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학교에 다시 가야 할까

by 주애령

작가가 되려고 보면 의외로 공부할 게 많다. 처음에는 번득이는(?) 영감으로 써내려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글감은 의외로 별로 없고, 애써 잡은 글감은 알고 보니 남들이 이미 많이 썼다. 모처럼 남들이 별로 안 쓴 글감을 잡아서 작품을 쓰려고 보면 내가 이 분야에 아는 게 없다. 이야기를 만들려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홀로 분투하며 낑낑대며 쓰고 난 작품을 가까운 사람들에게 읽혀 보면 시큰둥한 소리만 돌아온다. 잘 해야,


"재밌게 잘 읽었어."


라고만.


심층적인 비평을 기대한 나는 힘이 쭉 빠지고 만다.


글을 쓰다보면 작품 쓰기가 운동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내 체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모른다. 다양한 스트레칭 동작을 직접 해 봐야 내 몸이 얼마나 딱딱하게 굳어 있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걷고 뛰어 봐야 발목이 붓고 무릎이 아프면서 다리에 근육이 없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특히 말로 풀어 놓는 것과 글쓰기는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 썰 풀기'식 글쓰기가 통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이미 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썰 푸는' 글이라면 굳이 돈을 들여 출판할 필요가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학교에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수많은 문예창작학과들과 창작스쿨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문예창작학과의 커리큘럼은 대부분 순수 문학 이론이 중심이다. 창작스쿨이라면 가르치는 선생에 따라 다른데, 합평 중심이고 다른 부분은 잘 가르치지 않는 것 같다(실은 커리큘럼 공개가 안 되어 있어서 모르겠다). 문예창작학과들의 명망이 높은 탓인지 한국의 창작스쿨은 유명한 곳이 드물다. 참고로 미국에도 '창조적 글쓰기 학과'가 있고, 창작스쿨은 그보다 훨씬 많다. 대개의 작가들은 문예창작학과보다는 창작 스쿨에서 공부한다(등록금이 비싸니까). 특히 SF나 판타지 등 특정한 서사 수법을 숙지해야 하는 장르문학 스쿨이 성행을 이루고 있다. 개중에는 상당히 유명한 스쿨도 있고 개중에는 작가의 약력에 넣을 정도로 명망이 높은 곳도 있다.


아무튼 지망생들의 고민으로 돌아가서.


"진짜 공부를 다시 해야 하나."


공부를 쉽게 권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공부는 단지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과 돈이 들고, 체력도 필요하다. 게다가 대학부터 시작되는 고등교육기관이란 곳은 따져보면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다. 어떻게 공부하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고 훈련을 시켜주는 곳이다. 생각해 보라. 축구 감독은 축구장에 들어가서 플레이하며 골을 넣어주거나 하지 않는다. 선수에게 이러이러하게 움직이라고 '지시'할 뿐이다. 지시가 잘 수행되지 않으면 그 원인을 같이 찾는다. 원인을 찾아내면 같이 해결한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그 도움이 필요없고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즉 독학을 할 수 있다면 학교에 안 가도 된다. 그렇게 성공하는 작가들도 많다.


따지고 보면 독학은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렇기에 학교에 가면 생기는 장점을 정리해 보겠다.


학교에 가면 수많은 책을 읽고 요약 과제를 쓰게 된다. 읽고 분석하고, 요약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여 쓰기를 반복한다. 자연과학계도 근본적으로 마찬가지다. 기존 이론을 이해하고 새로운 대상으로 실험하고 결과를 이론으로 요약한다(실험에 성공한다면).


여기서 독학에 비해 첫 번째 장점이 드러난다. 학교는 꼭 공부해야 할 기존 이론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쉽게 정리한 책도 알려준다. 그런데 독학을 하면 이걸 몰라서 시간을 낭비하기 쉽다.


학교에 가면 생기는 두 번째 장점이 있다. 별로 관심없는 과목도 졸업 필수면 공부해야 한다. 작가가 되려면 넓고 얕게 알아야 한다고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은 원래 자기가 관심없는 분야에는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일부러 책을 읽고 과제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억지로라도 공부하게 된다. 그러면서 기본 소양이 형성된다.


이걸 뒤집으면 독학할 때 조심할 부분이 드러난다. 독학할 때는 일부러 관심없는 분야를 찾아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학교에 다녀도 비슷한 문제에 처할 수 있다. 막상 졸업하고 나면 본인이 관심없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안 보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수 따느라 고생했다면 더욱더 그렇다. 애써 많은 돈을 주고 배운 학교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안타깝지 않을까.


세 번째는 선생과 소통하는 경험이다. 독학을 할 때에는 느끼기 힘든 일이기도 하다. 가르침이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가르치려는 노력과 배우려는 열망이 맞닿으면 어떻게든 새로운 것들이 생겨난다. 그게 결과를 맺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경험은 인생에서 흔치 않다.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생의 권리이다. 그리고 학교에 영원히 있을 수는 없다. 졸업하면 독학이 시작된다. 작가라는 직업의 장점은 죽을 때까지 공부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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