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체력이 지킨다
2차 탄핵안 가결일 전날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가결될 때 가지 그랬다는 말도 들었지만 아마 그날은 지하철역에서 내리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 예상대로 14일은 9호선 여의도역과 국회의사당역은 무정차였습니다. 시위에 참석하려면 한참 걸어야 했겠죠. 그래서 일부러 13일날 갔습니다. (8년 전 짬바)
국회의사당역에 내리자마자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은 걸 잠시 후회했지만, 워낙 지하철역에 사람이 많아서 카메라 가방이 꽉 눌렸을 거예요. 다행히 아이폰13은 밤 사진에 약하지 않습니다.
일단 국회의사당역 전철역부터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내리자마자 엄청난 인파와 함께 '탄핵' 팻말을 든 할아버지가 분위기를 휘어잡습니다. 주인공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역시 피켓 디자인은 깔끔한 게 좋죠.
원래 국회의사당역은 저녁에 한산해지는 편입니다. 아침 점심을 제외하곤 역사도 넓고 조용하고요. 그랬던 곳이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에너지를 느끼고 싶었죠.
역사 안에서부터 등장한 응원봉 노점상과 거리의 탄핵 굿즈샵. 2016년에는 못 봤던 풍경이었어요. 알록달록 예뻤습니다. 지금의 사회 변화 의지가 이러한 길바닥 상인들에게도 편안한 삶을 가져다주길 기원해요. 푸드트럭도 많았는데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웠어요.
빈 자리가 없어서 계속 뒤로 이동해달라는 요청을 들으며 발길을 옮겼습니다. 바닥에 앉았다가는 얼어 죽겠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며 계속 이동했습니다.
요술봉 들랴, 구호 외치랴, 사진 찍으랴, 바빴습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왜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지 이해 가더군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매혹적인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요.
"아직 시험 안 끝남. 자리만 지키겠습니다." : 펜으로 열심히 필기하며 공부하더라고요. 그 위에 앉은 할머님 한 분은 탄핵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피켓을 드는 데에도 짬바가 있습니다. 응원봉으로 요령있게 피켓을 가려서 "내란 국민의힘 해체!하라" 처럼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