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선생님, 얼마나 써야 돼요?

분량은 작가 지망생의 고민

by 주애령

공모전은 늘 분량을 정해준다. 다음은 작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공고에서 따왔다.


'시 5편 내외 / 소설 200자 원고지 80매 안팎 / 희곡 80매 안팎 / 동화 30매 안팎'.


소설과 동화는 물론 단편 기준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조금씩 달라진다. 단편소설은 100매 안팎까지 받는 곳이 있다. 장편소설은 1000매가 기준이지만 점점 내려가는 추세다. 500매~ 700매는 예전에는 경장편으로 분류됐지만 지금은 장편 대접도 받는다. 이제는 500매도 장편, 단편집으로 추릴 수 있다.


동화는 어떨까. 단편동화는 일단 30매까지로 두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60매까지 늘어난다. 왜 그럴까? 동화를 읽는 연령대가 넓기 때문이다. 대개 만 8살, 초등학교 입학부터 그림책을 내려놓고 글책을 읽기 시작한다. 단편동화가 30매 안팎이니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27매에서 33매까지인 셈이다. 단편 이상의 동화의 경우라면 150매 안팎부터 시작한다. 150매부터는 중편동화고 200매부터 장편동화 대우를 받는다. 대개 출판사는 장편으로 300매를 요구한다. 내용이 좋다면 400매가 넘어가는 장편동화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삽화가 들어가면 원고지 4,5매 정도의 볼륨이 더 들어간다고 생각해도 좋다.


'동화'를 보는 나이는 대개 초등학교 졸업 나이 즉 만 13세에 걸쳐 있다. 개중 독서력이 남다른 아이들은 중학교 3학년 수준의 책도 읽어낸다. 그런 아이들은 100매 안팎의 단편동화도 읽을 수 있다. 장편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연령대 아이들일지라도 문해력과 독서력, 집중력 차이가 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어도 독서력이 딸려서 과감히 그림책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내내 그림책을 꾸준히 읽은 결과 중학교 1학년 중반대에 이르자 동년배 평균 문해력에 도달했다.


참고로 그림책은 기본 분량을 12매로 친다. 그러나 만 0세부터 2세에 걸친 영아 그림책이라면 원고지 매수가 아니라 단어 숫자로 세야 할 것이다.


아동문학을 창작할 때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 이것이다. 아동 독자층 내부의 연령과 독서력 차이이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더라도 같은 작품을 모두 읽어낼 독서력을 갖추지는 않았다. 늘 내부에 편차가 존재하고, 그걸 동일하게 맞추어 내보내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취향도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작년에는 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아이들이 그 다음 해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정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현재 원고지에 연필을 눌러쓰는 작가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200자 원고지 매수 단위는 여전히 사용된다. 왜 그럴까? 어느 업계이든 그 내부에서 쓰는 단위가 있기 마련이다. 200자 원고지 매수 단위는 출판계에서 사용되는 원고량 단위이다. 예를 들어 출판사가 작가에게 500매 정도의 원고를 받았다고 치자. 그렇다면 어느 정도 경험 있는 편집자라면 판형(책 크기)과 글자 크기, 레이아웃(여백), 삽화 등의 요소를 포함하여 자동으로 책의 두께를 비롯한 대략적인 형태를 가늠할 수 있다. '견적'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A4 단위로는 이 계산이 되지 않는다. 글자 크기와 글자 사이, 행간의 넓이와 레이아웃이 일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판사에 날아오는 원고들은 매우 다양한 편집 상태(?)를 자랑하는데, 기본 편집 상태를 건드리지 않기를 권장한다.


정리하면 200자 원고지 매수 단위는 종이책 출판을 전제로 한 단위이다. 그래서 종이책 출판을 거의 하지 않는 웹소설 업계는 원고지 매수 단위 대신 글자수를 쓴다.


현재 원고지 사용은 거의 사라졌지만 원고지 단위는 여전히 널리 사용된다. 출판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아직 사용된다. 뉴스는 디지털로 전환된 지 오래지만 기사의 길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하자. 물론 점점 짧아지는 추세이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기본적인 문해력을 갖춘 사람이 한 번에 읽어낼 수 있는 글의 길이는 거의 유지되어 왔다고 생각한다.


종이책 출판을 생각하는 작가 지망생이라면 200자 원고지 매수 단위에 익숙해져야 한다. 익숙해지면 내가 쓰는 글이 종이책으로 묶여 나왔을 때 어떤 모양인지 상상할 수 있다. 그게 편집자 생각과 일치하면, 그만큼 역량이 쌓였다는 말이 된다. 출판사, 작가, 편집자의 목적은 결국 한 권의 종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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