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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Nov 06. 2024

북한, 정말 위험할까

평화적 흡수통일론이 필요한 시점

얼마전에 외국인 친구와 북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 북한이 파병하면서 남북한의 전쟁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요. 그 전에 김정은은 남북은 이제 하나의 민족이 아니며 남한은 적국임을 정식 선포했습니다. 뭐든지 공식적으로 뭔가 선을 긋는 건 의미가 있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남북간 전쟁 위기가 높아진다고 내다보지만 내 생각은 또 달라서, 잘 안 되는 영어로 떠듬떠듬 이야기한 건 뭐였냐면 지금 사실상 북한은 빈털터리고, 러시아에 보내느라 무기가 별로 없을 거라는 거였습니다. 제재도 가혹했고, 중국에게 하도 착취를 당했으니 거리둔지도 오랩니다. 제재란 당장 피해갈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인민을 빈곤하게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체제에 위협을 줍니다. 그렇기에 체제는 더욱 극단으로 달려가죠. 이슬람이건 어디건 제재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체제가 당장 망하지는 않기에 극단적으로 변해서 스스로를 지키니까요.


아무튼 저 골치아픈 북한에 대해 다시 돌아가면, 이제 사실상 북한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일 겁니다. 쓰레기 풍선을 만들어 보내는 것도 뒤집으면 쏠 총알도 없다는 얘기가 되죠. 연락사무소, 도로 폭파도 대한민국의 북침에 대한 불안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남침 말고 북침 말입니다. 지금 북한은 대한민국의 침공을 불안해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정말 이제, 이제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을 더 동원해보죠. 러시아에 왜 파병했을까요. 쓸만하게 줄 무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러시아인 대신 총알받이가 될 북한군을 요구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설엔 특수부대라는데, 정말 특수부대라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특수부대가 얼마나 중요한 핵심 전력입니까.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게 아닙니다. 그걸 내다주는건데 김정은이라고 그게 좋겠어요. 평양까지 몸소 와주신 푸틴 형님이 내놓으라고 하니 내놓는 것이죠. 만약 북한군인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사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민심도 이탈할 거라는 분석이 나와 있습니다.


꽤 여러 명의 북한 외교관들이 이미 한국에 망명한 바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말은 기본적으로 걸러들어야 하지만, 북한 내 한류 인기는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동안 북한 사람들은 한류 문화를 통해 남한이 자기들과 다른 듯하지만 사실 아직도 공통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공통점이란 문화와 사회적인 부분입니다. 가족, 사랑, 연애, 관계에 대한 고민, 자녀와 부모에 대한 과한 책임감, 권력과 지도층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분노, 사회를 구성하는 서열관계의 불합리성,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등등이지요.


개인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어디든 속해서 조직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지만, 그로부터 착취당하는 것, 그걸 댓가로 누군가를 착취하는 걸 용인받는 것. 폭력과 폭력을 주고받는 것이 그냥 문화이고 관계로 굳어져 버린 나라… 두 나라.


“야, 드라마 보이까 다 똑같더라야. 자식새끼 속쎅이고 부모땜에 미치겠고. 엇따 갖다 내놀수도 없는 거 똑같이 머리 싸매고 앉았는 게 남한 사람들이더라. 그라니 백두혈통이고 주체고 뭐고 다 집어치고 그냥 남한 밑에서 사는 게 다 낫겠다야. 그래도 같은 말에 사는 거 비슷하고, 노비질을 해도 핏줄 밑에서 하는 게 안 낫겠나? 우리 다 알잖나, 중국놈들 어떠한 거.“


물론 북한 사람들도 대한민국 자본주의 만만치 않은 거 다 알지요. 오죽 못 살겠으면 버스 몰고 38선에 돌진했겠어요. 이렇게 가끔 가다 감정이 폭주하는 거 보면 같은 문화권 사람인 건 맞나 봅니다. 어쨌든 그 강인한 북한 사람들도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김정은도, 김여정도, 김주애도 지긋지긋해요. 김주애 데리고 나올 때 이건 아니다 싶었던 게 말이죠, 사람이란 자기가 굶는 건 참아도 자기 자식이 굶는 건 못 참습니다. 사실 김주애가 김정은 딸로 태어난 거 빼곤 여느 집 아이들보다 나은 게 뭐가 있어요. 그런데 김주애는 포동포동하고 머리카락도 길러서 예쁘게 묶고 다닙니다. 내 딸은 빼빼 마른 채 머리카락도 짧은데요. (북한은 여아들 머리를 못 기르게 합니다) 참기 힘들죠. 3대를 먹여살렸는데 4대라니요.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은 다 그만두고 싶어합니다. 때려치우고 싶습니다. 남한 밑에서 사는 게 차라리 편할 거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남한이 저리 잘 사는 거 보면 미국놈들도 그다지 나쁜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김정은 일가 목을 갖다바치면 좀 잘 봐줄지도 모르잖아?


북한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인민의 마음은 오래전에 흡수통일로 기울었고 남한도 슬슬 같은 얘길 꺼냅니다. 남한이 군사적으로 움직이고 대북방송을 통해 정보를 얻은 북한 주민이 내응합니다. 중국이 개입할 수도 있지만 그랬다가 일본이 남중국해로 항공모함을 띄울 수도 있습니다. 대만 하나만으로도 중국은 벅찹니다. 친미친러 국가 인도도 육로로 중국을 위협합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북한을 돕지 않고, 도울 생각도 없고, 도울 수도 없습니다. 북한이 늘 외쳐온 ‘자주’. 정말 자주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세상이란 결코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곳입니다. 자연만 생태계가 아니고 인간은 사회 속에서 비로소 생존하듯이 나라들끼리 서로 도와야만 유지되고 발전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흔히 국제 정치는 약육강식이라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일방적으로 제압하고 파괴하는 건 이제 근본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랬다가 지구가 어떻게 되는지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베트남 전쟁까지의 역사를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반대로 갔습니다. 변화를 거부했고, 혼자 당당하게 설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생각은 틀렸습니다. 생태계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물체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사회도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외교적 실책과 전략적 실수, 잘못된 판단은 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한때 빛나는 이상주의자들이 모여들었지만 20년도 되지 않아 모조리 숙청되었고, 가짜 진리와 종교의 탈 속에 공포와 죽음으로 유지되어온 동방의 괴이하고 조그마한 나라가 이제 무너질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철학자 김상봉의 말처럼, 한국 정치의 종말론적 과제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걸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총알 없이, 죽는 사람 없이 잘 끝내야 합니다. 전쟁이 전쟁을 덮는 시대에서 한반도가 무사히 통일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희망이겠죠. 우린 아직 할 수 있다는.


덧붙임 :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41021/130264127/2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비로소 본 기사입니다. 모두 좋은 분석입니다. 앞으로 손효주 기자의 기사를 당분간 팔로우업해야겠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당장 전쟁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전쟁 준비할 가능성은 높지요. 김정은의 도박이 성공할 확률은 낮다고 봅니다. 남침 감행하기에 인민은 거의 말라죽었고, 제 코가 석자인 러시아가 북한을 도울 리도 없습니다. 러시아가 중국보다 북한을 우대할 이유도 없습니다. 섣불리 남한을 침공하면 우방 중국과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손 기자의 말이 맞습니다. 후대에 전쟁 가능성을 물려주지 않으려면 평화적으로 북한 체제를 정리할 방안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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