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마법소녀들
수많은 사람들을 사진에 담기 어렵습니다. 언 손으로 요술봉을 든 채 구도 잡기도 어렵습니다. 찍고 싶은 순간에 재빨리 셔터 누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균형을 맞추어야만 합니다. 민주주의와 비슷합니다.
불교의 상징 연등이 나왔습니다. 연꽃은 검은 진흙을 뚫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핍니다. 세상은 더러워도 우리는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야 한다는 진리입니다.
점점 시야를 넓혀 보았습니다.
검은 깃발은 홍익대 솔로모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 담지 못해 미안해요. 홍익대 솔로모임 여러분 힘내세요. 살다보면...(이하생략)
2016년은 모두 색깔이 같은 촛불이었지만 2024년은 모두 색이 다른 응원봉입니다. 다원주의는 민주주의의 근본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저도 제 것을 들어 보았어요. 빨강 파랑으로 색이 바뀌는 요술봉!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집회에 나온 귀여운 강아지입니다. 보호자에게 허락 받고 찍었습니다. 잔인한 인간과 나쁜 시절을 만나 졸지에 고생중입니다.
(이쁘드라)
전광판 화면까지 담기에 휴대폰 질이 역부족입니다. 화면에서는 가수 이승환의 리허설 장면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가인 옆건물의 모습을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흔히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데, 이 말은 틀립니다. 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상한 말 같은데, 지금 우리가 사는 체제는 자본민주주의라고 해야 맞습니다. 에릭 홉스봄이 말한대로 이중혁명, 즉 정치는 민주주의, 경제는 자본주의 혁명을 거치고 성숙기에 진입해야 비로소 완성단계의 근대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청년기의 나라입니다.
민변의 모습입니다. 집회 시위중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도움을 주시는 분들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변호사의 모습이 아니죠. 이 날씨에 정장 입고 몇 시간 서 있으면 죽습니다. 제가 여의도에 오가면서 신기하게 여긴 것 중의 하나는,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추워도 패딩을 입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어 죽어도 정장과 블랙 코트만 고집합니다. 이것에 대해 나중에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구호를 외칠 때마다 무지갯빛 은하수. 정말이지 꿈꾸는 듯이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잠시나마 희망을 본 것 같아서 행복했어요.
다음날 14일 7시 24분경 대통령은 직무정지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2016년과 2024년이 여러 모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태의 본질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태도와 자세도 달랐습니다. 아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도 완전히 다를 겁니다. 그런 면에서 여당은 완전히 오판하는 거죠. 집회 현장만 돌아봐도, 사람들의 생각과 욕망이 8년 전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말이죠.
현장 사진가들의 희열을 새끼손톱만큼 맛본 즐거운 날이었습니다.