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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TA Oct 29. 2018

브랜드 저널리즘도 미디어인가요?

책 <미디어의 미디어9>를 읽고

딱 1년 전 이런 고민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과연 상품을 파는 일일까, 저널리즘일까"

일에 치이다 보니 숨 고를 시간도, 일상을 정비할 여유도 없었다. 그러다 다행히도 이번주는 공기 좋은 곳으로의 외근으로 한 숨 돌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여전히 일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지만...) 눈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벅차오르다가, 바뀌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게 얼마 만인가 싶어 조금은 서러워지기까지 했다.

이번주 오픈인 프로젝트가 유난히 많았던 덕분에, 그리고 지금 내 실력으로 어디가 한계인지 보기 위한 실험을 시도한 덕분에(...) 지지난주부터 매일같이 야근의 연속이었다. 새벽 퇴근도 다반사. 첫번째 요청(양)을 해결하고 나니, 두번째 요청(퀄리티)이 들어온다. 퀄리티는 내가 나에게 한 요청이지만, 당연히 둘 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겠는가.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아서 우직하게 시간을 들여본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발전시켜본다.

고민이 많아진다. 아니 어쩌면 선명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과연 상품을 파는 일일까, 저널리즘일까? 아니면 둘 다 하고 싶은걸까? 그럼 그 둘을 어떻게 버무리면 되려나? 무대는 온라인일까, 오프라인일까? 아니면 모두? 오늘도 나는 답정너처럼 혼자 머리 속을 헤집었다가 다시 정리한다.

아무튼 ㅎㅎ 무거운 내 고민이 무색해지리만큼 오늘도 날씨가 참 좋네, 잘 왔어 가을.
- 2017년 9월 16일, instagram @hyewonable

1년 전 맘이 복잡해 인스타그램에 이런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이 글을 쓰면서 '세상에 답이 어디 있겠냐,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열심히 재밌게 하다보면 길이 보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딱 1년이 지난 시점에 이직이 결정됐다.


이직을 결정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커리어'였다. 보통의 콘텐츠 일은 마케팅과 이어지는 편인데, 특이하게도 예전 회사에서는 콘텐츠 일과 서비스 오퍼레이션을 함께 했다. 콘텐츠와 오퍼레이션이라니, 안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생각보다는 그렇게 뜬금없지 않다.


전 회사가 운영하던 플랫폼에서는 모든 페이지가 반드시 스토리텔링 기반이어야만 했다. 그래야 사업(혹은 판매)의 이유가 성립되고 고객에게 호소력있게 다가갈 수 있었다. 홈페이지 곳곳에 콘텐츠 만드는 사람의 손길과 숨결이 닿아야만 했다.


이렇게 매일같이 콘텐츠를 만들고 다듬으면서 고객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고 썼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담아낼 수 있었다. 오퍼레이션을 하면서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회사가 굴러가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TF를 꾸려 브랜드 저널리즘을 시작했다. 업무 시간 외에 따로 시간을 내야 했기 때문에 항상 늦은 시간에 글을 써야 했지만, 워낙 뛰어난 팀원들과 함께 해서 그런지 즐거웠다.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신규 입사자 분들이 매거진 덕분에 회사를 더 잘 알게 됐다는 말을 들으면 피곤함은 온데간데 없이 뿌듯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회사의 브랜드가 잘 보여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에만 집중해서 능력을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점점 콘텐츠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지금 회사의 브랜드 저널리즘을 위한 PR팀 에디터 직군을 제안받았을 때 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1년 전 무거웠던 고민에 대한 종착지까진 아니더라도 next step은 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브랜드 저널리즘, 거 참 멋진 말인데요...

뭔가 딱 들었을 때 있어보이는 용어들이 합쳐져서 그런지 진짜 있어보인다. 그런데 솔직히 무엇을 말하는지 뾰족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번 글을 통해 소개하려 하는 책 <미디어의 미디어 9>에서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대표 사례로 GE Report가 소개되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브랜드저널리즘의 시초는 이러하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전 맥도날드 CMO(Chief Marketing Officer: 최고마케팅책임자)였던 래리 라이트(Larry Light)가 2004년에 고안한 용어이다. 그는 당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mass marketing은 한계가 있다"며 새로운 차원의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Coca-Cola Journey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다차원 방식'을 새로운 기법으로 보여주었고, 브랜드 저널리즘이라 명명했다. 브랜드를 잡지나 신문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는 '스토리'다. 브랜드 고유의 이야기를 만들어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방법과 차이가 있다.



사람과 기술의 관계를 묶는 스토리텔링에서 시작하는 GE Report

GE 리포트

책에서 소개하는 GE Report는 미국의 제조업체인 General Eleric(GE)이 2008년에 론칭한 브랜드 미디어다. 고객과의 밀도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GE의 고유한 시각이 담긴 콘텐츠를 발행하는 매거진인 셈이다.


브랜드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소개하는 GE리포트는 엔지니어링 산업군에 속하는 제트엔진, 헬스케어, 가스터빈, 3D프린팅 등 혁신 기술에 대해 다룬다. 기술과 산업의 동향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서 GE가 바라보는 산업에 대한 해석을 담은 콘텐츠를 내보낸다.


또한 GE에서 일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GE가 사업을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GE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일하는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통해 GE리포트는 복잡한 이야기를 쉽게 보여준다. 이것이 강점이다.


GE리포트 코리아

GE 본사에서 관리하는 리포트 이외에 GE코리아도 한국의 상황에 맞게 GE리포트 코리아를 론칭하여 운영하고 있다. GE코리아 정길락 이사는 처음 한국에 론칭 시 고민이 많았다. 소비재가 아닌 B2B 위주 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 콘텐츠가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질로 승부하자'는 원칙을 세우고 팩트체크와 저작권 등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가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 결과, 타깃 오디언스도 명확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오히려 캐주얼하게 정보를 소비하려는 사람들보다, 업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핵심 정보를 찾는 산업군 내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방문자의 50% 이상이 낮 시간에 PC를 통해 기사를 읽는다는 데이터에서 얻은 인사이트)

브랜드 저널리즘은
본질적으로
'기업이 어디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반은 우리 기업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시작한다. 기업이 판매하는 물건과 서비스에 대해 단순히 소개하고 자랑하는 것을 넘어 '어떤 사회적 맥락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면 브랜드 저널리즘의 목표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무경계 미디어의 서막이 올랐다.

이 책을 기획한 북저널리즘 김하나 에디터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한다'는 미디어의 정의가 가장 명확하게 구현되고 있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본래 미디어는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아니라 전달 그 자체를 의미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접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 진정한 독자소비자 중심의 시대, 무경계 미디어 시대의 막이 올랐다.


책의 저자인 신성헌 기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헬싱키에서 말하는 미디어는 단순히 신문과 방송, 뉴미디어를 뜻하지 않는다. 공학과 예술, 비즈니스 분야의 총체로 여겨진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디어들이 명멸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미디어 업계에 대한 전망이라기보다 혁신을 외치는 이들의 고유한 문제 정의와 해법 소개에 가깝다. ... 취재와 집필 과정에서 혁신 미디어의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민첩한 전략, 문제 재정의, 장점 극대화 등)


책에서 소개된 미디어 중 하나인 북저널리즘(Bookjournalism)의 이연대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최근 디지털 버전을 론칭했지만, 종이라는 매체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이용자의 니즈와 이용 형태와 일치한다면 타블로이드판이나 브로슈어 형태로 낼 수도 있다. 한두가지 컨테이너에 종속되고 싶지는 않다. ... 콘텐츠를 유통하는 채널이 새로워졌을 뿐, 생산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것은 수십년 전 제작 현장과 다를 바 없다. 저널리즘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퍼블리(PUBLY)의 박소령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기존 미디어 업체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협업해, 우리 플랫폼에서 이들(언론사들)이 독자들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멤버십 고객 간의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잘 만들어 보고 싶다. ... 'book by PUBLY'라는 이름으로 여섯 권의 책을 출시할 계획이다.


쿼츠(Quartz)의 케빈 딜레이니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오브세션(obsession)의 아이디어는 매거진에서 가져왔다. 나는 매거진을 굉장히 좋아한다. 쿼츠를 창간하면서 좋은 잡지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오려고 했다. 동시에 좋은 잡지는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온라인 매체인 쿼츠에 적용할 만한 요소가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모노클(Monocle)의 엔드루 턱 에디터는 이렇게 말한다.

모노클이 아날로그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모노클 24는 100퍼센트 디지털 방식의 라디오다. 앱뿐만 아니라 팟캐스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모노클의 웹사이트에서는 550개 이상의 디지털 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이라면, 지금 바로 <미디어의 미디어 9>

내가 다루고 있는 이 채널이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해 정의하고 싶은 분이라면. 기업의 브랜드 저널리즘을 다루는 마케터라면. 개인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라면. 스팀잇, 쿼츠, 악시오스, 모노클, 업데이, 퍼블리, 북저널리즘, GE리포트, 카카오루빅스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알고 싶다면. 그리고, 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의 대답을 내려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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