음 들어가서 든 생각은 '이렇게 큼직하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모두 같이 모여 있네' 라는 것이었다. 짐을 놓고 숨을 조금 돌린 후 둘러보니 다양한 그림들이 벽 빼곡히 걸려있었다. 한 켠엔 그래피티가 잔뜩 그려진 꽤 벽이 두 짝 있었다. 액자 뿐 아니라 엽서, 판화 등 작은 그림들도 있다. 한 켠에는 그릇, 접시 등 도기들이 가득했다. '오 - 이 공간 makers를 위한 곳이구나?'



"우린 공간 넓직넓직하게 써요."

테이블 간 간격이 넓었다. 매니저님에게 여쭤보니 일부러 이렇게 넓직하게 배치해놓으셨다고 한다. "왜요?" 이너프라운지에서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업무를 하거나 작업을 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의자도 편했고 책상도 엄청 넓었다. (의자가 너무 편해서 어디껀지 물어보려 했는데 까먹었다)

공간에 머무는 동안 워크샵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가볍게 식사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음식 반입 가능) 모두들 공간을 편하게, 자유롭게 사용하시는 느낌.

이 사진을 좋아한다. 뉴욕에서 머물렀던 에어비앤비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가 건물 한 층을 빌려서 게스트하우스 식으로 여러 명이 함께 머물렀는데 인더스트리얼 분위기가 물씬 나는게 비슷했다. 매니저님이 공간 소개에 써놓으셨던 것처럼 채광이 정말 좋았다. 12시부터 있었는데, 정말 빛이 잘 들었다.


일하던 곳에서 창문 쪽을 찍으니 이런 느낌.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무늬가 좋아서 찰칵!



오래된 것들이 가득한 공간의 매력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왠지 모르게 여름 냄새가 나는 사진

넓은 칠판을 작업용으로 쓰시는 분들도 계시겠지. 어느 가문의 가훈같이 보이는 액자도 무심하게 걸려있고 초록빛 식물과 저기 보이는 빈티지한 시계, 그리고 꽤 오래 전에 출판된 듯한 책들이 모여 있으니 좋아하는 옛날 냄새가 난다. 역시 낡은 것이 가지는 매력은 오래 가는 법이다.

꽤 넓은 공간이어서 여기저기 사진 찍고 구경하고 둘러보다 보니 마지막에서야 입구 쪽이 눈에 들어왔다. 문 색깔이 아주 예쁘다. 노란색. 그러고 보면 노란 테이블도 있고. 이너프라운지의 브랜드 컬러는 노란색이었나보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는 이렇게 다양한 잡동사니들을 판매한다. 엽서, 마그넷 등등. 원래 이런 작은 것에 물욕을 심하게 느끼는 나지만 이 날은 잘 참았다 :)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창시자가 바로 여기 계셨다.

숙성된 맛의 제주감귤청에이드

공간을 둘러보다보니 궁금했다. 대체 이 공간을 만드시는 분은 누구신가. 김정은 매니저님에게 이전의 이력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이너프라운지를 만드시기 전부터 공간 사업과 예술 사업을 해오셨던 분이었다.

한 5-6년 전에 이태원 쪽에서
LP룸도 운영하고 그랬었는데...

네??? LP룸이요???? ㅎㅎ 그 때부터 트렌드를 엄청 앞서고 계셨던 분이었다. 요새 한창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share' 공유 문화를 이전부터 꾸준히 만들어오고 계셨다니. 너무 시대를 앞서가신거 아니냐니까, 원래 유행은 돌고 도는거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LP룸 뿐 아니라 공간 쉐어 사업도 하셨다고 한다. 갑자기 팔고 싶은 물건이 생기거나, 일일카페와 같이 짧게 하고 싶은 사이드 활동이 있을 때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도 하셨다고 한다. (마치 지금의 플리마켓처럼)

현재 이너프라운지는 카페보다는 '라운지'의 성격을 더 많이 띄고 있다고 한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이 전체 대관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워크샵이나 클래스를 여는 분들이 활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스페이스클라우드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 작업을 하러 오는 1인 사업가들도 많다고 한다.


1) 1일권 예매하기 (7,000원)

2) 전체 대관하기 (44,000원/1시간) - 종일 대관도 가능 (33만원)



지금은 일주일 단위로 그림을 빌려주는 갤러리를 운영한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시대를 앞서가는 이 분들이 '지금' 하고 계신 사업에 대해. 바로 그림 렌탈! '이너프십(enoughship)'이라는 서비스이다. 1층에 자그마한 갤러리가 있는데, 크지 않은 공간 대비 볼 수 있는 작품들은 꽤 많다.

사실 작품 감상을 위한 갤러리라기보다는 그림 렌탈 서비스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갤러리이다. 너무 재밌는 그림들이 많아 눈이 휘둥그레져서 둘러보니 매니저님이 그림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연필로 집 시리즈만 그리시는 작가님부터 시작해서, 삭막한 도심 속에서 위로가 되는 꽃을 형상화한 작가님, 그리고 회사 안의 직장인 '나'와 회사 밖의 프리랜서 '나'가 고양이로 그려져 서로 마주보고 있는 그림을 그린 집사 작가님까지.

설명을 듣고 있으니 렌탈 욕구가 마구마구 솟았다. 게다가 그림 밑 주황색 종이에 작게 적혀있는 가격을 보니 너무 합리적이었다. 1주일에 1,000원~4,000원 정도이다.



들어가자마자 첫 눈에 반한 그림

결국, 들어가자마자 첫 눈에 반한 이 그림을... 10주간 렌탈하기로 했다. 검은색과 금색의 조합이 너무 근사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직 가격도 매겨지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상이라고 한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강렬하게 끌렸는데, 매니저님 설명을 더 듣고 나니 렌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그림을 꼭 사지 않더라도 빌려서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서비스인가!

그림 대여 프로세스를 거치는 동안 아이패드를 활용해 작가 분에 대한 설명도 보여주신다. 이번에 빌리는 그림을 그린 작가님은 VSFORCE라는 분이다. 얼마 전까지 이너프라운지가 개최하는 전시회에 걸려있던 그림이었는데, 이제 막 사람들에게 대여할 수 있도록 공개중이라고 한다.


이너프십 서비스는 베타 운영중이다. 아직 온라인으로는 정식오픈되지 않은 상태이고, 이 공간에 직접 오시는 분들에 한해 오프라인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멋진 그림을 대여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꼭 이너프라운지에 방문해 공간도 즐기고 친절한 매니저님의 그림 설명도 들으며 문화 생활을 만끽하시길 바란다 :)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너프십(enoughship)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볼 수 있고 엄청 많은 작가 분들을 인터뷰한 정성스러운 글도 읽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도 운영중이다. 전시와 갤러리에 대한 소식을 자주 올려주시니 팔로우하면 멋진 그림들을 미리미리 볼 수 있을 것!

튼튼한 은박지로 한 번 그림을 감싸고, 색감 예쁜 에코백에 고이 담아주신다.


저녁에도 은은하게 골목을 비춰주는 이너프라운지. 12월 말까지 이번 그림을 감상하고 반납하러 올 예정이다. 그 때도 이번처럼 운명과 같이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과 마주칠 수 있기를 :)


공간 이용 추가 tip 10가지!

1. 위치와 교통: 광흥창역 4번 출구 (도보 15분 이내) / 주소 - 서울 마포구 토정로17길 16 1,2층 (신수동) http://dmaps.kr/8gvqf
2. 와이파이/콘센트: 와이파이 속도 빨라요! 콘센트 사용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매니저님에게 부탁드리면 친절히 해결해주실 것 같아요.
3. BGM: 나는 개인 이어폰을 활용해서 음악을 들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음.
4. 소음: 평일에 가서 시끄럽지 않았음. 1시간 단위로 워크샵하러 오는 분들이 계신데 말을 많이 한다기보다는 뭔가 만드시는 데에 집중하시는 타입이라 괜찮았음.
5. 음료/음식: 음료가 엄-청 다양함. 간단한 스낵류를 팔고, 메뉴에 토스트가 있어요. 그런데 재료가 있을 때 or 음식을 할 줄 아시는 운영자 분이 계실 때 주문할 수 있는 것 같아요.

6. 인쇄/복사: 따로 없습니다.
7. 화장실: 같은 층, 공간 바로 옆에 위치. 엄청 깨끗해요.
8. 위생 상태: 처음 방문했을 때에도 깨끗했고,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깨끗이 이용하기에 아주 쾌적!
9. 공간 이용료: 1일권 7,000원 (운영시간 내 사용가능) / 전체 대관하기 (44,000원/1시간) / 종일 대관도 가능 (33만원)
10. 주변환경: 걷기 좋은 마포구. 거주 지역이고 근처에 친근한 동네 시장 같은 분위기라 좋아요. 상수동이나 합정 - 홍대랑 가까운 위치!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 시대에도 직접 보러갈 이유가 있는 공연이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