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에 꽁초 버리는 자에게 불운만 따르길
쌍령동을 벗어나 늘 가는 코스로 걸어갔어요.
가면서 늘 보이는 집. 보통 서양식 주택인데, 현관에만 한옥식 지붕을 작게 달았습니다. 앞서 본 세탁소집과 비슷하죠. 기존의 건물을 허무는 대신 옆에다가 새로운 양식의 건물을 덧붙이는 거죠. 처음에는 안 어울려 보였는데 자꾸 보니 귀엽기도 해요.
사실 유럽에도 이런 스타일의 건물들이 제법 있어요. 우리 눈에는 다 유럽식이니 똑같아 보이지만, 현지인들 눈에는 다양한 양식이 마구 섞인 것이거든요. 좀 멋있다 싶으면 다 갖다 붙여놓았다고 흉볼 때도 있습니다. 예르미따주 박물관을 배경을 찍은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영화 <러시안 아크>에서 그런 장면이 나옵니다. 이건 바티칸에서, 이건 파리에서, 이건 또 어디에서 여기저기에서 이것저것 갖고 왔다고 예르미따주를 흉보는 거죠. 그렇지만 끝에 가서는 "뭐 이쁘기는 해..."라고 합니다.
늘 가는 코스대로 청석공원에 들어갔습니다. 청석공원의 잔디밭은 언제나 시원합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인지 어르신들이 매일 나오는 게이트볼장이 닫혔어요. 게이트볼 재미있습니다.
지진날 때 대피소로 쓰인다는 표지판이 어디엔가 있습니다.
이렇게 공원 부지가 넓다는 것은, 범람하면 그 수량이 만만치 않다는 걸 의미해요. 이 고장도 장마나 태풍 때마다 두어 명씩 세상을 떠납니다.
이 잔디밭은 소방 헬기가 내리는 자리로도 활용됩니다. 얼마 전에 덕평에서 대형 화재가 나서 경기광주 소방서 소방관 한 분이 돌아가시기도 했지요. 이 날도 어정어정 걷고 있는데 담당자가 와서 "가까이 오지 마세요!"라고 하더군요. 곧이어 헬기가 착륙했는데 미친듯이 바람이 불면서 검부라기가 날리는 것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그날도 어디선가 화재가 났었어요.
경안천을 건너 문화원으로 향했습니다.
꽃과 화분이 잘 가꾸어졌네요. 식물만 들였다 하면 키우지 못해고 죽이고 마는 저로서는 참으로 부럽습니다(대신 고양이 장수시키는 데에는 자신있음). 주민들이 집에 가진 애정이 드러납니다.
그 아래 경고문. 3개 국어로 되어 있네요. 맨 아래 글자는 키릴문자지만 제가 보기에 이 곳에 러시아 사람보다는 중앙아시아 사람이 많이 사는 것 같아요. 그 지역도 키릴 문자를 쓰거든요. 어쨌든 화분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한국인이건 누구건, 영원토록 하는 일마다 꼬이고 엉켜 성취하는 바가 전혀 없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