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단맛과 짠맛을 줄인 말인데요. 요즘 맛있다고 유행하는 음식들을 보면 대부분 이 단짠의 구성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허니OO칩의 인기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었지요. 저도 사실 단짠 음식들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건강을 위해서는 이러한 단짠 음식들은 줄여주셔야 합니다.
사실 단맛과 짠맛은 우리 몸이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성분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은 단맛을 내는 당분과 짠맛을 내는 염분(나트륨)을 최대한 보존, 재흡수하도록 진화하였습니다. 여분의 당분은 지방으로 저장하게 되고요, 여분의 나트륨은 신장에서 99% 이상 재흡수됩니다.
생각을 해 보면 예전에는 당분과 소금이 엄청 귀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소금을 군인의 월급으로 줄 정도로 귀한 물질이었고요. 당분도 천연의 자연환경에서는 꿀을 제외하곤 정말 드물었지요. 과일의 경우에는 품종 개량을 통해 단맛이 많이 강해졌기 때문에, 우리 조상이 먹던 과일은 지금 우리가 먹는 것처럼 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대는 단맛과 짠맛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아무리 우리 몸에서 귀하게 여기는 물질이라 할 지라도 과잉으로 섭취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요. 앞서 여분의 당은 지방으로 저장된다고 말씀 드렸죠? 이때 만들어진 지방은 혈관이 많은 조직 근처에 저장되기 때문에 주로 복부 쪽에 저장이 됩니다. 우리가 허리 부분에 타이어 하나씩 달고(?)사는 가장 큰 이유가 이 과잉의 당분 때문이지요. 염분 역시 신장에서 재흡수되는 과정에서 수분이 따라서 들어오게 됩니다. 이것 때문에 체액의 양이 늘어나면서 혈압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밤에 라면을 먹고 잠이 들게 되면 다음날 붓는것도 이와 유사한 현상입니다. 즉 짠맛을 즐기는 분들은 항상 라면먹고 부은 상태로 있는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은 왜 단짠을 요구하는 걸까요? 우리 몸에 좋지도 않은걸 왜 우리 몸은 자꾸 원하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트레스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리 몸이 일시적으로 저혈당, 저염분 상태가 되기 때문에 단 음식, 짠 음식을 더 갈망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면, 우리 몸은 긴장을 하면서 언제든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합니다. 투쟁-도피 반응이라고도 하는데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근육에 에너지가 몰리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혈당이 근육으로 몰리게 되면서 일시적으로 저혈당에 빠지게 됩니다. 긴장이 풀렸을 때 허기가 지면서 단 음식이 엄청 당기게 되지요.
이 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단 음식을 먹습니다. 이때 조금만 먹으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그게 쉽지가 않지요. 한번에 많은 양의 당분을 먹게 되면서 혈당이 급상승합니다. 급격히 상승한 혈당을 낮추기 위해서 췌장에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열심히 분비합니다. 과량의 인슐린이 분비가 됨으로 인해 혈당이 다시 한번 지나치게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단 것이 당기게 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혈당의 널뛰기로 인해 각 조직이 손상을 받는 것은 덤이지요.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신장 옆에 붙어있는 작은 기관인 부신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됩니다. 일종의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이 코르티솔의 농도가 너무 높아지면 짠맛을 더 찾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코르티솔이 높을 때 염분을 보충해 주면 코르티솔의 수치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한 바가 있습니다. 즉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이 높아지고, 인체는 코르티솔이 높아지는현상을 해소하기위해 짠맛을 더 찾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짠 음식을 계속 먹게 되면 혈압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단짠이 당기는 이유는 과도한 스트레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누구 한명의 개인적인 식습관이 아니라, 단짠이 사회 전체적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현상은 어느 개인의 무절제한 식습관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우리 모두 함께 그 답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인근에 내과가 없기 때문에, 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분들이 많이 오시진 않습니다. 간혹 꾸준히 드시는 혈압약 처방전을 들고 일부러 와주시는 일분 단골분들만 계신 정도인데요. 한 번은 그 단골환자분이 제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약사 양반, 내가 먹는 게 혈압약이지?"
"네 혈압을 낮춰주는 혈압약입니다."
"그러면 이걸 계속 먹으면 고혈압이 치료가 되나?"
환자분의 말씀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약의 정의는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물질'입니다. 그렇다면 혈압약이라는 말은, 고혈압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약이 되어야 할 테지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먹어서 고혈압을 없애는 약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혈압약을 드시면 혈압이 떨어져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습니다만, 혈압약을 통해서 고혈압을 완치시키지는 못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혈압약은 고혈압치료제는 아닌 셈이지요.
물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노화되면서 혈압이 상승하면 여러 가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혈압을 조절하는 약물을 통해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짠을 많이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혈관건강이 계속 나빠지는 상태에서 혈압약으로 혈압만 억지로 떨어뜨리는 것은 말 그대로 병 주고 약 주는 상황이 되겠지요.
그러므로 평소에 건강을 관리하여 혈압약과 같은 만성질환약을 먹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혈압약, 당뇨약을 처음 처방받으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엄격한 식습관 조절을 통해서 몸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면 2알 먹어야 될 약을 1알로 줄일 수도 있고요. 장기 복용하는 약에 의해 생기는 부작용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