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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약사 Mar 30. 2021

혹시커피 중독이신가요?

요즈음은 그야말로 커피의 전성시대입니다.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 편의점보다 카페가 더 많은 것이 그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술을 안 드시는 분은 있어도 커피를 안 드시는 분은 잘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커피에는 여러 가지 성분이 들어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카페인이 있습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간접적으로 흥분시켜 각성상태로 만들어 주는 성분입니다. 그리고 약하긴 하지만 통증을 경감시켜주는 작용도 있기 때문에 의약품의 성분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요.


약물로도 사용되는 성분이다 보니 카페인은 다른 약을 복용하실 때는 주의하실 필요가 있는데요, 과량의 카페인이 들어가면 불면증이 생기거나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거나, 탈수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실 연세가 아주 많으신 분이 아닌 이상 하루에 한잔 정도의 커피는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데요. 이때 주의하실 점은 커피와 커피맛 음료를 구분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커피는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와 같은 진짜 커피만 말하게 되고요. 믹스커피, 캔커피 등커피맛 음료는 절대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커피맛 음료에는 설탕이 듬뿍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예전에 제가 겪은 환자분 중에는, 당뇨약을 드시면서 혈당조절이 잘 안된다고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했던 분이라 당뇨약 용량만 조절하는 분이었는데, 여쭤봤더니 믹스커피를 자주 드신다 하셨습니다.


"어머님, 믹스커피 많이 드시면 당조절 안돼요. 끊으시는 게 제일 좋고요. 적어도 줄이셔야 해요. 아시겠죠?"


그 뒤로 실제로 믹스커피를 끊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후에 방문하실 때는 혈당 조절이 잘 된다고 말씀하셔서 제가 아직 기억에 남는 환자분이셨습니다.




약국에서 영양상담을 하게 되면 커피를 마시는지 꼭 여쭤보는데요. 이때 '나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커피 중독이에요' 하시는 분들의 경우에도 진짜 커피 중독인지, 아니면 커피음료 중독인지에 따라서 영양치료의 방향은 다르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왜 커피 중독이 될까요?


우리가 커피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피곤하기 때문이지요. 커피를 하루에 3~4잔씩 꾸준히 드시는 분들을 상담하게 되면


"나는 커피 안 마시면 일을 못해요."


라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왜 커피를 안 마시면 일을 못할 정도로 피곤하신 걸까요? 그 기전을 정확하게 설명드리기는 쉽지 않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르티솔 때문입니다. 코르티솔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가 되는 호르몬인데요,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우리가 깨어있을 때 살짝 높아졌다가 우리가 잠들 때 수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장기적으로 받다 보면 이 코르티솔의 혈중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고요, 급격하게 상승하는 만큼 급격하게 하강하게 되죠. 즉 코르티솔의 농도가 널뛰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깨어있어야 할 상황에서 충분한 코르티솔이 분비되지 않아 기진맥진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면 지쳐있는 부신을 쥐어짜서(?) 코르티솔의 농도를 강제로 올리게 되는데요(스타크래프트의 스팀팩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부신이 탈진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믹스커피 중독 = 설탕 중독


반면에 믹스커피에 중독되신 분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띄는데요. 이 분들은 인슐린이 고장 나기 시작하신 분들입니다. 인슐린은 많이 들어 보셨죠? 우리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혈당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가 되어야 하는데요. 우리 몸에서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은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반면에 혈당을 낮출 수 있는 호르몬은 오직 인슐린 밖에 없는데요. 이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가 되지 않거나, 분비가 되어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당뇨병에 걸리게 됩니다.


믹스커피에 중독되신 분들은 설탕중독이라고 말씀드렸죠? 이런 분들의 경우에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혈당 수치가 널뛰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혈당이 확 떨어지게 되면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단 것을 찾게 되는데요. 이때 믹스커피를 드시게 되면 혈당이 한꺼번에 공급되면서 괜찮아지는 것이지요. 문제는 믹스커피와 같은 과량의 설탕을 먹게 되면 다시 혈당이 확 뛰어오른다는 점인데요. 고혈당이 유지되면서 우리 몸은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과량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되고, 과량의 인슐린은 다시 혈당을 확! 떨어뜨려서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것이지요.


저도 예전에는 믹스커피, 캔커피를 엄청 많이 먹었었는데요. 30대가 넘어가고 아들 하나 낳고 나서부터는 거의 마시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커피는 몸에서 수분을 배출시키는 작용이 있어서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저는 약국에 오시는 분들께 복약지도할 때 커피는 가급적 마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선생님 정말... 한잔도 안 되나요?"


이렇게 간절하게 물어보시는 분들 제법 많습니다. 안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저 간절함을 어찌 그냥 모른 척할 수 있을까요.


"저녁 늦게는 드시지 마시고요. 낮에 한잔 정도는 괜찮은데, 대신 커피 한잔 드실 때 물을 2~3컵 정도는 더 마신다고 생각하셔야 해요."


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걸 보면, 우리나라가 피로 중독 사회인 것이 맞는 것 같아서 씁쓸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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